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사냥터에서 백성의 쉼터로, 서울숲공원
임금의 사냥터에서 백성의 쉼터로, 서울숲공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8.0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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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수목과 숲속의 연못, 공중산책로 등 어우러진 뚝섬 서울숲
조선 왕실의 사냥터, 국내 최초의 정수장, 경마장 등 역사 흔적 남아
민간 재단에서 서울시 위탁을 받아 공원 관리에 경영개념 도입
교통 및 정보접근성 우수, 일부 장애인 불편시설은 빨리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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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 공원 탐방기 [31] 임금의 사냥터에서 백성의 쉼터로, 서울숲공원

서울숲 공원안내 조형물 ⓒ소셜포커스
 

서울에서 가장 긴 하천인 중랑천이 강북지역을 가로질러 성동구 성수동에 이르러 한강으로 흘러든다. 중랑천이 한강으로 흡수되기 직전에 한번 꺾어서 성수동을 감싸고돌면서 청계천을 만나 함께 한강으로 들어간다. 성수동 일대를 뚝섬이라 한다. 강남에서 성수대교를 넘어오면 만나는 곳이다. 남·서·북으로 3면에 하천이 흐르고 있어 섬 모양 같지만 섬은 아니다. 뚝섬이라 하면 둑(제방)을 연상하기 쉬우나 주변에 그러한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그곳은 조선시대 임금의 사냥터였던 곳이다. 임금이 행차할 때에는 대장군 깃발인 독기(纛旗)를 세워 그것을 알렸다. 섬처럼 생긴 곳에 독기를 세웠기에 독섬이라 하였고, 음운변이를 일으켜 뚝섬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지형 구조상 삼면을 하천이 막아주니 사냥할 때 한쪽에서만 짐승을 몰아도 저절로 포위망이 형성된다. 도성 근처의 왕실 사냥터로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을 게다.

1908년, 성수동1가의 한강변에 국내 최초의 정수장이 세워졌다. 지금도 정수장(뚝도아리수정수센터)이 가동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수도박물관도 있다. 1940년부터 그 주변 강변을 중심으로 유원지가 되어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 왔고, 1954년에는 이곳에 경마장이 세워졌다. 그 뚝섬경마장(서울경마장)은 1989년 과천경마장이 생기고, 그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뚝섬체육공원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서울시는 이 일대에 대규모 도시 숲으로 만들기로 하고, ‘뚝섬 숲 조성 계획’을 세웠다. 2004년에 착공하여 2005년 6월에 문을 열었다. 전체 면적은 15만 평인데, 약 2천300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서울숲공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공사 당시에 100여 종의 나무 42만 그루를 옮겨 심었으며, 참나무 서어나무 산벚나무 등 한국 고유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숲은 주변 500m내에 지하철역이 3개나 있어 교통접근성이 우수하다. 분당선의 서울숲역, 2호선의 뚝섬역, 중앙선의 응봉역이다. 이로 인해 이동약자의 접근성도 좋다. 공원 주변의 시내버스 정류장엔 초록버스(지선버스) 2014, 2412, 2224, 2413번과 파랑버스(간선버스) 121, 141, 145, 148, 463번이 경유한다.

주변에서 공원으로 출입하는 통로는 16개나 된다. 한강둔치와 중랑천둔치를 이용하여 도보나 자전거로도 갈 수 있다.

서울숲 공원안내 지도
서울숲 공원안내 지도 ⓒ소셜포커스
이곳에 원래 경마장이 있었던 곳임을 기념하는 기마상 ⓒ소셜포커스
이곳에 원래 경마장이 있었던 곳임을 기념하는 기마상 ⓒ소셜포커스

서울숲공원은 서울의 다른 공원들과 매우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공원들은 서울시 구역별 공원녹지사업소 또는 구청의 공원녹지과 등에서 관리하지만 서울숲은 유일하게 민간회사가 서울특별시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한다. 서울그린트러스트라는 재단법인의 서울숲컨서번시팀에서 공원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숲컨서번시는 공원의 시설관리뿐만 아니라, 마케팅,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봉사활동의 기획 운영 등을 하고 있다. 공원 경영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인터넷으로 서울숲을 검색하면 독립된 서울숲 홈페이지에 연결된다. 다른 공원들이 「서울의 산과 공원」이라는 사이트의 하위메뉴로 구성된 반면, 독자적인 홈페이지가 있으며, 공원 내 다양한 시설과 각종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우수한 교통접근성과 함께 정보접근성도 뛰어나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 접속하면 공원 내 구석구석을 로드뷰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이 공원의 큰 장점이다.

서울숲은 이름처럼 울창한 숲과 넓은 잔디밭, 숲속 호수와 한강, 중랑천이 어우러지는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속의 숲이다. 크게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자연체험공간, 습지생태원 등 4개의 테마구역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과도 바로 연결된다.

PARK1 구역은 이 공원의 메인공간인 “문화예술공원”이다. 광장, 바닥분수, 야외무대, 도시락정원, 게이트볼·족구장 등 생활체육시설, 거울연못 등 다양한 여가 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다.

광장구역에 들어서면 경마의 모습을 표현한 군마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조형물로 보아 이곳이 과거에는 경마장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스타트(START, 출발)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발굽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닥분수에선 100개의 노즐이 뿜어내는 경쾌한 물줄기가 색다른 물의 향연을 제공한다. 현재는 코로나 영향으로 가동을 멈추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거울연못은 수심 3cm의 수면이 직사각형으로 펼쳐지면서 대형 거울을 깔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수면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드러난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경관이 나타난다. 특히 연못가로 줄지어선 메타세쿼이아가 투영되는 모습은 일품이다. 서울숲 최고의 「포토스팟」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거울연못 주변 탐방로의 노면은 요철 블록으로 깔려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 등 바퀴달린 보행보조장치의 이용에 많은 불편을 준다. 공원탐방기에서 수차 지적한 사항이지만 공원설계에 있어서 가장 먼저 퇴출시켜야 할 공법이다.

