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 척수장애인 "나는 활동지원 블랙리스트"
최중증 척수장애인 "나는 활동지원 블랙리스트"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8.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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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최중증장애인 기피 문제 심각... 길게는 1년도 매칭 안 돼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가산급여 3~5천원 선으로 현실화 필요성
가족급여 부정수급 우려는 엄격한 관리감독으로 해결해야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지난 7월29일 제2차 척수플러스 포럼을 열고 중증 척수장애인의 활동지원 장기 비매칭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한국척수장애인협회 유튜브)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최중증 척수장애인들이 활동지원사를 찾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활동지원사 수는 매년 늘어나지만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년 가까이 매칭이 안 돼 가족의 손을 빌려야 하는 척수장애인들이 많은 상황.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이러한 현상을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칭하며, 지난 7월 29일 제2차 척수플러스 포럼을 열고 당사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해결책을 논했다.

■ "1500원 더 받고 최중증장애인 맡으려는 사람 없다"

최중증 척수장애인에게는 신변처리, 무게이동 등 고강도 신체적 지원이 필수다. 그럼에도 일반 가사지원이나 사회활동만을 지원했을 때와 받는 임금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최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에게 지급되는 가산급여는 단가는 1500원이다. 그마저의 가산급여도 최대 3천 명에게만 적용한다.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에서 440점을 넘긴 장애인의 활동지원사에 대해서다.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준 씨는 머리만 가눌 수 있을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하다. 하지만 종합조사에서 425점을 받아 가산급여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이원준 씨는 "이 정도 장애가 가산 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실상은 1500원 더 받자고 나를 맡겠다고 할 활동지원사도 없다"며 자신은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의 블랙리스트"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차등수가를 현행 1500원에서 3000~5000원 선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며 "차등수가를 적용하는 기준은 점수가 아니라 특별한 욕구에 관련한 항목에 몇 가지나 해당하는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배뇨도움 여부, 투석 여부, 욕창처치, 관장 여부, 석션 여부 등 10개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하는 이용자의 활동지원사에게는 차등수가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어 서 부연구위원은 "경력과 능력에 따라 임금 수준을 높임으로써 활동지원사의 최중증장애인 기피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청년층 유입도 꾀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해냄복지회 김재익 이사장 또한 활동지원사 청년층 유입을 위해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교육비는 선불인데, 교육비를 취업 후에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으로 갚아 나가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장애유형보다 '이용자 특성'에 따른 교육 필요하다

척수장애는 별도 장애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통상 지체장애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지만, 척수 손상으로 인한 욕창이나 호흡장애 등 다른 특성이 많다. 장애유형이 아닌 '장애특성'에 따른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활동지원사의 장애이해 및 전문성 부족 문제는 오래간 지적되어 왔다. 활동지원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교육 및 실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장애계의 전반적인 여론이다.

현행 활동지원사 양성교육은 이론 40시간, 실습 10시간으로 총 50시간에 불과하다.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따른 심화교육 과정은 전무하다.

일본은 돌봄종사자 유형을 지원 내용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종사자는 '동행원호종사자',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종사자는 '행동원호종사자', 일반적인 가사를 지원하는 종사자는 '홈헬퍼'라고 부른다. 

교육체계도 그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다. 가산급여 수준도 높다. 장애가 심할수록 가산 수당을 1.5배에서 최대 2배 높게 적용한다.

독일과 미국 등 국가에서는 보다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서비스 제공기관은 자체적으로 활동지원사 교육을 2~3시간 실시하고, 이용자 거주지에서 1:1 교육을 약 4주간 진행한다. 관리감독도 철저해 본격적인 배치 후 2주에 한 번씩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서비스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 가족급여 부정수급 우려, 관리감독·징벌체계로 해소해야

가족급여 허용도 시급하다. 최중증장애인 기피 현상이 전문성 강화와 수가 인상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활동지원사가 장기간 구해지지 않아 직접 가족을 돌봐야 하는 동시에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 돌봄과 생계의 딜레마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하고 남편의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정수급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가족급여 도입은 무기한 미뤄지고만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감독이나 징벌체계를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호주에서는 가족급여를 실업급여의 성격으로 지급하고 있다. 대상자의 소득이나 자산을 엄격하게 따진다. 부정수급이 적발될 경우 엄격하게 환수 조치를 하고 심하면 범죄로 간주해 징역형을 내리기도 한다.

한편 영국에서는 돌보미 수당의 성격으로 가족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호주처럼 자격이나 자산을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지만 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화로 10만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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