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언택트가 대세!” 生生한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가다!

전문MC들이 돌아다니며 '핫한' 보조기기 소개, 유튜브 생중계 이동 어려운 장애인들 “온라인 생중계로 보니 편하고 재밌어” IT 보조공학기기 호응 높아, 3D지원ㆍ얼굴인식 스마트 글라스 인기 ↑ 척추 휘어짐 방지하는 인체공학 등받이, 스탠드업 휠체어 등 신제품 多 비대면 문화에 특화된 스마트 기기 각광, 온라인 강의 실시간 자막 편리

2020-05-30     박지원 기자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영상으로 만나는 보조공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올해 15주년을 맞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29일 코로나19 덕분(?)에 최초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람회장을 들어서니 왼편에서 유튜브 채널 ‘핸풋TV’ 생중계가 한창이다. MC들이 보조공학기기 부스를 돌아다니며 온라인으로 ‘핫한’ 보조공학기기를 소개해준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수어통역사가 동시 통역에 열중인 모습이다.  

박람회의 컨셉을 알 수 있는 주제/역사관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공단에서 지원하는 “보조공학기기 TOP5"가 눈에 띈다. 수요가 높은 보조공학기기들로 ▲서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감마스탠딩' ▲수동휠체어 전동 모터 '무브온'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5' ▲국내최초 음성인식 양방향 의사소통 보조기기 '메시지스톤' ▲휠체어 리프트 '체어타퍼'가 보인다.

특히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두 제품도 소개됐다. '스탭드업 휠체어'는 기립과 이동이 가능해 작업 반경을 넓혀주고, 앉아서만 근무하는 장애인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회의 중 특정 소리만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소리 증폭기 '로저 셀렉트/펜'도 함께 자리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부스는 단연 "4차 산업 IT 제품"이었다. '아이러뷰-13'는 기존에 해외에서만 수입하던 확대 독서기를 국내 독자 기술로 탈바꿈한 제품이다.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한 인체 친화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강한손 티티'는 소리를 기반으로 물건을 찾을 수 있게 음성 트래커(추적) 기능을 탑재했다. 청각이 예민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합성음(TTS) 대신 성우의 음성을 제공해서 친화력을 높였다. 수험생을 위한 타이머, 카운트다운 기능도 유용해보인다. 

4차 산업 IT 제품 중 가장 호응이 좋았던 건 '스마트 안경'이었다. 약시 장애인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눈 가까이에 화면을 대고 보기에 화면 클릭이 어려운데, 스마트 안경을 쓰면 스마트폰이나 PC화면을 볼 수 있고 동시에 휴대용 마우스로 포인터를 이동해서 쓰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아진다. 

특히 골무 마우스 포인터는 한 손가락에 끼울 수 있게 제작되어, 지체ㆍ뇌병변 장애인이 1-2cm의 움직임만으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스마트 글라스 포인터'는 3D화면도 지원하니 영화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내 손가락 끝을 인식하고 글씨를 읽어주는 스마트 안경도 있다. OrCam Myeye2(이하 올캠)를 쓰고 터치바를 톡 누르니 시야에 있는 글씨를 읽어준다. 지폐와 상품, 색깔도 구분하고 시간 확인도 된다. 무엇보다 '얼굴 인식'이 가능해서 누가 앞에 서있으면 이름을 알려준다. 처음에 얼굴을 인식한 사람의 이름값을 입력해놓고 상기시키는 방식이다.

올캠을 이용하는 안마소 원장 B씨는 이름에 고객의 특성까지 같이 입력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허리가 안 좋으신 김ㅇㅇ님", "미소가 아름다우신 신ㅇㅇ님" 이렇게 입력을 해놓으니 영업에도 효과적이다.  

이번엔 지체장애 부스로 가본다. '토도 드라이브'는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 모드로 바꿔주는 전동 키트다. 작고 가벼워 휴대가 용이하고, LOT칩이 있어 무선 조종도 가능하다. 

