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해상케이블카, 전동휠체어 거부 이유
목포 해상케이블카, 전동휠체어 거부 이유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6.07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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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바닷가 작은 유달산, 기암괴석과 험준한 절벽 등 명승 자랑
산기슭의 노적봉과 앞바다의 고하도, 이순신 장군의 구국혼 서려
유달산 넘고 고하도를 잇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 재작년 개장
최신 시설의 케이블카, 이해할 수 없는 전동휠체어 거부 이유
목포 유달산과 케이블카(사진=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 유달산과 케이블카(사진=목포해상케이블카)

한반도의 서남단에 위치한 목포, 유달산은 그 목포에서도 서남부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유달산의 정상은 해안에서도 아주 가깝고, 해발 높이도 228미터에 불과하다. 높지도 않고, 넓지도 않은 작은 산이다.

그러나 정상으로 올라가다 보면 주변 곳곳의 기암괴석과 험준한 절벽은 금강산 만물상 한 부분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절경을 이루고 있다. 노령산맥의 큰 줄기가 무안반도 남단에 이르러 마지막 용솟음을 친 곳이다. 호남 제일의 절경이라 해도 시비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남의 소금강”이라고도 했다. 산봉우리에 오르면 목포시와 다도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유달산 하면 산기슭에 있는 노적봉이 떠오른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노적봉에 짚단을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처럼 보이도록 낟가리*로 위장하여 왜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노적봉에서 내려다보면 바다 건너에 고하도가 보인다. 강 건너처럼 가깝다.

* 낟가리(노적): 농가의 마당이나 넓은 터에 원통형으로 곡식을 쌓아두는 저장시설이며, 벽면과 지붕 등 외관을 짚단으로 덮었다.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치르고 나서 얼마 후에 수군 총사령부를 설치하였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해남과 진도 사이의 명량에서 단 13척의 배로 10배가 넘는 왜적을 물리쳤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기적적인 대승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작선상 고군산도(군산 앞바다의 섬)까지 잠시 이동했다가 목포에 있는 고하도로 내려왔다. 여기에 임시 수군 총사령부를 설치하고 106일 동안 머물렀다. 고하도에서 조선의 수군 전력은 전성기 때에 준하는 수준으로 부활하기 시작한다. 기적같은 명량해전의 전승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 휘하의 수군에 지원하기 위해 고하도로 몰려왔다.

13척에 불과하던 전선도 짧은 시간에 50척 이상으로 늘었다. 그리고 물러가는 왜군을 향해 본영을 고금도로 옮겼다. 전력을 추스르고 나서 다시 전방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해에 벌어진 노량해전에서 7년의 왜란을 마무리하면서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대첩과 함께 장렬하게 전사했다.

필자의 가설이기는 하지만 고하도에 이순신 장군의 수군본부가 있을 때 주변을 정탐하던 왜군의 정찰선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멀리 군량미 저장시설로 위장된 노적봉을 보았다면, 왜군은 조선의 수군이 실제보다 휠씬 많은 것으로 판단하였지 않았을까? 따라서 조선 수군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그 사이 조선 수군은 전선과 무기를 만드는 등 전력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달산의 기암괴석과 절벽, 절벽 사이로 아찔한 계단이 인상적이다.
유달산의 기암괴석과 절벽, 절벽 사이로 아찔한 계단이 인상적이다.(사진=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고하도의 모습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고하도의 모습(사진=목포해상케이블카)
고하도의 해안데크, 멀리 보이는 다리는 목포대교
고하도의 해안데크, 멀리 보이는 다리는 목포대교

이 유달산은 우리나라에 근대 가요가 들어오면서, 민족의 애환을 달래주는 노랫말에도 자주 등장한다.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영산강 처녀’, ‘유달산아 말해다오’ 등이다. 그만큼 목포의 유달산은 목포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기도 하다.

볼거리가 많은 목포에 최근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하였다. 2019년 9월에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다. 총길이 3.23Km로서 국내 최장거리를 자랑한다. 목포 시내 북항 스테이션을 출발하여 유달산 정상부까지 올라가서, ‘ㄱ’자로 꺾여 내려가다 해상구간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에 이르는 코스다.

해상케이블카라고 하는데, 전체구간 중 해상구간은 820m이고, 나머지 75%에 해당하는 구간은 유달산을 넘어가는 구간이다. 사실상 유달산 케이블카라 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을 넘어가다 보면 곳곳의 기암괴석과 절벽이 숲과 어우러져 눈 앞에 펼쳐진다.

정상에서 바다 구간을 향하면서 멀리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유달산 구간을 내려오면 바로 해상구간이기 때문에 두 구간을 연결하는 타워는 엄청난 높이다. 155m, 케이블카 주탑 중에선 국내 최대이고, 세계에서도 2번째라고 한다.

케이블카는 전 구간에 3개의 승강장이 있다. 북항 스테이션에서 출발하면,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서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고, 내리지 않고 종점인 고하도까지 타고 갈 수도 있다.

