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생산품에 ‘장애인 예술’도 포함될 수 있을까?
중증장애인생산품에 ‘장애인 예술’도 포함될 수 있을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5.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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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개정안 놓고 전문가 정책 간담회 열려
중증장애예술인의 ‘공연’ 등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대상으로 법에 명시해야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요건 완화해야 ‘장애예술인 10인 갖춘 시설?’ 조건 까다로워
우선구매비율 2% 상향조정 모두 공감, 품목 다양화 및 소비자 구매 유인책 필요해
5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주최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개정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장애인 예술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13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주최로 전문가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현행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은 2008년 제정되어 2009년부터 시행됐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복지단체, 재활훈련시설 중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지정받은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우선구매 지원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 예술인이 하는 예술이 우선구매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법에는 명확하게 규정되어있지 않아 진입이 어려워 중증장애 예술인의 경제적 자립과 직업 재활에 활발하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소셜포커스

이에 김예지 의원은 4월 20일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대상으로 중증장애 예술인이 생산하는 공예품과 공연 등을 법에 명시하는 것과 공공기관별 총구매액의 구매목표비율을 전체구매액의 1%에서 2% 이상이 되도록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대상에 중증장애 예술인의 공연 등을 명시하는 것이 합당한지, 현실을 반영한 법안 개정을 위해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된 장애예술, 무엇이 있나보니...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9년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은 6천488억원이었다. 2018년보다 731억원 늘어난 금액이고, 2016년 처음 5천억 원에 도달한 후 3년 만에 6천억 원대에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의견이 따랐다. 전체 공공기관 총 구매액 57조285억원의 1.1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법정 의무 구매율 1%도 충족했다.

그러나 2021년 4월말 현재 시설 693개소에서 공연을 상품으로 하는 장애인근로사업장은 효정(한빛예술단)뿐이다. 그 외 애니메이션 채색 작업을 하는 구로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과 공예를 생산하는 5개 시설이 있어 장애인 예술로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시설로 선정된 곳은 전체 1%에 불과하다.

효정근로사업장은 장애인 예술이 우선구매 대상이 된 첫 사례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인 한빛예술단을 운영하며 2016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됐다. 2020년 8월 실로암 장애인 근로사업장의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공연도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공연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로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 또한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시설로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일정 교육을 수료한 후 직원으로 채용되어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2D 애니메이션에 이용될 삽화를 채색하는 업무가 많아 ‘창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따랐다.

공예를 생산하는 곳도 공예작품 활동보다는 공예품을 만드는 근로시설에 가까워 결국 장애인 예술로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시설이 된 곳은 효정근로사업장 1곳뿐이다.

김예지 의원실에서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예술공연 분야 품목으로 지정받은 생산시설은 2개소로 2019년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이 6천488억원인데 같은 해 예술공연 분야의 우선구매액은 7백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9월 예술공연 분야 품목으로 지정받은 생산시설은 2개소로 예술공연 분야의 우선구매액이 7백만 원에 불과했다.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는 가장 먼저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같이 중증장애예술인이 생산하는 공예품이나 중증장애예술인의 공연 등을 우선구매 대상으로 법에 확실하게 명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귀희 대표는 “예술이 무슨 상품이고 근로냐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그러나 엄연히 「장애인복지법」제2조(정의)에서 문화 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예술인’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예술 활동을 ‘근로’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먼저는 소비자가 장애인 예술상품을 인지할 경로가 적기에 장애인 예술상품이 소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안 개정뿐만 아니라 장애인예술상품 소비자를 의무적으로 생성해주고, 장애인 예술전문 관리자를 두는 방안과 장애 예술을 지원하는 매개 기관에 위탁하는 방법도 장애예술 소비를 늘리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 ‘장애예술인’ 개인 상품화는 아직 논의 필요... "전문가 3인의 의견은?"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관련하여 우선구매 대상의 경우 구매 과정인 입찰이나 개인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상의 법률적 자격요건이 있어야 개인 구매대상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데, 본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시설이나 단체 외에 개인도 구매대상이 되게 했기에 타 법률과의 상충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개인 자격의 구매대상이 가능한 것은 1인 사업자등록을 하고 법인으로 보는 등록사업자인 경우가 있다. 단, 용어를 정의할 때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대상이기 때문에 해당 조건을 모두 갖춘다고 해도 여전히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선구매에 대해서는 관련 구매 절차상의 제한이 따를 수 있어 운영상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따랐다.

정 교수는 “개인을 구매대상으로 할 때에는 기존의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지정 요건’에서도 시설이나 단체의 지정 요건이 매우 엄격했다. 그래서 지정되었다가도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까지 확대하는 것은 본 제도의 운영 절차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지정 요건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배은주 상임대표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요건부터 완화해야된다고 말했다.

장애인 예술이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장애예술가가 고용되어있는 단체나 사업장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로 지정되어야 하지만, 이것에는 까다로운 요건이 따른다.

장애인 예술가를 중증장애인으로 70%, 10명 이내 고용해야하고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실상 장애인 예술가를 고용하려는 직업재활시설의 수요는 낮기 때문이다. 해당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장애인예술단체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있겠냐는 의문이다.

배은주 대표는 “개인 예술가를 포함해서 프리랜서 예술가의 예술작품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포함시킨다면 고용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개인 예술가도 어떤 형태로는 예술직업재활시설같은 생산품 시설에 고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오케스트라인 한빛예술단을 운영하는 효정근로사업장도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처음 지정됐지만 이 또한 당시 효정근로사업장은 시설이었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이미 장애인 예술가를 10인 이상 고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고 말했다.

효정근로사업장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이후 공연 분야가 지정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자체 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 장애인 예술가가 10인 이상 고용되어있는 예술 기관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에서 법률 개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 요건부터 완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뒷받침됐다.

이번 정책 간담회의 좌장은 목진휴 국민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고, 토론에는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배은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대표, 이혜경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개발팀장, 박광돈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경 연구개발팀장은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 우선구매비율을 1%에서 2%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에 매우 공감하는 한편,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비율을 2%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강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1%로 하는 것이 적절한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결국 생산시설의 총생산량을 분석해 구매비율 1%가 적합하다는 확인과정을 거친 바 있다. 2%로 구매비율을 확대하기에 앞서 생산시설의 생산량을 분석하고 중증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할 수 있는 지속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생산 품목 다양화와 품질 개선, 구매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등 여러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 정부 차원에서 장애예술인 활동을 활성화해야... 해외 사례는?

전문가들은 장애예술인의 행위를 관련 법률에 따라 강제하더라도 결국은 문화 예술을 구입하고 그 상품을 평가하는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장애예술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독일, 러시아 등 교육기본법과 예술진흥 관련 법률에서는 장애와 비장애를 막론하고 예술교육과 진흥에 대한 지자체의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

예술교육이나 훈련에 필요한 지자체의 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융자, 국가 문화예술인 발탁사업, 지자체의 정기적 공연예술 전시나 공연 등을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 등이 있다.

미국은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 제정 이후, 장애인들이 연극, TV, 영화, 장애예술제, 수어 및 오디오 해설 공연 등 예술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50% 이상이 자영업이다. 그러나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예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거나 예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지원 부족, 차별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그만큼 장애인이 예술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활동하며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은 법안 개정과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민간기관에서 장애인 문화예술행위를 우선 구매하여 진흥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확대되어야하고, 특별법 개정을 위해 연구와 토론회를 열어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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