옆에는 개발 중인 아동용 휠체어도 눈에 띈다. 간단한 부품만 바꾸면 성장기에 따라 휠체어 사이즈를 조정할 수 있게끔 개발 중이다.

관계자는 "휠체어 값이 비싸다보니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휠체어를 타고 다니더라구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빨리 개발을 마쳐서 상용화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토도 드라이브'는 현재 행복 나눔 재단에서 진행하는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에도 활용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등받이와 받침대도 소개됐다. 천 등받이의 경우 장시간 기대게 되면 척추가 휠 수 있는데, '프리폼' 등받이는 블록 하나하나가 움직여서 사용자의 몸 균형에 맞게 움직이고 조여주니 척추 틀어짐을 방지한다. 효과성을 입증해 공단에도 등록하게 됐다. 

'쿨가이 방석'은 일반 방석과 다르게 가장자리 셀을 8cm, 가운데를 5cm로 높이에 차이를 두어 엉덩이 모양에 맞게 제작됐다. 중심잡기와 욕창 방지에 효과적이다. 

현역 장애인 럭비선수인 최재웅 선수는 선수 시절 맺은 대표와의 인연으로 럭비용 맞춤휠체어를 사용하게 됐다. 그는 "장애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문화ㆍ체육 활동을 맞춤형 휠체어 덕에 할 수 있게 됐어요. 맞춤 휠체어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농구 휠체어의 경우 경증장애인은 휠체어 높이를 높여서 센터와 포드를 맡고, 중증장애인은 높이를 낮춰서 가드를 맡게끔 제작해줘요"라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학생이나 근로자를 위한 제품은 무엇이 있나요?"라고 물으니 '소보로 탭'을 추천해준다. 의사소통 도우미가 없어도 병원과 은행, 관공서에 방문하면 상담원의 말소리를 자막으로 볼 수 있다. 강의나 회의, 세미나에도 유용하다. 무선마이크만 있으면 강의자가 15m~20m 거리에서 말해도 음성을 인식해서 자막을 띄워주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 버전은 근로자를 위해 필담기능도 제공하고 있어 양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구어가 가능한 경우 전화 음성도 자막으로 나오니 의사소통에 효과적이다.

보조공학의 세계가 이렇게나 넓었던가. 처음 보는 기발한 기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수영장용 휠체어와 식사를 도와주는 로봇장치 '오비', 한 손 사용자용 키보드도 눈에 띈다. 

재활 분야 기기도 볼 수 있었다. 전방기립 훈련기 '코치프론스탠더', 재활자전거 '모모'도 있다. 와상장애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이동식/전동 리프트, 단차를 오를 때 사용하는 '이동식 경사로'도 색깔별로 전시되어있다.  

중앙 차량 부스에는 이미 상용화된 휠체어 수납 크레인들이 보였다. 휠체어에서 차량에 오를 때 어깨 부상 등 몸에 무리가 오니 매년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요즘에는 여성 이용객이 더 늘었다고 한다. 휠체어를 차에 넣으려다보면 옷에 휠체어 바퀴 자국이 묻거나 보관 중 먼지가 쌓이고 차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데, 혼자서도 단순 리모콘 작동으로 무거운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으니 여성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신박한 기기들에 눈을 떼지 못하던 중 아주 귀여운 사람(?)이 다가왔다. 바로 이번 박람회의 마스코트 '핸풋'이다.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관객이 없어 꽤나 심심했는지 아주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줬다.  

올해는 모든 행사가 영상으로 중계되는만큼 박람회 곳곳 실시간 촬영이 한창이었다. 한편에는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과 공단 조종란 이사장,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미래한국당 김예지 국회의원의 축사도 이어졌다. 

정부시책으로 계획했던 이틀을 다 진행하지 못하고 하루만에 끝내야했지만, 최초 시도했던 '언택트' 방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간 몸이 불편해 오지 못했던 장애인들은 실시간 중계로 더 많은 기기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을 내렸다. 

사람들로 만들어지는 '열기'는 없었지만,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매년 기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관계자들의 '열정'만은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