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이동권 외면한 신서귀포 곳곳의 횡단보도
휠체어 이동권 외면한 신서귀포 곳곳의 횡단보도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5.17 0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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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 단차, 휠체어 등 통행에 큰 불편
법정 허용단차 2cm의 2~3배, 때로는 위험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2년 전 민원제기 결과 시정 약속 지키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유사 높이 단차에서 휠체어 전복으로 다친 기억, 트라우마로 떠올라
인도와 횡단보도 사이는 단차가 없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2cm가 넘을 수 없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그중에서도 서귀포는 많은 관광시설이 있어 방문자가 많은 곳이다. 그리고 서귀포시 제2청사와 경찰서, 월드컵경기장 등이 소재한 신서귀포에는 관광시설은 아니지만 공중시설과 공공시설이 많다. 특히 혁신지구에는 국세공무원교육원과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등 몇몇 정부 부처의 교육원이 모여 있고, 공무원연금공단과 기상과학원 등 여러 국가기관이 있다.

필자는 과거에 업무로 서귀포 신시가지(1993년도에 생겼으니 지금은 신시가지라고 하기도 어색하지만)를 여러 번 방문했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필자가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시가지 이동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때로는 횡단보다 단차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이동해야 했다. 

신시가지에 있는 곳곳의 횡단보도는 대부분 법정한도(2cm)보다 훨씬 높은 단차를 이루고 있어 휠체어 이동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직접 측정을 해본 결과 대부분 4cm가 넘었고, 7c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보통 법정 높이의 2~3배를 초과하는 셈이다. 명색이 새롭다는 의미의 신(新)자를 붙여서 만든 시가지가 그렇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2조(이동편의시설의 세부기준)에 딸린 별표1에서 제2호(도로) → 가목(교통약자가 통행할 수 있는 보도) → 6)(턱낮추기)에 “횡단보도와 접속하는 보도와 차도의 경계구간에는 턱 낮추기를 하거나 연석경사로 또는 부분경사로를 설치하여야 하고, 보도와 차도의 경계구간은 높이 차이가 2센티미터 이하가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서귀포시의 신시가지의 거의 전역에 산재한 횡단보도는 불법시설이자 장애인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때로는 위험을 주기도 한다. 이는 장애인에게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유모차나 노인보행기의 이동에도 불편을 줄 것이다.

당국에서는 불과 3~4cm를 초과하는 이런 시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언젠가 다른 곳에서 전동휠체어로 이처럼 과도한 단차가 발생한 횡단보도를 통행하면서 “가속도를 좀 붙이면 단차를 쉽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조금 속도를 낸 적이 있다. 그래봐야 시속 6km 정도 되었을까? 휠체어 앞바퀴가 단차를 넘지 못하고 충돌하는 바람에 앞바퀴 지지대가 부러졌다. 순식간에 휠체어가 앞으로 기울었고, 신체가 이탈하여 거꾸러졌다. 머리와 얼굴이 도로에 부딪혀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했다.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운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그 이후 과도한 단차가 발생한 횡단보도를 만나면 트라우마처럼 기억이 떠오른다. 횡단보도의 단차해소는 단순한 편의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2019년 7월 11일,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서귀포시장에게 시정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서귀포시(건설과 도로관리팀)에서는  그해 7월 30일자 답변에서 “횡단보도 진입 인도 경계석에 대하여는 교통약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 다시 그곳을 가 봤다. 당연히 시정이 되었을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화가 났다. 기만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2년 전 2019년 7월 30일자 서귀포시장의 답변서를 보면, 안해도 될 변명으로 사족을 달아 놓았다. 오히려 그 변명을 보고 서귀포시의 잘못된 행정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2005년에 제정되었는데, 신서귀포는 1993년 서호지구 택지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보도와 차도의 경계구간이 현재 기준보다 다소 높게 시설되어 있으나, 법령 제정 이후에 건설된 혁신지구와 강정지구는 법정 기준대로 되었다“는 것이다. 즉 혁신지구(당해 구역은 도시 전체에서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의 근린생활시설은 서호지구에 있음) 등을 제외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귀포시가 관계 법령을 잘 모르고 한 말인 것 같다. 교통약자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말함, 이하 같음)이 2005년에 제정(2006.1.28.부터 시행)된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 법령은 2005년도에 새롭게 제정된 것이 아니라, 1998년도에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벌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에 규정되어 있던 것을 도로와 교통시설에 대해서 분리하여 제정한 것이다. 따라서 서귀포시의 답변은 사실을 오도하였다.

