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장애인 ‘탈시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남미례
  • 승인 2021.06.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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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탈시설은 인권침해나 다름없어”
“거주시설의 현대화 등 장애인의 자유로움 보장되어야”
남미례(전남지체장애인협회 화순군지회장)
남미례(전남지체장애인협회 화순군지회장)

‘탈시설’이란 말 그대로 집단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시설을 벗어나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들을 뉴스를 통하여 종종 접하게 된다.

며칠 전 화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중증 지적장애인 A군(18세)이 사망했다는 뉴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몸 곳곳에 멍이 들어있어서 학대 혐의는 없었는지 현장조사도 이루어졌다. 물론 부검결과 자연사로 발표 되었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감추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발표되는 결과를 살펴보면 폭행이나 학대, 체벌, 수치심 유발, 성추행, 성희롱, 식자재 위생관리 불량 등 정말 믿기 어려운 내용들을 보게 된다. 물론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돌보는 시설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선한 시설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잘못된 운영을 하는 시설에 대한 문제점들은 ‘탈시설’이라는 신종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는 2008년 한국정부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다. 또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탈시설 정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토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꾸준한 장애인들의 요구로 인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국정과제로 약속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8년 탈시설 민관협의체 등을 결성했었지만 계획이나 예산은 국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68명의 국회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약칭 탈시설지원법)'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 중에 있다.

현재 전국의 시설거주 장애인은 주로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장애인이 많다. 물론 집단 축소는 바람직하지만 이들이 사회 밖으로 나섰을 때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자. 당장 안전문제와 생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과연 곁에서 생활을 도와주는 활동보조가 제대로 지원될 수 있는가? 예산은 마련되었는가? 머물 공간은 있는가? 앞으로 경제활동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대책 없는 탈시설은 인권침해나 다름없다. 무조건 시설에서 나오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들을 보호 밖으로 내몰아가는 또 다른 문제점이나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탈시설’의 필요성을 축소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도록 거주시설의 현대화가 이뤄져야한다. 특히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의 자유로움이 보장되고, 시설과 외부 출입의 자유화 등을 시행하면 가능하다는 주장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탈시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에 장애인뿐만이 아닌 비장애인과 우리 모두는 더욱 더 관심을 갖고 이제는 답해야 할 것이다.

남미례(전남지체장애인협회 화순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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