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긴 여운 남기며 떠난 ‘세계음악여행’
초여름에 긴 여운 남기며 떠난 ‘세계음악여행’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1.06.17 14: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제6회 정기연주회 성황리에 개최
16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제6회 정기연주회가 16일 저녁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려졌다. ⓒ소셜포커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제6회 정기연주회가 16일 저녁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려졌다. ⓒ소셜포커스

어젯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이하 합창단) 제6회 정기연주회가 열리는 롯데콘서트홀을 찾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서울의 강남, 게다가 대한민국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롯데타워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대규모 공연장 가운데 가장 늦게 개관했던 까닭에 뉴스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신 시설이어서도 그렇지만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관객 몰입도가 높고 공연 감상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장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정 좌석은 무대의 정면을 내려다보는 제일 위층의 가운데 자리였다. 무대와 좌우 관중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장 좋은 자리를 배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는 이번 연주회의 주인공인 합창단원과 서울오케스트라가 정연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사회를 맡은 정예은 음악감독 ⓒ소셜포커스

드디어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사회자가 무대로 나와 관중석을 행해 인사를 했다. 사회자는 이 합창단의 정예은 음악감독이었다.

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정상일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신체의 장애가 자신의 음악활동을 방해할 수 없었다. 2016년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을 창단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나라를 다니며 활발한 연주회를 여는 등 열정을 불태워왔다.

지난 해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를 무대에 올렸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지만 롯데콘서트홀에서 제6회 정기연주회를 갖게 된 것이다.

첫 번째로 소개한 곡은 서울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드보르작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중 4악장이었다. 산뜻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의 이 교향곡은 “클래식 음악은 무겁고 재미없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사회자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다가올 새로운 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의미로 ‘신대륙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고 소개했다.

합창단의 이번 정기연주회의 주제는 ‘세계음악여행’이다. 매년 해외 공연을 개최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해외공연을 잠정 중단했다. 모두가 일상의 생활을 제약받는 전염병의 펜데믹 상황에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세계음악여행’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그동안 합창단이 해외공연을 다녀 온 나라의 민속음악을 이번 무대의 발표 곡으로 선정했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첫 해외공연을 다녀왔던 독일에서의 활동을 담은 영상이 펼쳐졌다. 20세기 클래식 작품 중 최대의 히트곡으로 손꼽히는 칼 오르프의 ‘까르미나 부라나’와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사냥꾼의 합창’을 소개했다. 다음 곡은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연주했던 영상과 함께 미국 민요의 아버지 포스터가 작곡한 ‘스와니강’이 울려 퍼졌다.

합창단이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방문한 나라는 호주였다. 해외공연에 대한 호평으로 호주공연에는 훨씬 더 많은 합창단원이 참여했다. 이런 까닭에 모두 함께 갈 수 없어서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으로 나누어 이동했다는 자막 설명도 이어졌다.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서보기를 원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그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했던 영상과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곡 ‘워칭마틸다’ 와 ‘I am Australian’ 이 두 곡이 소개됐다.

이번 정기연주회 1부 순서의 마지막 곡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공연했던 영상과 함께 ‘라데츠기 행진곡’을 소개했다. 관객도 경쾌한 리듬에 맞춰 함께 손뼉을 치며 무대와 관중석이 하나가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막간에는 이번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장애인 단체장 및 장애인 예술가 등 내빈을 소개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직접 공연장을 찾은 국회의원과 영상으로 정기공연을 축하하는 축사가 이어졌다.

합창단 상임지휘자 정상일 교수가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합창단 상임지휘자 정상일 교수가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제2부 무대의 첫 순서는 합창단의 해외공연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쌓여 있는 스위스가 배경이 되었다. 그 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예정된 버스킹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간신히 비를 피해 있던 화장실 앞 장소에서 “안 될 것도 없다! 못할 것도 없다!”는 합창단의 신조처럼 비를 피해있던 곳이 곧 무대가 됐다. 즉석공연이 펼쳐지자 사방에서 관광객이 모여들어 흥겹게 모든 순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스위스 요들송을 합창곡으로 듣는 것도 이채로웠지만 스크린 영상에 담긴 알프스의 빼어난 비경 속으로의 여행도 매우 좋았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과 크렘린궁전이 배경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음악 ‘백학’은 오래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도 알려졌다. 김민기 교수의 굵고 힘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맞추어 합창단이 화음을 넣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곡은 ‘백만송이 장미’였다. 이 곡은 그리스의 가난한 어느 화가가 당시 연극무대에서 인기를 뽐내던 ‘말라리타’라는 여배우를 짝사랑하게 된 배경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집과 그림을 모두 팔아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장미꽃으로 채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음악여행의 마지막 나라는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로 잘 알려진 ‘푸니쿨리푸니쿨라’는 이태리어로 ‘케이블카’를 뜻한다. ‘베수비오’라는 아주 가파른 화산을 오르기 위해 만든 케이블카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무서워 보였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이 전혀 없자 “가자가자 케이블카 타러가자”라는 내용을 담아 만든 노래라고 했다.

이번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박용찬 작곡의 ‘민국’으로 영상 스크린 속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모습을 담았다. 연이은 앙코르 곡의 대미는 합창단의 18번 ‘이 나라는 우리 장애인들이 지킨다’와 구노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병사들의 합창’이었다.

커튼콜이 계속되자 이 합창단의 상임지휘자 정상일 교수가 직접 작사 작곡한 ‘장애인의노래’가 진짜 마지막으로 연주됐다. 어느새 합창단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이 노래를 높이 울려 퍼지게 했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하는 몸이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상급 연주회를 선보일 수 있는 품격 높은 무대였다.

우리는 노래가 주는 감동과 힘을 느낄 수 있다. 노래는 각박하고 메마르기 쉬운 심성에 촉촉한 감성이 흐르도록 하며 상처 가득한 마음을 감싸주고 치료하게 된다. 마음에 가득 담긴 여운을 오래 간직하리라… 내년에도 이 연주회를 다시 보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애독자 여러분에게도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내년 정기연주회를 꼭 기대해보시라고 권해 본다.

[소셜포커스 염민호 편집장]

무대의 마지막 순서에서 합창단원이 관객을 향해 손동작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호 2021-06-22 08:58:43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드리며, 정상일 단장님과 단원 여러분 축하드리며,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