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상)
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10.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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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경주, 역사와 문화체험의 보고
21년간 10회의 세계문화엑스포로 축적된 문화인프라, 최고의 자산
황룡사 9층탑 음각 형상의 경주타워, 엑스포공원 문화탐방의 기준점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장애인 화가의 명작 가득한 솔거미술관 최고 인기

휠체어 공원 탐방기 [34] 

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상)

경주엑스포공원 입구에서 본 경주타워의 모습
경주엑스포공원 입구에서 본 경주타워의 모습(사진=소셜포커스)

경주는 제주와 함께 국내 최고의 관광지다. 제주는 자연환경이 관광자원의 바탕이 되었다면, 경주는 문화유적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고, 경주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국내엔 여러 곳에 세계유산이 있지만 전통 관광명소인 경주에서는 더욱 뚜렷한 의미가 있다.

경주의 불국사와 석굴암이 1995년에 국내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고, 2000년도에는 경주의 대부분 지역이 포함된 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거대 왕릉과 뛰어난 불교 유적 및 출토된 유물 등에는 왕족을 비롯한 신라인, 아니 고대 우리 민족의 탁월한 문화예술 감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시대 반촌의 취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양동마을, 유교 문화의 대표유적이라 할 수 있는 옥산서원(다른 서원들과 함께 또 다른 세계유산임) 등도 귀중한 문화유적이다.

경주에서 나온 34개의 국보유물은 우리나라 국보 수의 10%를 차지하며, 77개의 사적지는 국내 전체의 15%를 점유한다. 이러한 통계로도 문화유적지로서 경주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경주를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근대화 이후 종합관광의 역사가 시작된 보문단지 또한 경주가 자랑하는 명소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고 관광에도 눈을 돌리면서 1970년대 국내 최초의 종합 관광휴양지로 ‘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되었다.

경주는 현재에도 수많은 유적지 복원과 새로운 시설 등으로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면서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경주를 방문하면 고대시대와 중세, 그리고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를 세트로 느낄 수 있다.

경주엑스포공원의 안내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의 안내도(공원홈페이지 자료)

이번에는 경주에서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을 대상으로 휠체어 탐방을 실시했다. 공원의 위치는 경주시 천군동에 보문관광단지와 인접하여 있다. KTX신경주역에서 경주시내를 경유하여 약 20km의 거리다.

공원은 약 56만㎡의 드넓은 대지에 엑스포문화센터를 비롯하여 수많은 전시시설과 공연·영상·체험시설이 들어 서 있다. 이 공원도 생태숲 등 우수한 자연환경과 조경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만, 그 보다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문화 테마공원이다.

이 공원은 1998년도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엑스포 행사를 위해 건설되었다. 이 엑스포는 경주에서 경상북도의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 각국 문화체험 박람회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의 신라∙가야 문화, 유교문화의 자산을 세계문화와 접목하고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창설됐다. 1998년 9월부터 11월까지 2개월 동안 계 최초의 문화 엑스포가 열린 이후 평균 2년 간격으로 개최하여 왔다. 2019년도 가을에는 45일간의 행사가 10번째(마지막)로 열렸다. 21년간 10번의 행사에서 외국인 120만을 포함하여 총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공원으로 접근하다보면 경주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82m 높이의 경주타워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근대이전 우리 역사상 최고의 건축물 황룡사 9층탑을 실제 크기로 음각화한 형상이며, 2007년 제1회 경주문화엑스포를 앞두고 건립했다.

가장 높은 층에 전망대가 있고, 그 아래층에 신라역사문화관에서는 ‘신라천년, 미래천년‘의 각종 전시물과 1천분의1 크기의 미니어처로 꾸며진 신라 왕경도 등을 볼 수 있다. 왕경도의 풍경에서 세계 유일의 천년왕도로서 100만 인구가 살았던 메트로폴리탄 서라벌의 위용을 조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버튼을 누르면 각 유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주왕경 AR’ 애플리케이션과 모니터를 통해 전통 신라복장을 입은 신라인의 모습과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 전망대에선 82m 높이의 짜릿한 고공체험이 가능한 스카이워크와 선덕홀 등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맛볼 수 있다. 

