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ㆍ모노레일,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에 포함해야…
케이블카ㆍ모노레일,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에 포함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4.29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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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복 의원, '교통약자법 개정안' 21일 발의
관광시설 넘어 '차세대 교통수단' 된다… 전국 지자체 트램 도입 논의 중
"법적 기준 없이 지자체ㆍ사업자 양심에 맡겨선 개선 없을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9일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안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이동약자 접근성을 확보해달라는 장애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관광시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설들이 장애인 차별시설이 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9일 오후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안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상 '교통수단'에 삭도(케이블카), 궤도(모노레일)를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국토교통위원회 문정복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앞선 21일 교통약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교통약자법상 이동편의시설을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여객시설에 궤삭도 시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발제에는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 조봉현 명예단장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대표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국토교통부 김남균 생활교통복지과장 △한국장애인개발원 안성준 UD환경정책기획팀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시철도 박기준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전동휠체어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모노레일 '단 3%'

현재 사람을 운송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은 전국에 총 199개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가 올해 3월 조사한 결과, 탑승장에서부터 차량까지 별도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 있는 기기는 단 6개로 전체의 3%뿐이다.

홍서윤 대표.
ⓒ소셜포커스

심지어 그 중에서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증진법)에 따른 배리어프리(BF) 건축물 기준을 준수하는 곳은 나주혁신도시 모노레일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2곳이 전부다.

국토교통부가 문정복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99개 기기 중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춘 곳은 23.2%, 휠체어 보관함을 갖춘 곳은 17.2%, 교통약자용 좌석을 완비한 곳은 16.2%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약자 접근성 항목 중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항목이 대부분이었다.

홍서윤 대표는 "궤삭도시설 설치를 위해 주로 이용되는 명분이 '교통약자 문화향유권'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도 환경 훼손을 반대하는 파와의 오랜 논쟁 끝에 이 명분이 승리해 설치된 것"이라며 "그러나 교통약자의 문화향유권은 설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뿐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시설 직원, "휠체어 내려서 타면 된다"… 중증장애인 모멸감 느낀다

조봉현 단장은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순천만 스카이큐브(모노레일)는 출발역에 엘리베이터와 단차 없는 승강장 등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종착역인 문학관역에 내리면 지상으로 가는 길이 높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역 상황을 모르고 내린 휠체어 이용자들은 역사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어 갈대습지 등 다양한 볼거리를 뒤로 하고 돌아서야만 한다.

조봉현 단장.
ⓒ소셜포커스

순천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교통약자법상 교통 및 운송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고, 시설을 함께 설립한 포스코 자회사의 경영난으로 편의시설 설치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울산 장생포 고래마을 모노레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가 없어 시설에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휠체어 장애인도 얼마든지 탈 수 있다. 휠체어에서 내려서 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조봉현 단장은 "모욕감을 느꼈다. 중증장애인에게 휠체어에서 내려서 타라는 말은 옷을 벗고 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이 또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 발생하는 차별행위라고 발언했다.


■전국 지자체 '트램' 설치 논의 중… "법 개정은 트램 도입 전에 이루어져야"

전국 지자체는 지하철을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장애인들은 트램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궤삭도시설을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교통시설이 또 하나의 차별시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봉현 단장은 트램의 보편화가 가까워오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보다 빠르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정법률안 통과'에만 기대를 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교통약자법 '시행령 제2조'를 궤도운송법에 의한 운송시설에 궤삭도시설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면 더욱 빠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기준 도시철도연구원은 "상위법과의 호환 관계상 무리가 있을 수 있는 제안"이라며 "트램은 궤도운송법보다 도시철도법에 근거해 마련될 여지가 더 크다"고 반박했다.

 

■정부·사업자 의지에 기대해선 안 돼… 확실한 법적기준 마련해야

장애인개발원 안성준 팀장은 "궤삭도시설 편의시설 설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 궤도사업은 「궤도운송법」에 따라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산악벽지형 궤도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의를 거처 국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안성준 연구원의 주장은 국토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모든 사업 과정에서 지자체가 편의시설 설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또는 시행령 개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박기준 도시철도연구원은 "법적인 기준 없이 사업자들의 양심과 수준에 맡겨놓고 개선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 김남균 과장.
ⓒ소셜포커스

이어 "여태까지 도시철도의 시설 개선은 법의 효과라고 본다"며 "궤도운송법상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궤삭도시설을 교통수단으로 인정해서, 교통약자법상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시설이 되도록 하는 것이 답이다"고 발언했다.

국토부 김남균 과장은 "지금까지 장애인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접근성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추진 방향에 대해 내부 논의와 관계부처 협의를 도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부처 사정과 담당 업무, 또 궤삭도 시설이 대부분 공원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등편의법 소관부처인 복지부에서 관련 업무를 맡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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