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삭감해도 실적은 좋아야" 서울시 탈시설 정책에 좌절하는 '종사자들'
"예산은 삭감해도 실적은 좋아야" 서울시 탈시설 정책에 좌절하는 '종사자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15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자연, 지난해 예산 삭감 이어 올해도 '거주시설네트워크 사업' 예산 깎이자 '폭발'
탈시설 1명하려면 센터 전 직원 달라붙어야... 인력난, 사업비 삭감 언제까지 참아야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나와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을 규탄하고 약속한 탈시설 계획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서울시의 연이은 '탈시설 정책' 예산 삭감으로 장애인들이 분노했다. 15일 오후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이하 서자연) 지부장과 회원들이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은 2009년 현 오세훈 시장의 약속으로 시작됐다. 현재까지 장애인 864명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 자립에 성공했고, 서울시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도적인 탈시설 정책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거주시설네트워크 사업' 예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장애인 단체와의 갈등은 증폭됐다. 시설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동료상담, 자립생활 단기체험, 자립생활기술훈련 등을 진행하는 핵심 사업이 예산 삭감으로 허덕이게 되자 종사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왼쪽부터)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진형식 회장과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범준 센터장, 은평돌봄자립생활센터 김선윤 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전정식 새날돌봄자립생활센터장은 착잡한 심경을 내비췄다. 전 센터장은 "어린시절부터 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인들은 우리가 10~20년 간 살면서 거쳐야할 사회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못하고 시설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탈시설 과정은 시설에 있는만큼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며 '거주시설 연계사업'이 중요한 이유"라며 "원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와 복지관과 다른 기관이 협업해서 시설 장애인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자립생활을 지원해왔는데 지금은 센터만이 남아 이 사업을 겨우 끌어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 센터장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아무리 계약직으로 10년, 20년을 일해도 그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처음에 좋은 뜻을 가지고 함께 참여했던 사람도 견딜 수가 없어서 다 나갔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종사자와 간신히 친해지고 말이 트였는데 어느 순간 다 사라져버리니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의 일환인 '거주시설네트워크 사업' 예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장애인 단체와 갈등이 심화됐다. ⓒ소셜포커스

또한 "발달장애인 한 명을 자립시키려면 한 명의 종사자가 아니라 온 팀이, 센터 구성원 전부가 다 달라붙어야한다. 저녁이면 사라지기도 하고 수도 없이 벌어지는 비상 상황에 정신이 없다. 그런 모든 상황을 견뎌내려면 더 많은 정규직 인력이 거주시설 연계사업에 투입되어야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립생활 주택에 들어갔을 때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서울시가 지난해 약속했던 '장애인거주시설 연계사업 예산 증액'을 파기했다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소셜포커스

김선윤 은평돌봄자립생활센터장도 인력 문제를 거론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 추운날 밖에서 시위하고 서울시 관계자들과 협상단이 만나 약속했던 것을 기억한다. 올해 거주시설 연계사업과 관련해서 인건비를 보장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우리가 똑같은 문제로 이 자리에 나와야하는지 정말 답답하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예산 없이 사업을 진행한 시절도 있었다. 동료라는 이유로 20여 년을 어렵게 함께 해온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탈시설을 이끌어내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노력을 했으면 정부는 당연히 예산을 보장해주고 약속을 지켜야하는 것 아니냐. 예산은 다 깎아버리고 정작 실적은 제출하라고 한다. 실적이야 무시해도 되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탈시설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는 만들어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시위대는 서울시에 탈시설 연계사업 1년치 정규 예산을 편성할 것과 거주시설에 지원주택 운영권을 몰아주는 행태를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포커스

현장에 나온 시위대는 서울시가 장애인 당사자를 고려한 탈시설 정책보다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추진 ▲거주시설 단위 탈시설 모델 개발 ▲거주시설에 지원주택의 운영 권한을 몰아주는 등의 행태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서울시의회에 요구안을 전달하며 탈시설지원법 제정과 발맞춰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 예산을 증액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