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장복 “한발 더 나아간 ‘장애인복지’ 언제나 고민해요!”
김천장복 “한발 더 나아간 ‘장애인복지’ 언제나 고민해요!”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10.19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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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복지관’ 개관에 기기 보급부터 나서... “이용자 만날 기회, 오히려 많았다”
이용자 취업 분야, 점차 확대중... 장애인당사자 활동지원사 4명 배출키도
직원들 손길로 탄생한 ‘파크골프장’, 지역 장애인생활체육 거점으로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소셜포커스

[기획특집 : 장애인복지 현장을 찾아서 ④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본지는 전국 각지의 장애인복지관 스물다섯곳을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전달하고자 한다. 네 번째 행선지는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김천장복)이다.

김천장복은 관내 장애인 고용과 장애인 생활체육 문화를 이끌고 있는 지역 복지 전달체계의 중심이다. 지난 9월 28일 김천시장실을 찾은 박선하 관장은 장애인 직무 확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대규모의 제조업체들이 들어선 만큼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늘어나고, 단순가공직 외에 유통 및 관리직에도 장애인들이 진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 희망직무 맞춤형 교육 ‘순항 중’... “올해 실적은 이미 초과 달성”

김천시는 수도권과 경상권을 잇는 십자축 철도망을 주축으로 새로운 산업요지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다. 아주스틸, 대정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김천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으면서 청년 일자리는 물론 장애인 고용에도 새롭게 물꼬가 트여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김천장복 직업재활사업 참여자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하여올해 사업 실적은 4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달성했다. 여기에는 김천장복만의 장애인 맞춤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한 몫을 했다. 각자 희망하는 직무에 맞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업체에서 현장 훈련을 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방식도 충분히 성공적이기는 했어요. 하지만 장애인 채용 공고를 내는 모든 기업이 1, 2년씩 현장 훈련할 기회를 주지는 않거든요. 예를 들어 공기업 사무직 공고가 났는데 ITQ,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하나 없이는 서류 전형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요. 맞춤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격증을 딴 분들이 그런 일반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취업하는 경우가 늘면서 취업 분야도 늘고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김천시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수행기관 두 곳 중 한 곳인 김천장복은 올해부터 활동지원사를 직접 배출하기 시작했다. 4명 전원이 장애인당사자다.

주기적인 보수교육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활동지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매년 활동복을 지급하고 있다. 장애인당사자 활동지원사들에 대해서는 1:1 코칭 시 안전교육도 빼놓지 않는다. 활동지원사의 안전은 곧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일하세요. 네 분 중에 한 분은 신장장애인인데 투석을 하면서도 이용자 분이랑 스케줄을 맞춰가면서 일하고 계시거든요. 우선 본인부터 장애인이니까 서비스 이용자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이해해준다는 장점도 있구요. 물론 신체적으로 한계가 있다보니 마음처럼 열정을 다하기는 힘들다고는 하세요. 네 분 다 남성분들이라 가사지원에서 약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고요. 그래서 가사지원, 신체지원, 사회활동 세 가지 서비스 분야 중에서 사회활동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들과 매칭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김천장복 취업동호회 이용자들은 복지관 파크골프장으로 재충전 여행을 떠났다. ⓒ소셜포커스

■“취업보다 중요한 건 ‘근속’”... 취업장애인동호회에서 직장 고민 나누며 의지 다져

장애인의 취업이 자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근속이 필수다. 김천장복은 복지관 사업을 통해 취업한 장애인들의 근속을 장려하기 위해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취업장애인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한번씩은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사람들까지 모아 ‘재충전 여행’을 떠난다.

특히 제조업에 취업한 장애인들은 고강도의 반복 업무에 지쳐 오래 다니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에는 짚라인을 타며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시국이 여의치 않을 땐 복지관 뒤 파크골프장을 캠핑장 삼기도 했다.

김대열 직업지원팀장은 주말에 출근해 캠핑장을 꾸리고 이용자들을 인솔하는 것은 힘들지만 이용자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하려면 본인만의 목표나 취미가 꼭 필요하잖아요. 회사 동료들과는 하기 어려운 얘기도 있고요. (동호회에)오시면 급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돈을 얼마나 모을 계획인지 이런 부분도 공유하세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오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얻으시더라구요. 물론 프로그램을 주말에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저도 이용자들을 더 알아가고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김천장복 앞마당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소셜포커스

■ “파크골프, 경북지역 인기 레저로”... 2018년부터 대회 개최해 와

김천장복의 대표 프로그램은 단연 ‘파크골프’다. 복지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푸른 잔디가 깔린 앞 뒷마당은 직원들과 박선하 관장이 손수 땅을 다져 만든 파크골프장이다. 손수 땀 흘리고 정성 들여 만든 만큼 파크골프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박선하 관장은 김천시, 나아가 경북에 파크골프 붐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2018년부터 이용자와 소속 활동지원사, 직원들과 함께 각종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어느 하나 직원들 손이 안 간 곳이 없어요. 직접 나무도 베고 평탄화 작업도 하고 급수, 조명까지 다 설치했어요. 급수 시설이 없으면 물을 일일이 호스로 줘야 하는데 물만 틀면 알아서 다 급수되도록 잘 해놨습니다. 이용자 분들은 여느 파크골프장보다 코스도 재밌고 훨씬 낫다고들 하세요.”

처음에는 못 한다며 손사래부터 쳤다던 이용자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다른 이용자가 공을 치는 모습을 보고 홀인원을 점쳐보기도 하고, 자기 차례에는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홀을 바라보며 신중하게 자세를 고쳐 잡는다.

