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구했는데요... 화장실을 못 써요"
"집은 구했는데요... 화장실을 못 써요"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23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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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앞두고 '편의시설 설치' 요구하자, 일체형 욕실이라 '불가' 통보
높낮이 세면기, 좌식 싱크대 등 '주거약자법'에는 설치 명시되어있어
LH "편의시설 설치 불가 공고문에 명시", 인권위 "신청 안내조차 없었어"
(일러스트=뉴스1)
(일러스트=뉴스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장애인 입주 시 주택 내부에 편의시설을 설치해야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에 난감을 표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휠체어 장애인 A씨는 2019년 12월 LH공사와 국민임대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A씨는 LH공사에 '장애인 편의증진시설 설치요청서'를 제출했고, 주택 내부에서 휠체어 사용이 가능하도록 ▲화장실 단차 없애기 ▲화장실 출입문 규격 확대 ▲높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대 설치 ▲좌식 샤워시설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청했지만, '설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공사범위와 비용이 '과하다'는 것이었다. 공사기간동안 입주민 거주가 어렵고, 편의시설 설치 요구대상이 신축 임대주택이라고 해도 이미 설치가 완료된 항목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좌식 싱크대 또한 국민임대주택의 싱크대 하부에 온수분배기가 위치하기 때문에 57만 원의 비용을 투입해서 하부장 물버림대의 문짝을 교체하고 몸통을 개조해서 좌식싱크대를 설치해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폭은 10cm에 불과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민임대주택의 욕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비용 (제공=국가인권위원회)
국민임대주택의 욕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비용 (제공=국가인권위원회)

A씨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주택개조사업'에 선정된 대상자였다. 그러나 LH공사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편의시설을 설치하더라도 퇴거 시점에는 기존의 UBR구조(일체형 욕실/부분 인테리어 불가)로 원상복구해야된다는 답변을 보내자 A씨는 편의시설 설치를 포기하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가 지난해 4월 LH공사 사장에게 A씨를 포함한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장애인이 원할 경우 편의시설을 제공해야하며, 건물 입주ㆍ사용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LH공사는 "입주 시 편의시설 설치 불가를 충분히 고지했다"며 "진정인 A씨의 주택에 한해 공사가능범위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LH공사는 준공 완료 후 이미 입주가 이루어진 국민임대주택에 장애인이 입주하는 경우 「기입주단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기준」을 따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설치기준에는 기입주단지의 욕실이 UBR구조(일체형 욕실)인 경우 단차 없애기, 출입문 규격 확대 및 방향 조정, 욕조 제거 등은 설치 항목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욕실의 UBR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좌변기 안전손잡이 등 건식 항목 위주로 편의시설을 설치해도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세대와 관련해서 LH공사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해줄 법령상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측면도 따른다. 

이에 인권위는 「주거약자법」을 들어 LH공사의 태도가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주거약자법」상의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살펴보면, 출입문 등 일부 항목은 '주거약자에게 임대할 목적으로 건설하는 민간건설임대주택'에 해당하지만, 다른 항목은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하여 의무가 인정된다.

특히 해당 주거약자용 주택을 사용하는 주거약자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인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있으면, 좌변기 옆에 75cm 이상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거나 높낮이가 조절되는 세면기를 설치해야하고, 부엌도 좌식 싱크대를 설치하고, 취사용 가스밸브는 바닥면에서 1.2m 높이 내외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주거약자법」 제15조에 따라 주거약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용 주택을 포함해서 개조에 필요한 비용을 신청할 수 있고 지원받을 수도 있다.  

UBR구조를 포함한 기입주단지의 장애인 편의시설 소요예산(추정) (제공=국가인권위원회)
UBR구조를 포함한 기입주단지의 장애인 편의시설 소요예산(추정) (제공=국가인권위원회)

LH공사가 예비입주자 모집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욕실인지 공고문에 명시했다고 밝혔지만, 인권위는 지난 5월 6일자 LH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민임대주택 예비입주자 공고문에는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고 준공이 완료된 기입주단지라는 이유로 장애인 편의시설 신청과 관련된 안내조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LH공사가 2004년 준공 이후부터 해당 국민임대주택을 관리해왔고, 예비입주자 모집을 공고한 단지 내 세대의 화장실이 UBR구조로 되어있다는 점과 UBR 구조의 변경 없이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공고문에 단순히 'UBR구조 욕실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지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만을 명시한 것은 불충분한 설명이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국민임대주택이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안전망 구축을 목적으로 운영되기에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간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을 보장받아야한다며 LH공사에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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