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없는 복권방 찾아 휠체어 삼만리?
문턱없는 복권방 찾아 휠체어 삼만리?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8.30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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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집주변 1km 내 5개 복권방 모두 휠체어 출입 불가능
장애인에 우선권 주는 복권방, 장애인 이용이 가장 불편해서야
복권방 선정은 법령상 조건과 엄격한 절차로 매년 정부가 하는 일
엄청난 경쟁으로 선정되는 복권방, 보편적 접근성 미리 갖추도록 해야
복권방은 입구에서 폭 1미터 정도의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소셜포커스

며칠 전 꿈속에서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났다. 그래서 갑자기 복권이 사고 싶어졌다. 복권 고액당첨자 중 조상 꿈을 꾼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도 보도된 적이 있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살다 보면 신기하게도 예지몽을 경험하는 사례가 가끔 생긴다. 필자 역시 직접 겪은 사례도 한두 번이 아니다.

십수년을 잊고 지냈던 친척 형님이 꿈속에 나타났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그 형님으로부터 내가 사는 곳에 단체로 여행을 왔다면서 전화가 왔다.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또 이런 일도 자주 겪는다. 똥꿈을 꾸고 난 다음에는 꼭 돈이 생기는 경험이다. 언제부터인가 그것도 개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예지몽을 체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람이 조상 꿈을 꾸었으니 복권을 사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았다. 복권을 사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섰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한 뼘도 안 되는 문턱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복권방은 입구에서 폭 1미터 정도의 도로를 점유한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로를 무단점유하여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면서도 경사로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출입문에 손이라도 닿으면 노크라도 해서 주인을 불러내어 구매를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도로를 점유한 불법시설로 인해 출입문마저 손이 닿지 않았다. 간판에는 전화번호도 없어서(복권판매점에 굳이 전화번호를 홍보할 사항은 아니지만) 연락을 취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복권방으로 이동했다. 다른 복권방도 문턱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집주변 반경 1km에 있는 복권방 5개를 가봤지만 모두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곳은 문턱의 높이가 5cm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 정도의 단차를 해소하는 데는 단 몇만 원이면 충분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러 곳을 헤매다가 좀 한가한 점포를 선택하여 드나드는 손님에게 부탁하여 주인을 불러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죄송하다는 말로 양해를 구하고 복권을 부탁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번호를 체크지에 적어내는 절차로 주인을 두번걸음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스템에서 부여하는 자동번호를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렵게 복권 몇 장을 샀다.

현재 전국에는 약 7,000여개의 복권방이 운영되고 있다. 물론 휠체어 접근이 용이한 곳도 많다. 그러나 80% 이상 대다수는 내가 사는 동네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법령상으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남들과 똑같은 수준의 편의제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영세한 복권상점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장애인편의증진 법령에도 일정규모 이하의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편의시설을 강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행정지도와 제도적인 개선은 필요하다. 조금만 지혜를 쓰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복권판매점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우선적으로 개설할 수 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30조에 의하면 복권사업자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의 유족 등에게 우선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장애인이 가장 먼저 열거된 것은 중요성의 원칙이 적용되었을 것이다.

장애인등이 우선적으로 개설할 수 있는 복권방이 대부분 장애인 접근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부는 매년 복권 신규판매점을 모집한다. 금년에도 지난 3월에 2,084명이나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작년도 신규판매점 모집에는 34대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우선권이 있는 사람만 응모해도 이렇다.

복권은 정부에서 판매점을 낼 수 있는 지원자의 자격과 판매점 숫자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로또가 도입된 초창기에는 일반인도 판매점을 개설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법령상 우선계약대상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에 해당되는 사람만이 신청이 가능하다.

주변에 아는 장애인은 "5년째 판매점 모집이 있을 때마다 응모했지만 떨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이 직접 운영하는 복권방은 별로 보지 못했다.

법령상 판매점 응모대상이 되더라도 과거 계약포기 이력이 있거나 개설희망 점포의 입지조건이 맞지 아니하면 응모할 수 없는 등 제한 조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복권판매점으로 당첨이 되었더라도 판매점 승인을 받기까지 또 엄격한 서류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이렇게 엄청난 경쟁과 엄격한 조건 하에 판매점이 승인하게 되는데, 이 승인 조건 중 “판매점을 개설할 때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조건 하나만 추가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그 시설은 몇만 원이면 충분하고 많아 봐야 몇십만 원에 불과할 것이므로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러한 조건이 있다면 점포를 선정할 때 충분히 반영이 될 수 있다.

복권방 선정은 법령에 따라 정부가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가 아닌가? 조금의 관심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생활주변의 복권판매점 모습
생활주변의 복권판매점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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