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장애인 출입 위험시설 방치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장애인 출입 위험시설 방치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4.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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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중심 은행, 장애인 등 이동약자 접근성은 0점
출입구 경사로, 법정 각도 10배 이상 초과한 위험시설
휠체어 들어갈 방법을 묻자 "다른 은행을 이용하세요."
편의시설 미설치로 장애인 등 이용할 수 없으면 차별행위
신한은행 수원금융센터의 출입구의 경사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엄청난 위험시설이다. 한 행인이 유아차를 길거리에 둔 채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셜포커스
신한은행 수원금융센터의 출입구의 경사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엄청난 위험시설이다. 한 행인이 유아차를 길거리에 둔 채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인구 120만의 대도시 수원에서 팔달문은 지리적으로 수원의 중심지에 해당한다. 수원 사람들은 팔달문을 남문이라 부른다. 광교와 같은 신도시에 비해 주변에 고층건물도 없고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곳은 아니지만, 남문 주변으로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등 4개의 전통시장이 집중되어 있다. 옛 영화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재래식 상권의 중심으로서 서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문에서 가장 가까운 금융기관으로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가 있다. 남문에서 불과 50m 거리다. 수원에는 여러 곳에 우리은행 지점이 있지만, 명칭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이곳이 수원의 지역본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3층짜리 이 금융센터 건물은 보통의 다른 지점과는 달리 우리은행 소유의 사옥이다. 지은 지가 오래된 건물이기는 하지만, 지역 상권의 중심부와 어울려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필자 또한 이 근방에서 일을 보다가 은행 용무가 생겨서 휠체어를 타고 방문했다. 입구는 2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계단 한쪽에 경사로사 설치되어 있었다. 그 경사로는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약자의 출입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였지만, 너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휠체어 접근이 전혀 불가능했다. 게다가 경사로 위에도 단차가 형성되어 있었다.

경사로라기보다는 계단 위로 철판을 걸쳐 놓은 형태다. 휠체어 통행용 경사각도 등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휠체어가 접근했다가는 그대로 추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각도기로 측정해보니 32.4도를 가리켰다. 휠체어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법령이 정한 경사로의 기울기는 3.18도(부득이한 경우 4.76도까지 허용)이다. 법령에 의한 안전 기준보다 10배 이상을 초과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설을 하였을까?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기울기는 18분의1 이하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12분의1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18분의1이라 함은 높이가 10cm일 때 밑변의 길이를 180cm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18:1은 3.18도가 되고, 12:1은 4.76도가 된다. 그 출입구의 경사로 각도는 완화기준 4.76도와 비교하더라도 7배를 초과한다.

공간면적으로 보아 출입구 주변은 법정 각도를 확보할 수 없을 정도도 비좁은 공간은 아니었다. 공사비가 좀 들기는 하겠지만, 갈지(之)자 또는 ㄱ자 형태로 경사로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필자가 은행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유아차를 밀고 지나가는 한 행인이 유아차를 길거리에 두고, 계단을 통해 은행에 들어갔다. 유아차를 길거리 두고 은행에 들어간 사람이 마음 놓고 볼일을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은행 전화번호를 확인하여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은행에 들어갈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은행 직원은 “경사로가 있기는 한데 들어오기는 어려우니 다른 은행으로 가시면 안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죄송하지만…”이라는 형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필자는 하는 수없이 그 은행에서 일을 보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은행 건물의 등기부를 열람해보니 우리은행 소유이고, 1층 면적이 484㎡로 나왔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에서 주출입구에 경사로 등 장애인 출입이 가능한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할 대상은 금융업소의 경우 500㎡ 이상이다. 우리은행에서는 법령상 편의시설 의무대상이 아니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방문하게 되는 금융 업소는 점포의 바닥 면적이 500㎡ 이상인 경우는 흔치 않다. 사실 법령대로 한다면 대부분의 금융시설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해도 할 말이 없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촉진하려는 법령이 아니라 편의시설을 억제하는 법령이 되고 말았다. 법령에도 문제가 있지만, 금융업소 건물의 바닥 면적이 500㎡미만이라 해서 편의시설이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금융 업소들은 이러한 편의시설 의무 면제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기본취지에 따라 출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이동약자 편의시설을 자발적으로 갖추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4조에는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등편의법에 의한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할 시설이 아니더라도, “공중시설에서 승강기 미설치 등으로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통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적이 있다. 유사한 내용이 국가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의 2011년 4월26일자 2010진정0470000호 등의 결정문에 나와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약칭)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을 방치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이다.

이러한 사례로 보아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건물에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가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장애인 차별행위가 분명하다. 조속히 시정되었으면 한다.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주출입구 ⓒ소셜포커스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출입구 경사로의 각도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출입구 경사로의 각도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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