바닥 분수와 거울정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바닥 분수와 거울정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야외무대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야외무대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춘 가족마당의 간이무대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춘 가족마당의 간이무대 ⓒ소셜포커스

메타세쿼이아 행렬 뒤로 야외무대가 펼쳐진다. 무대를 중심으로 탁 트인 공간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소규모의 문화행사 등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다만 아쉽게도 2개의 단차에 불과한 높지 않은 무대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무대에 올라가서 행사를 진행하거나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장애인단체에서도 행사하기 좋은 환경이건만 무대접근성이 치명적인 결함이다. 장애인은 행사의 구경만 하고 직접 주체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차별적 인식이 깔린 것은 아닐까? 의도적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이는 모든 공공시설의 무대는 개석과 무대를 연결하는 경사로를 갖추도록 규정한 관련 법령(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근처의 가족마당에도 간이무대가 있다. 다행히 이곳은 경사로를 갖추고 있다.

공원의 중심부로 이동하다 보면 미니호수라고 할까, 잘 꾸며진 연못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수면 위를 가로지를 수 있도록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데크 양쪽으로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들이 연못의 운치를 돋보이게 한다. 연못 주변으로는 물놀이터와 함께 앉아서 연못을 조망해볼 수 있는 벤치 등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외에도 PARK1 구역에는 스케이트파크, 커뮤니티센터, 조각정원, 상상거인의 나라, 숲속놀이터, 은행나무숲, 무궁화동산 등 다양한 시설이 방문자의 힐링을 돕는다.

조각공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수면 위로 연못을 가로지르는 데크로드와 연못을 바라보는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수면 위로 연못을 가로지르는 데크로드와 연못을 바라보는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수면 위로 연못을 가로지르는 데크로드와 연못을 바라보는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수면 위로 연못을 가로지르는 데크로드와 연못을 바라보는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상상거인의 나라 조형물 ⓒ소셜포커스
상상거인의 나라 조형물 ⓒ소셜포커스
은행나무숲과 무궁화동산 ⓒ소셜포커스
은행나무숲과 무궁화동산 ⓒ소셜포커스
은행나무숲과 무궁화동산 ⓒ소셜포커스
은행나무숲과 무궁화동산 ⓒ소셜포커스

PARK2는 생태숲이다.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의 숲을 재현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하는 수변공간도 꾸며졌다. 숲속에는 사슴과 고라니, 다람쥐 등을 풀어 놓은 구역도 있다. 가이드를 동반한 출입도 가능하다. 스카이로드 형태로 설치된 472m의 보행다리는 공원을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으로 연결된다. 숲속의 풍경과 사슴이 노는 모습, 그리고 수변공간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스카이로드가 시작되는 「바람의 언덕」에 오르면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물결치는 억새밭을 바라볼 수 있다.

PARK3은 자연체험학습원이다. 기존의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해 갤러리정원·온실·야생초화원 등 각종 식물의 생태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곤충식물원과 나비원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체험학습 공간으로 제격이다.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소셜포커스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소셜포커스
바람의 언덕 ⓒ소셜포커스
바람의 언덕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공원의 생태숲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한강시민공원까지 연결된 스카이로드 ⓒ소셜포커스
스카이로드에서 내려다 본 생태숲의 풍경 ⓒ소셜포커스
스카이로드에서 내려다 본 생태숲의 풍경 ⓒ소셜포커스
스카이로드에서 내려다 본 생태숲의 풍경 ⓒ소셜포커스
스카이로드에서 내려다 본 생태숲의 풍경 ⓒ소셜포커스

갤러리정원은 건물 1층 정도 내려가야 볼 수 있는 오픈지하 구조다. 예전 정수장 침전조의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고대유적을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꽃과 덩굴식물이 어우러져 방문객을 맞이한다.

갤러리 공원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있는데, 약간 가파르고 노면에 요철이 있는 데다 언덕 쪽으로 기울어 휠체어가 내려가다가 자칫하면 언덕으로 추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조다. 계단과 별로도 경사로를 설치한 것으로 보아 이동약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휠체어는 통행이 어렵다.

노면을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언덕 쪽으로 휠체어 추락방지를 위한 경계턱을 설치하면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지도 않으므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공원의 전역의 탐방로는 휠체어 통행에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2곳 외에도 개선할 사항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어 사진으로 담았다.

갤러리정원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실제는 사진보다 위험해 보인다. ⓒ소셜포커스
갤러리정원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실제는 사진보다 위험해 보인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성이 너무 아쉬운 전망 데크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성이 너무 아쉬운 전망 데크 ⓒ소셜포커스
휠체어 사용자 등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공원 내 탐방로와 광장, 공원건설에서 똑 퇴출되어야 할 공법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사용자 등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공원 내 탐방로와 광장, 공원건설에서 똑 퇴출되어야 할 공법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사용자 등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공원 내 탐방로와 광장, 공원건설에서 똑 퇴출되어야 할 공법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사용자 등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공원 내 탐방로와 광장, 공원건설에서 똑 퇴출되어야 할 공법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사용자 등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공원 내 탐방로와 광장, 공원건설에서 똑 퇴출되어야 할 공법들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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