경주타워가 황룡사 9층 탑을 형상화하여 음각화 된 시설물이기 때문에 당시의 화려하고 웅장했을 탑의 직접적인 이미지는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보문단지를 바라보면 황룡사 9층탑의 실물로 추정되는 모습과 규모를 갖추고 직접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시설물이 보인다. 민간의 연수시설인 황룡원의 중도타워다. 음각의 경주타워와 양각의 중도타워는 황룡사 9층탑의 형상으로 나란히 근거리에 위치하여 음양의 조화를 보이는 것 같다. 다만 황룡원의 중도타워는 해당 시설에서 운영하는 연수프로그램(명상수행 등)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반 관광객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시설이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신라왕경도의 모습(사진=소셜포커스)
전망층 전면유리 가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신라 서라벌의 화려한 모습(사진=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경주타워 속에 숨어있는 오아시스 정원, 신라에서 시작되는 실크로드의 먼 여정 가운데서 만나는 오아시스를 표현한 것이다.(사진=소셜포커스)
경주타워에서 바라본 황룡원 중도타워, 황룡사 9층 목탑을 실물크기로 재현한 모습이다.(사진=소셜포커스)
경주타워에서 내려다 본 솔거미술관, 시간의 정원, 아평지 연못, 백결공연장(삼각의 하얀지붕)(사진=소셜포커스)

경주타워를 나오면 첨성대 영상관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3D애니메이션 영상관이다. 신라의 역사와 설화 등을 소재로 한 ‘천마의 꿈’, ‘벽루천’ ‘토우대장 차차’ 등 다양한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첨성대 영상관에서 왼쪽 동산의 언덕으로 올라가면 솔거미술관을 비롯하여 ‘시간의 정원’, ‘아사달 조각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솔거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이 기증한 그림과 서예작품 830점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친환경 공간 속에서 거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45년생인 박화백은 중학교를 중퇴하였으며, 집안의 제사에 쓰는 병풍을 보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한국의 역사유적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중국에서도 개인전을 열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주요미술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박화백은 어렸을 때 한쪽 팔을 잃은 장애인 화가이다. 한 손으로 그림을 그려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고, 자신의 혼이 담긴 수많은 명작들을 사회에 쾌척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와 희망을 준 그분의 위대한 삶도 찬란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을 돌다 보면 관람행렬이 멈추고 각자 포즈를 취하면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지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 액자형 유리창 밖으로 아평지 주변의 아기자기한 수변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내가 풍경이 되는 창’이다. 공원 내 4대 포토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솔거는 신라시대 화가로서 황룡사 벽에 노송도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서 새들이 날아와서 앉으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실물은 전해오지 않지만 삼국사기에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미술관은 2015년도에 개관했다.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명칭문제로 추진이 지연되는 등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이 미술관이 박대성 화백의 그림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며, 기획전시 등을 통해 지역작가들에게도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 홈페이지에 가면 830점에 달하는 그의 명작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엑스포가 올여름 휴가철에 공원을 방문한 관광객 239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원 내 시설 중 솔거미술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아주 근사한 차이로 경주타워를 뽑았다.

첨성대 영상관(사진=소셜포커스)
영상관 주변의 잘 다듬어진 조경과 휴게시설, 진입로의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사진=소셜포커스)
솔거미술관 가는 길
솔거미술관 가는 길
솔거미술관의 전시품
솔거미술관에서 현재 전시중인 작품들(사진=소셜포커스)
소산 박대성 화백의 글씨와 그림들
소산 박대성 화백의 글씨와 그림들(사진=엑스포공원 솔거미술관 홈페이지 화면캡쳐)

 

솔거미술관의 '내가 풍경이 되는 창' (사진=소셜포커스)
'카페 솔거랑'의 휴게공간, 높지도 않은 단차지만 휠체어나 유모차의 통행을 어렵게 한다.(사진=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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