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바퀴, 매번 닦고 들어가야 할까?” 불편함에서 ‘변화’ 이끌어낸 두 청년
“휠체어 바퀴, 매번 닦고 들어가야 할까?” 불편함에서 ‘변화’ 이끌어낸 두 청년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0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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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캥스터즈의 김강 대표, 조정흠 이사
‘휠체어 닦아야 실내 진입 가능’ 불편함 개선하고자 ‘휠스터 미니’ 개발
휠체어 사용자 피드백 적극 수용… “휴대성과 디자인 가장 신경 썼어요”
와디즈 통한 선 구매 요청 많아,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판로 개척 힘쓸 것
“장애인 기술 산업 판도 바꾸겠다” 사회적 약자 위한 소셜 벤처 늘어나길
장애 기술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캥스터즈'의 두 기둥 김강 대표(오른쪽)와 조정흠 이사(왼쪽)를 만나봤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 기술 산업에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캥스터즈’의 김강 대표와 조정흠 이사를 만나봤다. 휠체어 사용자의 욕구를 파악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알짜배기 아이디어를 제품에 담았다. 이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구매자들 반응이 뜨겁다. “이런 제품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라는 질문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 휠체어를 타고 실내를 진입할 때마다 휠체어를 닦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에 착안해 휠체어 바퀴를 세척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수요는 많았지만, 그 누구도 실제로 만들지 않았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두 분의 열정 가득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캥스터즈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네요.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김강 : 미국 유학 시절에 제가 ‘Kang(캥)’이라고 불렸어요. 창업 전에 친구들과 회사 이름을 고민하다가 농담으로 ‘갱스터’의 갱 자를 캥으로 바꿔서 ‘캥스터’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 시초가 됐어요. ‘캥스터’가 사실 회사 이름으로는 발음도 어렵고 세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 추천을 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가서 어반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캥스터’의 의미를 검색하고 나서는 바로 결정하게 됐어요. ‘기꺼이 무엇이든 시도하고 소중한 사람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우리 회사 철학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Q. 캥스터즈의 시작이 궁금한데요?

김강 : 스마트 휠체어를 제조하는 기업에서 3년 넘게 수출담당자로 일을 해왔어요. 동시에 꾸준하게 장애인 기술 기반의 소셜 벤처를 생각해왔고 아이디어 노트를 많이 적어왔죠. 그러다가 ‘예비창업 패키지’라는 정부 과제에 선정이 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작년 6월에 법인 설립을 했습니다.

제 아이디어 노트에는 주로 휠체어 사용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적혀있어요. 우연히 휠체어 사용자가 실내에 들어갈 때 걸레로 닦는 걸 봤는데 너무 불편해 보이는 거예요. 매번 휠체어 바퀴를 걸레로 닦고 들어간다는 것이 일반 보행자는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잖아요. 또 찾아보니까 휠체어 바퀴를 간편하게 닦고 들어가게 하는 제품이 없더라고요. 이것에 착안해서 ‘휠스터 미니’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Q. 캥스터즈의 제품들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느낀 것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정흠 : 네 맞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재작년에 원인 불명으로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그런데 아버지의 휠체어를 끌고 미는 건 주로 가족의 몫이고 아버지가 휠체어를 닦을 수 없으니까, 저와 동생과 어머니가 함께 걸레와 물티슈로 닦았거든요. 이런 과정이 길어지니까 아버지랑 외출 한 번 하는 것도 가끔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전에는 그냥 불편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그런데 김강 대표가 우연히 제게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상용화가 안 돼도 아버지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만들게 된 제품이에요.

김강 : 저희 아버지도 언어 청각장애인이고 어머니는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인입니다. 캥스터즈 직원 10명 중 8명이 장애인 당사자이거나 장애인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캥스터즈가 발견한 문제는 우리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의 고객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저희는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심을 담아 일하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있어요.

