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CRPD 비준 목전... ‘지하철 단차소송’ 과연 구제될까?
UN CRPD 비준 목전... ‘지하철 단차소송’ 과연 구제될까?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9.27 14: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예지 의원실, 16일 CRPD 실효성 보장 토론회 개최
“과도한 부담일 시 차별 아냐” 장차법 면죄부 극복해야
이행 모니터링 기구 신설, 14개법 산재한 권리구제 조항 통합 등 제안
김예지 의원실은 지난 16일 선택의정서 이행 실효성 보장 방안을 논하기 위해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출처=김예지 의원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가 연내 비준될 전망인 가운데 선택의정서 실효성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국내 장애계 인사들은 비준이 확실시 된 만큼 선택의정서 이행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할 시점이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은 유엔 개인진정 결정이 국내법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은 장애인 차별행위가 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권리구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차별행위를 용인하는 예외 조항이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온 상황이다. 오히려 법이 장애인 차별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지하철 단차 항소심에서 사법부는 서울교통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승강장의 단차와 차량과의 넓은 간격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그 자리에서 넘어져 나뒹굴었지만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역의 구조가 휠체어 사용자 혼자 승하차하기 어렵고,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승하차 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승강장 시설의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시설을 개선하기에 현저하게 곤란한 상황”이라며 해당 사건을 장애인 차별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국장. (출처=김예지 의원 유튜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국장은 16일 김예지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행 법체계 안에서 장애인 개인은 권리구제의 주체로서 무력하다”라고 지적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 등 관련법을 제·개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국장에 따르면 그간 제안된 방안은 ▲개인진정 결정을 근거로 형사법상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민사상으로는 국가배상법상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국제기관의 판정 결과를 재심 사유에 포함시키고, 피해자가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곧바로 피해구제가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이다. 체코처럼 개인진정 결정 이행에 대한 조정 책임을 법무부에 두자는 견해도 있다.

장애인 단체의 역할도 충분히 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간 차원에서 독립성과 공공성을 갖춘 '모니터링 기구'를 조직해 개인진정 결과 이행 여부를 추적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개인진정에 대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장애단체와 활동가로 이루어진 민간 중심의 거버넌스가 장애인 개인의 차별 소송이나 진정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다솔 변호사. (출처=김예지 의원 유튜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다솔 변호사도 “개인진정 결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사국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 인권위, 언론까지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공감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로 인권위원회 신설 ▲법제사법위원회 내 소위원회 구성해 관련 내용 감독 ▲법률구조제도에 개인진정 제기 단계를 포함 등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해외 각국 법원에서 조약기구의 일반논평을 주요 법개념의 해석 근거로 제시하는 등 조약기구의 결정이 각국에서 법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법체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라고 말했다.

각 부처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논의중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현재 14개법에 산재한 장애인 권리구제에 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포괄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 권리구제 가이드라인을 담은 핸드북을 마련해 관련 종사자 홍보 및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조사과 현정덕 조사관은 “인권위는 실행 기구가 아니라 의견을 표명하는 정도의 권한을 갖는 권고, 모니터링 기구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정서 내용의 이행을 감시할 별도의 모니터링 기구가 조직된다면 인권위의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어 내부 토론 중”이라고 밝혔다.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의장. (출처=김예지 의원 유튜브)

이에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의장은 “유엔에서 개인진정 건을 검토할 때 인권위의 의견이나 상담 내용도 유효하게 다루고 있다”고 답하고,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관련 부처의 협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비준이 이루어질 때까지 긴밀한 협조체계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리 2021-09-27 22:14:45
지금도 장애인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니어 일자리 하루 세시간하고 한달 70만원 줍니다.
그러나 같은 나이의 노인 장애인은 유치원 일자리에 배치되어 복도를 밀대로 쓸고 닦고 커다란 화장실 물청소하고 물기도 날마다 닦아야하고 거기에 아이들 먹고 내놓은 식판까지 닦고도 쉴틈도 없이 세시간하고 살이 빠지도록 힘든 일인데도 장애인 일자리라는 이유만으로 480,000원 받습니다. 그리고 일지에는 정리 정돈 가벼운 일했다고 그렇게 일지를 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