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어통역 장벽’ 언제 무너지나... 애타는 건 농인뿐?
청와대 ‘수어통역 장벽’ 언제 무너지나... 애타는 건 농인뿐?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04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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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 없어 자동생성자막 의존해야... 인식율 낮아 오류 투성
방송사마다 수어통역 해석 상이 "청와대 전담 수어통역사 필요"
장애인 단체들이 4일 오후 청와대 앞에 나와 대통령 연설과 대국민 기자회견,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유튜브, 청와대 SNS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청와대 연설에 나오는 수어통역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며 4일 청와대 앞으로 나왔다.

청와대는 수어통역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를 비롯한 농인들이 청와대에 수어통역을 요구한 지 5년째지만, 여전히 농인들은 청와대 연설을 보려면 자동생성자막에 의지해야한다. 이마저도 인식률이 낮아 오류가 많은 자막을 보며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정책 브리핑과 국회 소통관에는 수어통역사가 배치됐다. 정부 기관과 국회에서도 뚫린 수어통역 장벽이지만, 여전히 청와대만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2020 탕 소통 입 선 언어 / 규 배나 경과 지속 가능 발전 을 함께 이루기가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대표는 "방금 말한 문장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에 연결된 자동생성자막이다. 이해할 수 있겠나? '2050 탄소중립 선언도 /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발전 변화를 함께 이루기가'라고 해석해야는데 자막 오류가 심해 농인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는 물론 청와대 유튜브 영상에는 수어통역이 없다. 자동으로 연결되는 자막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청와대를 마주하는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에는 공공기관의 영상물은 수어통역이나 자막을 제공할 것을 의무사항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화언어법」에는 공공기관이 수어사용자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모든 생활영역에서 한국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도 모든 기념일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의 실질적인 정보 보장을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해야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미국 백악관 SNS의 동영상 수어통역 화면 갈무리
미국 백악관 SNS의 동영상 수어통역 화면 갈무리 ⓒ장애벽허물기

방송사마다의 수어통역이 다르게 해석되는 문제도 있다. 청와대에서 통역사를 섭외하지 않고 방송사에 책임을 일임하고 있어 극히 일부 방송사만이 수어통역을 제공했고 결국 연설을 해석하는 여부가 상이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지난해 많은 방송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연설을 생중계했지만, 당시 수어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KBS, MBC, SBS, MBN, KTV 5곳뿐이다.

회견장에 나온 한 농인은 "뉴스전문채널을 보다가 수어통역이 없으니 수어통역을 하는 방송사로 채널을 돌려야했다. 내가 선호하는 방송사가 아닌 다른 방송사에서 연설을 봐야한다는 것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방송사에 통역을 하는 수어통역사마다 수어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이는 보는 각도에 따라 자의적 해석을 낳을 우려도 있다. 대통령의 연설이 통역사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해야할 부분"이라며 지적했다.  

이들은 청와대 연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것을 방송사에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연설에 청와대가 주체적으로 통역사를 섭외하고 관리감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유튜브, SNS 계정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것 ▲동영상 올릴 때 자동재생자막 사용할 경우 인식율이 높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편집자막을 제공할 것 ▲대통령 연설, 대국민 기자회견,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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