정신장애인 고립시키는 장애인복지법… 대안은?
정신장애인 고립시키는 장애인복지법… 대안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2.2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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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15조, 중복서비스 막는다지만… '제재 과도해'
"치료하면 그만?"… 정신장애, 의료적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안 돼
15조 폐지 후 정신장애인 특수성 반영한 법 제정돼야
복지부, "15조가 악의 근원인지 신중 검토할 필요 있다"
정신장애인의 복지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22일 오후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정신장애인도 등록장애인으로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장애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와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23일 오후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서비스 중복 우려 때문?… 결국 정신장애인 빈곤층 만들었다

2007년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현행과 같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서비스 중복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그 결과, 정신장애인은 가장 극단적인 소외계층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2018년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정신장애인 비율은 29.6%, 생계급여대상자는 54.7%, 의료급여 대상자는 57.7%이다.

교육 수준은 15개 장애유형 중 상당히 높아 평균 직무수행능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 직업재활체계로부터의 소외로 인해 생계수준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발제 내용에 따르면 한 정신장애인센터 담당자가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에 지원하자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정신질환자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인데 직업재활이 왜 필요하냐?", "보건복지부 사업을 집행만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제도 설계단계에서 이미 정신장애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상 중복 서비스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는데 이는 과도한 제재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디라이트 이시항 변호사도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상 중복되는 서비스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정신재활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동일하게 주거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을 제공하지만 이름이 같다고 동일 서비스라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장애인복지법 제15조와 대통령령은 정신장애인이 국공립 및 민간위탁 장애인복지시설 이용 제한을 콕 짚어서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중복지원을 우려해 결정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 입장에 힘을 실었다.


■ 장애 혹은 '병'?… 의료적 관점 탈피해야 해답 보일 것

정신건강복지법은 장애인 관련법이 아닌 의료법 하위 법률이다. 장애패러다임이 의료적 관점을 점점 탈피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정신장애인 관련법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다른 유형의 장애도 의료적 관점에서 치료를 동반해야 한다. 정신장애만 치료하면 끝나는 문제처럼 특수하게 볼 필요가 없다"며 정신장애인 영역에서 의료적 접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조차 정신장애에 있어 약물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김재완 활동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정신장애인에게는 약물 치료 외에도 인적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정신장애인들이 등록장애인으로서의 보편적 복지와 정신질환자로서의 선택적 복지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모두 아우르는 복지체계 만들어야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정신건강복지법 15조 폐지와 더불어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제정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는 안에 동의했다. (출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용표 센터장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은 새로 제정, 더불어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는 안에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다만 토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은 '이미 오랜 기간 분절되어 온 장애인복지법이 정신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이 새로운 복지사각지대에 처하는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의견은 "등록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 연금 등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신질환자들은 기존 의료법 체계 안에서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서초열린세상 박재우 소장은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욕구를 반영한 법을 만들고, 보건소 단위로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당사자와 가족들이 요구하는 복지서비스를 실제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장애인정책국에서 장애인건강권법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법 안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지원체계를 상당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복지부, "제15조가 악의 근원인지 자세히 살필 필요 있어"

토론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와 정신건강정책과 양측 모두 "정신장애인 복지 소외 문제가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때문만인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장애인정책과 박문수 사무관은 "근본적인 문제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현저히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서비스 재원의 부족, 전달체계 부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욱 사무관 또한 "제15조가 지적받는 것은 정신질환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포괄하는 복지시설, 요양시설, 재활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장애인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법 개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신재활시설의 지역별 편차 해소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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