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 '중앙 컨트롤체계' 필요해…
유니버설디자인 '중앙 컨트롤체계' 필요해…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5.1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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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 머리 아픕니다"... 모법 없는 조례, 시행에 한계 있어
장복법, 장차법, 편의증진법 등 관련법 산재... 부처간 칸막이로 업무효율성↓
서울시 선도모델 제시... 모든 신축시설 하반기부터 '가이드라인' 준수 심의
유니버설 디자인 조성과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7일 오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유니버설 디자인 조성과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7일 오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관련 전문가들은 유니버설디자인 현황 및 사례와 문제점, 정책방향성에 대해 논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으로 인한 등록장애인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배리어프리 디자인보다 한 단계 나아간 유니버설디자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복지대학교 박광재 교수는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퇴화하면서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현재 고령인구의 60%는 장애인이라고 봐야한다. 장애인, 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유입 등으로 사회구성원이 변화하고 있다"며 유니버설디자인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생활환경으로써 '다양성' 인정하는 것

한국복지대학 박광재 교수.
ⓒ소셜포커스

한국복지대학교 박광재 교수는 "배리어프리(BF)는 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건강한 성인을 표본으로 하는 기존의 '평균'과 가장 먼 특수계층에게 최소한의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라며 "유니버설디자인은 그것을 뛰어넘어 누구나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라고 유니버설디자인을 정의했다.

덧붙여 "특히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장애, 연령, 국적 등 요인으로 인해 평균적인 환경에서 시설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며 "눈으로 보이는 부분만 대응해서는 부족하고 심지어 알레르기까지 대응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도시 구성원 유형이 가장 다양하고 그 수도 많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선도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성공사례를 축적하고 선도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전담기구인 '서울특별시유니버설디자인센터(이하 서울유니버설센터)'를 설립해 각종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서울유니버설센터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람 중심 도시'를 슬로건으로 공공건축물 대상 UD(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경로당 시설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송한비 팀장.
ⓒ소셜포커스

또 서울시는 이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올 7월부터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 제11조 개정사항을 시행한다. 모든 공공부문 신규 건축시설물은 준공 전에 유니버설디자인 점검표 심의를 통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유니버설센터는 이에 앞서 지난해 운영기간 5개월 동안 38개 건축물 및 시설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서울시디자인정책과 송한비 유니버설디자인팀장은 "내후년인 2023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도를 시행한다.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갖춘 건축물 등 시설을 '유니버설 인증시설'로 선정해 평균 수준 제고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수한 유니버설디자인 건축·시설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단위 시상식 또한 계획 중에 있다.

유럽에서도 유럽연합 가입국을 대상으로 우수한 건축·시설물을 선정하는 '액세스시티어워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 통합관리처 마련 필요… 관련법·담당처 산재해 행정력↓

전문가들은 유니버설디자인 기본법이 없는 것을 지적하며 모법이 없는 상황에서 조례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셜포커스

전문가들은 "법 별로 각 목적이 있는 것은 찬성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부처간 상호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통합적인 중앙관리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유니버설디자인 관련법 및 규정은 여가·문화, 편의시설, 건축, 정보접근 등 그 분야에 따라 산재해있다. 전반적인 이용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장애인등편의법, 공공디자인법, 고령친화산업법 등이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 접근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인식이 고도화되면서 차례로 관련법이 제정된 결과 이같은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또한 모법이 부재한 가운데 지자체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유니버설디자인 조성과 확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설디자인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많지만 그 내용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한국복지대학교 박광재 교수는 "각 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따로 일을 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중앙정부는 여러 법에 따라 조직을 쪼개고 만들 수라도 있지만 지자체는 그만한 행정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각 법의 주무부처가 다르다보니 부처간 중복 사업이 많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대목표는 같다.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다. 부처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중앙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선홍 천안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천안시에도 유니버설 조례는 있으나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담당부처에 관련 사항을 문의하면 '머리 아픕니다', '너무 힘듭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며 상위법 부재로 인한 문제점에 동감했다.


■모든 사항 법규화는 '융통성 제한'… 인식 제고도 뒤따라야

영국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 거리는 보도의 평탄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도블록 간 맞물림이 거의 없도록 시공했다. (출처=리테일가젯)

해외에서는 휠체어, 유아차, 캐리어 운반이 편리하도록 지하철 역사 내 점자블록을 일부 끊어서 설치하기도 한다. 보도블록끼리 맞물리는 지점을 줄여 더욱 평탄한 보도를 만들기 위해 아주 넓은 보도블록을 쓰기도 한다. 영국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 거리가 그 예다.

최성호 교수.
ⓒ소셜포커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부분까지 법규화하기는 어렵다. 지역과 장소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공공시설이 아닌 사유지에 이러한 사항들을 법적 강제성 없이 적용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학부 최성호 교수는 발언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디자인법에 따라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에 유니버설 디자인 계획도 포함된다"라며 기존 법체계에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편입해 기본법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은 유니버설디자인 국가규격 'DIN'을 통해 모든 건축·시설물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택, 공공, 공단 등 건축 용도에 따라 따로 적용해왔으나 최근 공공·주거건축, 교통시설·공공공간 2가지로 적용 범위가 통합됐다.

일본은 최근 UD(유니버설디자인)법 제정했다. 기존에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던 '하트빌딩법'과 교통수단과 시설을 대상으로 하던 '교통배리어프리법'을 통합한 것이다. 이원화되어 있었던 법체계를 하나로 만들어 더욱 효율적인 행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일명 '미국 장애인법'으로 알려진 ADA법으로 일원화된 설치 기준을 사회 전반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 있고, 영국은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최상위법을 '평등법'으로 개정했다. 장애, 인종, 성별, 국적 등이 다양한 구성원이 생기니 모두의 권리를 평등하게 유지·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성호 교수는 "장벽과 차별을 제거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표준이 되어 누구도 차별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를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사회를 지향하며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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