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差異)

2019-04-03     조호근 기자

김영주 前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산업재해·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장시간 근로에 관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근로자(勤勞者)’라는 단어 대신 ‘노동자(勞動者)’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헌법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은 ‘근로자’이다.

‘근로자’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데다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등 노동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인 법률용어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자는 제안은 이전부터 있었다.

1886년 미국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을 전개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날이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절(May Day)이다.

우리나라는 한국노총 설립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한바 있으나 이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절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한 결과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하게 되었다.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 노동자와 근로자는 법적으로나 사전적 의미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역사적인 의미로 보면 해석의 차이가 분명하다.

근로라는 용어는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 국민을 강제노역에 동원하면서 ‘근로봉사대’,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유신 정권에서 근로자라는 이름으로 경제개발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면서 근로정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고도성장을 이루어 내는데 근로자를 앞세우면서 ‘근로자’라는 용어가 법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근로자는 고용된 사람(협의의 개념),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광의의 개념)이고, 영문으로 근로는 Work(부지런히 일하는 사람), 노동은 Labor(일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로 구별된다.

즉, 근로자는 주체성 없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주체성 있게 서로 소통하며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근로자’는 자본과 권력이 열심히 일을 시켜서 이윤착취의 도구나 기계부속 정도로 전락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라는 개념은 사회의 주체이며 노동3권(「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라는 이름은 현장노동자, 사무직 노동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경찰, 공무원 등도 노동자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종속적인 의미로 부르는 것이고, 노동자란 인격을 존중하는 수평적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근로자’보다는 ‘장애인노동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지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