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실천에 '목발 투혼'...
이웃사랑 실천에 '목발 투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8.1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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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장협 문경지회, 주거환경개선 서비스 제공
80대 중증장애인 가정에 맞춤형 싱크대, 전등리모컨 등 설치
박홍진 지회장 "지역 장애인의 어려움은 곧 나의 어려움
경북지체장애인협회 문경시지회는 80대 중증장애인 가정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섰다. 사진은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장애가 심한 A씨가 불편 없이 방을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제거하기 전과 후 모습이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경북 문경시에 살고 있는 장애인 A씨는 80대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생활하는 것이 더욱 불편해졌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황혼기의 삶은 더욱 힘들고 불편하다.

지금은 바깥나들이도 꿈꿀 수 없을 만큼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집안에서도 아예 일어서지 못하고 엉덩이를 바닥에 끌고 다녀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A씨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경북지체장애인협회 문경시지회(이하 문경지회) 회원들이 도움을 주기로 뜻을 모았다. 문경지회 박홍진 지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 끝에 가정환경을 조금 더 편리하도록 개선해주기로 했다.

A씨가 가장 불편해 했던 낡은 싱크대를 교체한 모습. 일어서지 않아도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높이가 낮다. ⓒ소셜포커스

A씨는 “낡고 물이 새는 싱크대나 어떻게 손을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회원들이 A씨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는 단순히 싱크대 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A씨의 집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주택이 전체적으로 낡았고 천정에 비도 새는 것을 발견했다. 또 문턱도 높아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시급한 상황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장애인의 고충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더욱 잘 알고 있기에 환경개선을 위해 문경지회 회원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낡아서 물이 새는 싱크대는 일어서지 않고 앉아 있는 상태로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췄다. A씨가 집안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도록 활동의 편리함을 위해 높은 문턱을 없애고 비가 새는 지붕도 수리했다.

박홍진 지회장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중증장애인이지만 A씨의 사연을 듣고 현장으로 함께 나섰다. 전등리모콘을 설치하고 있는 박홍진 지회장과 회원들. ⓒ소셜포커스

특히 박홍진 지회장은 자신도 목발을 의지해서 보행하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직접 공구를 찾아들고 작업에 참여했다. 박 회장은 앉아서도 전등불을 켜고 끌 수 있는 리모컨을 손수 설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등 리모컨은 앉아서도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장치로 최근 중증장애인 가정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

박홍진 지회장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좋은 일을 하는데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기고 지원하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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