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포역 진입 경사로,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망포역 진입 경사로,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8.27 14: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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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 많고 경계턱 없이 가파른 경사로는 치명적인 위험시설
경사로 각도로 나란히 설치된 계단통로, 비장애인에게도 큰 불편
개념 없는 편의시설... 누구에게도 도움줄 수 없는 애물단지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에게도 불편한 구조인 지하철 망포역 출구통로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지하철 분당선 망포역은 지상에서 대합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계단과 함께 경사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다른 역사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구조다. 사방의 출입구 중 3개가 그렇다.

보통 지하에 있는 전철역은 지상에서 지하1층 대합실까지 수직 깊이는 아파트 4~5층 높이에 해당한다. 망포역의 경우에도 필자가 직접 측정해보니 10.6미터에 달했다. 계단 1개의 높이를 재서 계단수를 곱한 것이니 다소의 오차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평균 층고(2.3m)와 비교하면 4.6층의 높이다.

이러한 높이에 「장애인등편의법」에서 규정하는 안전한 각도(1/12 이하)의 경사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127미터 이상의 엄청난 수평 길이의 공간이 필요하다. 실체로 휠체어 등이 이동하는 사선의 거리는 이보다 훨씬 길다.

지하철역을 진입하는데 이처럼 엄청난 공간이 필요한 경사로는 실제로 휠체어가 이동하는데 편리하지도 않다. 같은 각도로 나란히 설치된 계단도 일반 계단에 비하여 3배 이상의 이동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계단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도 통행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망포역의 경우 경사로 병행 계단이 설치된 출구는 다른 계단이 없기 때문에 비장애인도 그 통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마 비장애인도 그 계단을 이용하면서 상당한 불평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일부 사람은 이러한 시설을 두고 장애인에게 불평의 화살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이 지하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런 경사로보다 반드시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망포역에도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굳이 과도한 공간을 만들어 경사로를 설치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그 이유를 추정해 보면 장애인에게도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별도의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장애인이라면 그 경사로를 선택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화재나 승강기 고장 등 부득이한 경우에 이용하도록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승강기가 유일한 시설이라서 그 또한 궁색한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4~5층 높이의 지하철역 진입통로를 굳이 반쪽짜리 경사로 구조로 설계한 의도가 현명한 발상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를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휠체어용 경사로와 비장애인용 계단을 같은 동선에 설치한 것도 인정한다. 이같은 구조물에 굳이 이중삼중으로 출구를 설치하는 것도 예산낭비일 것이니 탓할 사항은 아니다.

그런데 그 경사로 시설은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고, 오히려 매우 위험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우선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법령에서 경사로의 각도를 1/12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1/12 이하란 높이가 10cm일 때 밑변의 수평 길이는 120cm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망포역의 경우 나란히 설치된 계단에서 측정해보니 계단 1개의 높이가 11cm였는데 바닦면의 너비는 60cm에 불과했다. 높이가 11cm라면 바닦면의 너비는 132cm가 나오도록 경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그곳은 법정 각도보다 2배 이상 가파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사면에는 중간중간에 볼록한 돌출 부분이 반복되어 휠체어 통행이 너무 어렵다. 미끄럼을 방지하려는 의도라고 보인다. 미끄럼방지 테이프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굳이 이중으로 돌출 부분을 설계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실 이 통로는 눈이나 비에 관계없는 옥내시설에 해당한다. 바닥재를 화강암의 조금 거친 표면 그대로 시공해도 휠체어 미끄럼 사고 발생 우려는 거의 없다. 밖에서 눈이나 빗물을 묻혀올 수 있는 입구의 짧은 구간에만 미끄럼방지 테이프를 붙여도 충분하다.

그런데 전 구간을 요철구조로 시공했기 때문에 정작 휠체어가 이동하는데 엄청난 불편을 주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경사로와 계단을 각은 각도로 나란히 시공하였음에도 그 사이에 경계턱이 없다.

경사로가 안전각도에 요철이 없는 상태라면 휠체어가 계단으로 진입할 위험성이 희박하지만, 망포역 현장의 실태는 그렇지 않다.

휠체어가 요철이 반복되는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자칫 실수하게 되면 이용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계단 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가 계단으로 추락하여 상상하기 어려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도 유사한 상황의 사고로 인해 휠체어가 전복되어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지금이라도 계단과 경사로 사이에 경계턱을 설치해야 한다. 휠체어 앞바퀴만 넘어가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쇠파이프 등 간단하게 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망포역의 진입용 경사로와 계단은 장애인에게는 엄청난 위험시설이며 비장애인게도 매우 불편한 시설이다.

도대체 어느 회사에서 설계와 시공을 했으며, 어느 공무원이 준공을 해 줬을까?

망포역은 2013년 12월에 개통했다. 통로의 한 켠에 설치된 준공표지판에는 설계자 및 시공자와 감리자, 현장기술자 등이 실명으로 상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휠체어가 통행하기에는 너무 가파르고 위험한 경사로, 아래 끝에서 왼쪽으로도 동일한 구조의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휠체어가 통행하기에는 너무 가파르고 위험한 경사로는 아래 끝에서 위쪽까지 동일한 구조의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소셜포커스
통로 한켠에 설치된 준공표지판의 모습
통로 한켠에 설치된 망포역사 준공표지판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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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1-08-31 13:17:01
이런 시설을 시공한 회사 설계사, 인허가 공무원이 설계단계에서 휠체어장애인의 견해를 반영했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시공은 비장애인이 하겠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장애인이란걸 모르는걸까요? 이런 사례가 언제까지 반복되야 하는걸까요? 잘못 시공된것을 보수하려면 더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는것을 모르는걸까요? 답답하네요......

정*영 2021-08-30 10:28:53
이 역은 8호선 산성역을 다녀올 필요가 있겠습니다. 경사도가 심하고 깊이도 깊은 곳을 계단과 같이 경사형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운행중인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