그리고 그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횡단보도 진입단차 2cm 이내“에 대한 규정은 1994년 12월 30일자로 제정(1995.1.1.부터 시행)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의 위임을 받은 보건복지부령)에서 똑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그 법령이 장애인등편의법으로 승계된 것이다. 그런데 그 규칙의 부칙에서 도로의 모든 횡단보도는 그 규칙 시행일로부터 5년 내에 기준에 맞게 정비하도록 했기 때문에, 1993년도에 도로건설이 완료되었더라도 2000년도까지는 법령에 맞도록 다시 정비를 했어야 했다.

설사 횡단보도 단차제한 규정이 2005년도에 처음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그렇다. 휠체어 등 이동보조장비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는 기준을 국가가 정했다면, 그 기준은 과거에 설치된 도로라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 도로는 국가나 지자체 소유이기 때문에 소급입법금지와도 상관없다. 그래서 관련 규칙이 처음 제정된 1994년도에도 기존 시설에 대하여 5년 내에 시설을 갖추도록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서귀포시는 무려 20년 이상 법을 지키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었을까?

그런데 서귀포시는 행정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신서귀포뿐만 아니라, 올레길 코스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곳곳의 횡단보도에 법정한도를 초과한 단차가 자주 발견되었다. 서귀포시의 민원답변대로 하면 서귀포 전지역의 1%에도 안되는 혁신·강정지구를 제외하고 2005년도 이전에 형성된 모든 지역의 횡단보도가 법정단차를 현저히 초과하는 불법시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서귀포시는 이 법령을 집행하고, 위반시설에 대해서 벌칙을 가해야 하는 주무기관이다. 그러함에도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고, 시정약속도 2년 가까이 지키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는 또한 장애인차별행위에 속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약칭)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귀포시는 시내 곳곳의 횡단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바란다. 유동 인구가 많고 단차가 심각한 신서귀포부터라도 조속히 정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귀포시청과 경찰서 및 국가기관들이 모여 있는 신서귀포의 중심지
서귀포시청과 경찰서 및 국가기관들이 모여 있는 신서귀포의 중심지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1)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 ⓒ소셜포커스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2)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 ⓒ소셜포커스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3)
법정 제한높이를 2~3배 초과한 서귀포 신시가지 곳곳의 횡단보도 ⓒ소셜포커스
서귀포 시내 다른 지역(올레길 일부)의 횡단보도의 단차
서귀포 시내 다른 지역(올레길 일부)의 횡단보도 단차 ⓒ소셜포커스
횡단보도 진입로에 단차가 없이 양호하게 시공된 혁신지구 도로의 모습
횡단보도 진입로에 단차가 없이 양호하게 시공된 혁신지구 도로의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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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1-05-17 13:49:47
제주도는 이동약자들이 관광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곳이 아닌가요? 서귀포시는 예외지역 인가보죠? 관계법 시행 시기여부를 떠나 현식적으로 불편시설이 있다면 개선되야 마땅한거 아닌가요? 예산부족 타령을 할 만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경계석 턱낮춤공사 정도는 관계자들의 의지만 있어도 시행될 것 같습니다. 저런것을 보면 관계자들의 장애인식과 무관심 정도를 알 수 있겠네요. 대외적으로 관광천국이라고 홍보에만 열올리지말고 저런 작은부분에도 관심을 갖고 소수약자들을 위한 정책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시기를 관계자여러분께 간곡히 당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