수동휠체어 바퀴를 편리하게 세척할 수 있는 ‘휠스터 미니’ (제공=캥스터즈)

Q. '휠스터 미니' 출시 이후 반응은 어떤가요?

김강 : ‘휠스터’는 휠체어 바퀴를 세척해주는 브랜드에요. ‘휠스터 미니’가 저희의 첫 번째 제품인만큼 휴대성과 디자인 면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휠체어를 타고 ‘휠스터 미니’에 가볍게 올라타서 바퀴를 굴리기만 하면 깔끔하게 불순물이 닦여요. 간편하죠?(웃음) 기능적인 부분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 외에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들고 다녔을 때 기분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품 곡선부터 색상, 재질, 패키지까지 신경 써서 구성했습니다.

조정흠 : 오늘 마침 와디즈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가 시작돼요. 와디즈에서 선구매 창을 오픈한 지 4일 만에 100명 이상이 구매 의사를 밝혔어요. 또 와디즈에서 장애인 기술 분야로는 저희가 최초로 제품을 오픈하거든요. 우리나라 대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보니 와디즈도 그렇고 저희도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 제품이 실제로 잘 돼야 저희 같은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외도 반응이 좋아요. 회사 SNS에 제품 사진을 올렸는데, 특별히 홍보 목적은 아니었는데 따로 메시지를 보내더라고요. 제품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언제 출시되는지 등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지의 휠체어 유통 및 제조업체, 장애인 협회에서도 연락을 주셨어요. 이런 신호들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요.

Q. 출시에 앞서 휠체어 장애인의 꼼꼼한 사전 검증과 테스트를 통해서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들었어요.

김강 : 맞아요. ‘휠스터 미니’가 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데, 브러시 형태나 각도, 재질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느라 연구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어요. 전 세계 휠체어만 1천6백여 종류가 있어요. 개개인의 신체 능력과 체형도 다르고요. 올라가는 각도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와 올라갔을 때 바퀴가 이탈할 수 있는 가능성, 휠을 돌릴 때의 마찰력과 세척력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무엇보다 장애인이 본인 집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 집에도 가잖아요. 그런데 친구 집에 갈 때도 매번 미안해하는 거예요. 매번 휠체어에서 내려서 기어 다닐 수도 없고요. 그래서 작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세척기에 대한 수요가 있었어요.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든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미니’ 버전을 출시하게 된 것이고요.

특히 발로 뛰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자 부산시와 공주시 등 지자체에 찾아가서 시연회를 실시했어요.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제품에 대한 설문조사와 유선 상담을 진행하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 장애인협회나 기관에도 요청하고요. 휠체어 장애인이 직접 올라타서 굴려보았을 때 실질적인 피드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맞았던 것 같아요. 더 많은 피드백을 수용하고 보완하고자 제품 출시가 반년 정도 늦어지긴 했지만요.

지난 4월 30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캥스터즈가 장애인 실내 피트니스의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소셜포커스

Q. 코로나 때문에 장애인은 복지관과 체육관을 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어요. 스마트 홈 피트니스 솔루션도 개발하신다고요.

김강 : 네, ‘휠체어 미니’로 휠체어 사용자가 먼저 실내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돕고 나서 그다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운동’이더라고요. 장애인은 실제로 재활과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잖아요. 비장애인을 위한 홈트레이닝 장비나 서비스는 많지만, 장애인을 위한 실내운동장비나 콘텐츠는 거의 전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휠체어 사용자가 집에서 재밌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휠리X’를 개발 중이에요. 휠체어를 탄 채로 스피닝 운동하는 것을 연상하면 돼요.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초소형 러닝머신에 맞춤 소프트웨어를 장착해서 전문 강사가 제공하는 운동 콘텐츠와 재밌는 게임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에요.