고하도에 내리면 여기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고하도 하면, 이순신 장군이 13척 규모에 불과하던 수군을 다시 최강의 전력으로 재건했던 곳이 아닌가? 물론 이순신 장군의 유적도 볼 수 있다. 고하도에는 1Km의 해안절벽을 잔도처럼 꾸며놓은 해안데크가 명물이다. 여기에도 이순신 장군 조형물이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하고 단숨에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들에게 추천할 대표 관광지 100개를 2년마다 선정하는데, 금년 1월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뽑힌 것이다.

목포 해상케이블카와 주변 안내도
목포 해상케이블카와 주변 안내도
유달산과 해상구간을 연결하는 155m 높이의 주탑과 주변 풍경
유달산과 해상구간을 연결하는 155m 높이의 주탑과 주변 풍경(사진=목포해상케이블카)

필자는 최근에 이 케이블카를 이용한 적이 있다. 목포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북항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승강장 건물 주변에는 매우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형 관광버스 수십 대를 주차해도 될 만큼 넓은 공간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바닥이 온통 요철구조이다. 이러한 요철구조에서는 휠체어 이동이 너무 불편하다. 차에서 내린 필자는 승강장 건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이동하는데도 매우 힘들었다. 이러한 구조는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이 유아차를 밀고 가는데도 매우 불편한 구조다. 공공시설의 노면을 시공할 때 가장 먼저 퇴출시켜야 할 공법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공을 했을까? 어느 주차장에서도 볼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다른 장점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주차장에서 승강장 건물 앞마당으로 이어진 차량용 도로가 있고, 차도 양쪽으로 보도블럭이 깔린 인도가 있다. 주변의 시설을 둘러볼 겸 그 인도를 타고 주차장까지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보도의 끝부분에 단차가 나타나서 휠체어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당연히 단차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이동했다면 추락할 수도 있는 어이없는 구조다. 계속 이동하기 위해서는 내려왔던 보도를 다시 되돌아가서 차도를 따라 내려와야 한다. 도로 공사시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어렵게 승강장 건물에 도착했다. 코로나 방역절차를 거쳐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내려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서울의 남산 케이블카나 설악산 케이블카를 이용할 때도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했는데...

요즈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라면 대부분 전동휠체어를 쓴다. 수동휠체어는 누군가 계속 밀어줘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필자도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 정상이나 고하도에 내려서 주변 관광도 해야 하는데, 수동휠체어로 바꿔 타면 이런 구경은 불가능하다. 케이블카만 타고 한 번도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와야 한다.

필자가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각종 소지품은 항상 전동휠체어에 붙박이로 장착된 가방 안에 들어있다. 거기에는 노트북 등 고가의 휴대물도 포함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로 본다. 타고 있는 휠체어에서 내리라는 말은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라는 말과 같은 모욕감을 준다.

그런데 그 전동휠체어에서 내려야만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니 멘붕이다.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전동휠체어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탈 수 없다고 했다. “탑승정원이 10명으로 되어 있고, 운행 중인 55대 중 상당수는 손님이 없거나 두 세명씩 타고 있는데, 사람 포함해서 150Kg에 불과한 전동휠체어 1대가 무거워서 탈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다시 문의 했다. 설사 성수기에 탑승자가 다 차더라도 휠체어가 탈 때는 한두 명만 다른 캐빈으로 태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케이블카는 운행구간의 고도가 너무 높아서 그렇다”고 했다. 필자는 다시 “서울의 남산케이블카나 설악산 케이블카는 고도가 이보다 훨씬 높은데도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얼마든지 케이블카를 이용했고, 더구나 이 케이블카는 최신 기종일텐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승강대의 높이가 케이블카 출입구보다 낮아서 단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 우려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승강대와 탑승구 사이에 단차가 발생한다면 이는 부실시공이 아닌가? 당국이 그러한 시설의 가동을 허가했다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이라면 단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승강대를 보수하면 될 일이 아닌가?

이번에는 좀 단호하게 물었다. “도대체 정확한 이유가 뭐냐?”

그랬더니 관계자는 “휠체어 무게나 케이블카의 고도보다 사실은 승강대의 단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관계자가 휠체어를 수동으로 바꾸지 않으면 탑승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다툴 수는 없었다. 필자는 하는 수 없이 전동휠체어에 모든 소지품을 그대로 둔 채,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곳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로 갈아탔다. 그리고 회사직원의 도움을 받아 승강대로 갔다.

그런데 또 한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승강대에 단차가 있다는 이유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정작 단차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았다. 법령에서 허용하는 휠체어가 통로의 단차는 2c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곳의 단차는 1cm 내외로 보였다. 전동휠체어라면 간단히 넘을 수 있는 구조다. 경우에 따라 오히려 수동휠체어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필자는 회사의 강요에 의하여 수동휠체어를 타고 왔으니, 고하도 등 다른 승강장에서 내리는 것도 어렵게 되었고, 직원의 도움으로 내린다고 하더라도 주변 관광은 포기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북항승강장 입구 대형 주차장의 노면은 요철이 심하여 휠체어나 유아 등의 통행이 불편하다. ⓒ소셜포커스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보도의 단차, 반대로 단차를 인식하지 못하고 내려올 때는 추락 위험이 있다. ⓒ소셜포커스
북항스테이션 케이블카 승강대, 실제의 단차는 사진보다 낮다. 다른 승강장의 단차는 확인하지 못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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