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고기줄게 옷 벗어" 지적장애 3급 엄마는 성노리개였다
[사건의 재구성] "고기줄게 옷 벗어" 지적장애 3급 엄마는 성노리개였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25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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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섬마을서 70대 이웃 주민이 범행… 법원 징역 7년 선고
피해자 딸 "피해 신고에도 경찰 수사 2주간 지지부진" 분통
(일러스트=뉴스1)
(일러스트=뉴스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기껏해야 정신연령 7살이에요. 고기 준다는 말로 지적장애인 엄마를 꼬드겨 성폭행한 가해자는 아직 반성도…."

전남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3급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60대 여성 피해자의 딸 조모 씨(35)는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지지부진했던 경찰 수사부터 시작해 법정에서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적장애인인 어머니가 성노리개로 전락한 것만 같아 슬픔마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딸 조 씨가 생생하게 목격했던,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성범죄 사건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020년 9월 29일 오전 11시쯤 조 씨는 현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을 출발해 배틀 타고 고향인 전남 진도의 한 섬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지 1시간이 흘렀지만 농사일을 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는 다르게 어머니의 행방은 묘연했다.

사회성숙도 7세, 지적장애 3급인 어머니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갔고, 결국 어머니와 같이 지적장애를 앓는 아버지에게 "엄마는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엄마는 000(가해자 이름)네 집에 고기 가지러 갔어."

어눌하지만 분명한 어투로 아버지는 답변했고, 그 순간 조 씨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조 씨는 "12년 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어머니의 나체사진'과 누군지 특정할 수 없는 남성의 성기 사진이 여러 차례 전송돼 경찰서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과거 그 사건과 관련해서 이번에도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까'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고 전했다.

조 씨는 양말을 신을 겨를 없어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200m 거리의 가해자 집으로 뛰어갔고, 주택 마당에서부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들렸다고 회상했다.

신발장 한편에 뒷굽이 구겨진 어머니의 운동화를 발견한 그는 부엌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당시 목격한 장면은 아직도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다고 했다.

"엄마는 부엌 바닥에 앉은 채 팬티를 입고 있었고, 가해자 A 씨는 일어서서 바지를 올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어요. 눈앞이 하얘지면서 '엄마가 성폭행을 당했구나'라고 직감했어요."

(일러스트=뉴스1)

조 씨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0여년 가까이 한 동네서 동고동락한 가해자 A 씨는 아버지마저 우롱했다고 한다.

성폭행 직후 태연한 척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아버지를 향해 "우리 동생, 형 왔네. 술 한잔하세"라며 범행을 무마하려 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A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빠한테 우리 동생, 우리 동생 하면서 집에 들어왔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괘씸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조 씨는 남동생과 함께 범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최초 피해 신고는 112상황실에 접수됐는데, 상황실 경찰은 "성폭행 범죄는 강제적으로 진행됐다는 강제성 입증이 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안내를 했다고 한다.

조 씨는 "경찰로부터 '어머니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냐, 이 사건은 지적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강제성 입증이 안 되면 사건 접수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안내받았을 때 너무 답답했다"며, "내가 직접 목격했는데 자식 입장에서 고소도 못 하고 없던 일로 해야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며 답답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상황실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전남 진도경찰서 남성 수사관과 전화 연결이 됐고, 조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격했던 성폭행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후 범행 당일 오후쯤 조 씨는 어머니, 진도경찰서 수사관과 함께 전남 지역 해바라기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해남여성센터 소장과 장애인범죄 수사 전문가 등의 입회하에 1차 조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몸에 남아있던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가해자 A 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한 달 뒤에 통보받았다.

조 씨는 사고 접수가 된 이후 2주가량 수사가 방치된데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찰의 별도 조치가 없어 하루하루를 불안감에 떨며 살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미진했던 경찰 수사로 인해 구속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수사 과정에서 12년 전 어머니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던 또 다른 이웃주민의 범행 정황도 밝혀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에 성폭행 신고를 했지만 2주 동안 아무 연락이 안 됐다"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 재차 민원을 넣었더니 그제야 수사가 시작된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가해자가 송치되기 전까지의 4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로 필요했는지, 애초에 장애인 성범죄라서 시간이 더 소요된 건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가해자가 구속되기까지 가족들 모두 나날이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고 울먹였다.

아울러 "어머니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힘든데, 국민이 신뢰해야 할 수사기관에서도 제때 수사를 안 해줬다는 현실이 답답했다"며 "경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불신을 주는 행동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고 토로했다.

(일러스트=뉴스1)

결국 A 씨는 사건 발생 9개월가량이 지난 6일 16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 준강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법정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B 씨(조 씨의 어머니)가 바지를 내리고 앉아서 웃으며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에서 A 씨와 일치한 DNA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지만 조 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사 결과 A 씨는 범행 당일 조 씨의 어머니에게 "내가 벗었으니, 너도 벗어라. 고기를 줄게. 옷을 벗어"라고 말하면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 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조 씨 어머니를 상대로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인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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