조정흠 : 10월에 시제품인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국내외 200대 한정으로 판매 예정이에요. 다가오는 판매 근거로 추후에 상용화 버전을 출시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이 있어요. 운동과 게임 콘텐츠 두 가지 방향으로 제공하려 합니다. 저희가 제작하는 운동 콘텐츠를 통해 장애인 스타 강사를 육성할 수도 있죠. 전현 패럴림픽 선수들과 협업하면 또 다른 고용 창출이 되고, 구독자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의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건강한 운동습관을 만들고요. 이렇듯 ‘휠리X는’ 저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제품이라 애정도가 큽니다.

Q. 국내외를 아우르는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요?

조정흠 : 먼저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통해서 회원들이 공동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어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지자체 복지관, 체육관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동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고양시 재활스포츠센터에도 시제품을 가져가서 방문 장애인과 관계자들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했고요. 시연회는 계속 다닐 생각이에요. 국립재활원을 필두로 전국 지자체마다 중앙 보조 기기센터가 있으니까 센터에도 배치하려고 해요.

해외의 경우 보조기기 휠체어 유통업체 26개국과 45개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파트너들을 통해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해외에서 유명한 휠체어 홍보대사를 필두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캥스터즈'의 팀원들 (제공=캥스터즈)

Q. 두 분 인연은 어떻게 시작이 된 거예요?

조정흠 : 사실 느낌은 거의 10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 같은데요.(웃음) 작년 이맘때 처음 만났어요. 이전에는 장애 용품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이 친구 생각이 났죠. 휠체어 관련 업체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고 친구를 통해 연락처를 받았어요. “휠체어 어떻게 사야 하느냐”고 물어봤죠. 그렇게 밥을 먹게 됐는데, 이 친구가 그때 처음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들려줬어요. 제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인데(웃음) “아 이 사업안은 마음을 울린다”고 느꼈죠. 결과적으로 사업은 수익 창출이 중요한데, 이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강 : 원래는 조정흠 이사는 오랫동안 본인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친구이지만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선배이니까 저는 조언을 들으려고 밥을 먹자고 한 건데(웃음) 오히려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해주어서 함께 하게 됐어요. 또 둘 다 부모님이 장애가 있다 보니까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아주 빠르게 친해진 것 같아요.

Q. 캥스터즈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팀원 역량이 대단하던데요.

김강 : 감사합니다. 캥스터즈는 총 10명의 인력으로 마케팅, 글로벌, 연구 세 분야로 포진해 있어요. 해외에는 7천만 명의 휠체어 사용자가 있어요. 저희가 만드는 제품의 가치를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영어나 중국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들을 최우선으로 뽑았어요. 그리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 중에 장애인이 있거나 장애 감수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성장 과정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팀원 모두가 우리가 하는 일에 가치를 알고 애정을 가지고 똘똘 뭉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니까 저는 수평적인 구조로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싶거든요. 물론 창업을 시작할 때 제가 꿈꾸던 이상적인 회사의 기준은 있었어요. 막상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이상과 현실은 정말 멀더라고요. 대표로서 아직도 그런 괴리감과 싸우고는 있습니다만, 직원들이 최대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내 복지에 신경 쓰고 있어요. 회사에서 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재택근무를 주 1회 허용하는 식으로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Q. 향후 캥스터즈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김강 : 거창하지는 않지만 캥스터즈가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선례가 되어서 제2의, 제3의 캥스터즈가 만들어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셜 벤처 기업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을 하면 잘 안 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그것을 깨는 캥스터즈가 되고 싶습니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이윤 창출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런 캥스터즈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정흠 : 저는 삶의 목표가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목표를 세우다 보니까 장점도 있지만, 그 목표 안에 제가 갇히게 되더라고요. 목표를 못 이뤘을 때 느끼는 절망감과 또 목표를 달성함으로 오는 허무함도 느껴보고요. 그래서 지금 제 목표는 아주 작아요. 내가 지금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매일매일 해나가는 것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만든 제품을 저희 아버지가 꼭 좋아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 지인들이 저희 제품을 보고 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한편 ‘휠스터 미니’는 오는 6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총 3주간 와디즈를 통해 제품을 론칭한다. 해당 프로젝트 기간 동안 300대 한정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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