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되니 급여 다 끊겨... 중증장애인에 "생계유지능력 증명하라"는 법무부
'외국인'되니 급여 다 끊겨... 중증장애인에 "생계유지능력 증명하라"는 법무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9.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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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회복하려다 불이익... 시설급여 제외돼 시설이용료에 보험료까지 내야
시민단체, 인권위 진정 "국적취득 방법이 자산 및 취업 증빙? 장애인 차별"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외국인 신분이 되면서 각종 사회서비스가 끊겨 위기를 맞은 중증지적장애인의 사연이 알려졌다.

왕 씨(51세)는 1970년 9월 대만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당시 아버지의 국적인 중화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고, 출생 직후 F-2(거주) 체류자격을 받아 생활해왔다.

왕 씨는 어머니의 가출과 이후 양육을 맡아줬던 고모의 정신질환으로 만 열다섯살이 되던 해인 1985년 인강원에 맡겨졌다. 시설 입소 후 연고자들과의 연락이 두절돼 체류자격 갱신이 되지 않았고, 1996년부터는 체류자격이 만료된 채 인강원에서 생활해왔다.

이후 인강원의 '탈시설 자립지원 계획'이 진행되면서 국적을 회복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지난 7월 3일 체류기간 3년의 비자를 발급받았지만, '외국인'으로 신분이 규정이 되면서 정작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제외가 됐다.

그동안 신분이 없는 일종의 '노숙인 행려병자'로 취급돼 사회서비스를 받아왔지만 9월 1일부터 외국인 신분이 되면서 사회복지급여 및 서비스 일체가 중단된 것이다.

결국 왕 씨는 시설에서 지내려면 당장 매달 30여만 원의 시설이용료를 내야 하며, 의료급여도 취소되면서 건강보험료 13여만 원도 납부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1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만 국적의 지적장애인 왕 씨의 국적 취득 방안을 마련하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왕 씨의 귀화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현재 제도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왕 씨는 모친이 내국인 신분이라 '간이귀화'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지침 상 간의귀화 신청자는 생계유지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3천만 원 이상의 금융·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거나 취업 혹은 취업 예정 사실을 증빙해야 한다. 장애가 있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왕씨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진정을 제기한 단체들은 "생계유지 능력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 장애인을 거부하겠다는 국가의 명백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로 인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법적 기준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가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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