“특히 하지장애인 분들은 ‘아, 나 장애 때문에 안 돼’, ‘다리 때문에 못 쳐’라면서 시도도 안 해보려고 하셨어요. 그런데 한 번 쳐보고 나니까 ‘어, 되겠다! 재밌네!’하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직원들이랑 치기도 하고 프로그램 시간 아니더라도 찾아와서 놀다 가고는 하세요.”

김천장복 사이버복지관에는 매주 퀴즈영상이 한 편씩 올라가고 있다. 이날은 임가공 작업장에서 퀴즈 프로그램 촬영이 진행됐다. ⓒ소셜포커스

■ 발 빨랐던 ‘사이버복지관’ 개관... 휴관 돌파구에 지역매체 ‘이목 집중’

금세 사라지리라 여겨졌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쳤다. 사업의 새 활로를 찾아야 했던 것은 복지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이용자가 많은 장애인복지관은 휴관과 개관을 근 2년간 거듭해야만 했다.

시에서 첫 휴관 명령이 내려오고 나서 김천장복 임직원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당장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가가호호 들러 음식을 전달하고 안부를 묻는 데에만 그쳐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던 4월 초, ‘사이버복지관’을 열자고 제안한 것은 박선하 관장이었다. 지금이야 촬영부터 편집까지 척척 해내는 직원들이지만 당시엔 큰 벽을 마주한 듯 막막하기만 했다.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 호흡하던 강사들도 카메라 앞에 덩그러니 서기를 어려워했다.

PC가 오래됐거나 아예 없는 가정도 문제였다. 직원들은 공공기관이나 단체,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은 PC를 일일이 손봐 각 가정에 전달했다. 그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천장복의 발 빠른 대처에는 지역 매체가 먼저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도할 수 있었던 것도 잠시, 직원들은 또 하나의 장벽에 부딪혔다. 해금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실시간 강의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사는 단 한 명. 1:1 강의도 여의치 않아 믿을 것은 줌(ZOOM) 뿐이었다. 직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정보화기기를 낯설어 하는 참여자들의 가정에 모두 들러서 PC와 스마트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긴 시간을 들여 이용법을 지도했다. 이제는 시각장애인 참여자도 문제없이 줌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해금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긴 휴관을 마친 김천장복은 프로그램 구성원을 백신접종자 5인 이하로 제한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비대면 프로그램은 해금 강사 김OO 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40여년을 교직에 있다가 퇴직한 후 해금 강사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 육칠년간 다양한 수강생들은 만나며 쌓아온 노하우들이 비대면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니 무색하기만 했다.

“해금 강의를 오래 해오면서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3S 원칙이라고 적은 양을(Small), 천천히(Slow), 단순하게(Simple) 알려드려야 한다는 거죠. 또 시각장애인 분들이나 손가락 움직이기가 수월치 않은 분들한테는 운지법을 직접 손을 만져가면서 알려드리고 특수 악보를 만들어드리거나, 계이름을 녹음해드리거나... 그런데 갑자기 줌으로 수업을 하게 되니까 처음 수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헤매게 되더라고요. 저조차도 줌을 다루는 게 어려웠고, 연결 상태가 매끄럽지 않을 때도 있다 보니까요. 그래도 수강생 분들이 잘 따라와 주시고 복지관에서도 많이 협조해주셔서 지금은 줌으로 수업해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역량지원팀 김은혜 팀장은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역설적으로 이용자들과 한발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몇 번이나 집에 들러서 어떻게 접속하는지 오디오는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려드리고 나니까 이제는 줌으로 (프로그램을)한다고 하면 알아서 제시간에 접속하시는 수준까지 됐어요. 코로나 때문에 가정방문을 할 일이 많아서 바쁘기도 더 바쁘고 시간도 부족했지만 오히려 한 분 한분 만나면서 이용자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차원 나아간 ‘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 공헌’과 ‘정책제안’으로!

박선하 관장은 복지관 마당을 들어서자마자 잔디를 향해 걸었다.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다가가 친구처럼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레 골프채 하나를 쥔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지 이용자들도 동네 아저씨를 대하듯 넋두리 한 마디, 농담 한 마디씩을 던진다.

이용자들도 복지관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여러 직책으로 바쁜 와중에도 프로그램 현장을 찾아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채를 휘두를 순서를 기다리는 그에게 장애인복지관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박선하 관장. ⓒ소셜포커스

“중요한 부분 중 두 가지는 ‘지역사회 공헌’과 ‘정책 제안’입니다. 지역 장애인을 위한 기관이지만 지역 장애인만을 위한 기관, 전달체계의 역할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 높은 차원에서 고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복지관 예를 들자면 환경부 지원금을 활용해서 복지관에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해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고, 복지관의 작은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개방해서 독서 문화 확산에도 힘썼습니다.

정책제안 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일화로 부항댐 데크 설치 공사 때의 일입니다. 공사 중인 데크 몇 곳이 분절되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상태여서 수자원공사에 건의했고 추후 개선된 것 확인 했을 때 정말 보람되었습니다."

박선하 관장의 이야기는 항상 직원들 자랑으로 끝났다. 개인 역량도 출중하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끼도 많다며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관장님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정말 많으세요”, “우리 관장님이 이런 건 제일 잘하실 걸요?” 등 박선하 관장의 리더십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해주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복지관과 이용자들을 위해서 항상 헌신해주는데 그 고생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죠. 구성원들을 살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생활 속에서도 (리더로서의)교훈을 얻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는 뮤지컬 한 편을 봤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만드는 주인공의 모습에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목표 달성에만 매몰돼서 구성원들의 애로사항을 살피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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