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 (하)
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 (하)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10.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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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엑스포를 10번이나 개최한 국제적 명소 경주엑스포 공원
문화센터 등 국제규모 전시·체험시설, 엘리베이터 없어 이동약자 불편
화랑숲의 나이트 워크, 빛 축제의 인기에도 휠체어·유아차는 사절
영상자료 등 충실하고 알찬 홈페이지로 정보 접근성은 최고 수준

전국의 공원 휠체어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 휠체어 공원 탐방기 [34]


세계 문화엑스포를 빛낸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에서 엑스포 기념관쪽으로 내려다 본 공원의 모습, 하천 건너편으로 신라밀레니엄파크의 일부가 보인다.(사진=소셜포커스)
경주타워에서 엑스포 기념관쪽으로 내려다 본 공원의 모습, 하천 건너편으로 신라밀레니엄파크의 일부가 보인다.(사진=소셜포커스)

경주엑스포 공원은 신라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바탕으로 1998년 세계문화엑스포를 열었다. 그리고 2019년까지 문화엑스포 행사를 10번이나 개최하면서 수많은 전시·공연·체험 시설을 갖추었다. 공연·상영 관람 및 체험행사까지 모두 참여하면 1박2일을 꽉 채워서 둘러봐도 부족할 것이다.

공원은 국제행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홈페이지에는 시설별로 영상자료와 함께 체계적인 안내시스템은 잘 구축되어 있다. 각종 콘텐츠는 물론 전시된 조각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자료까지 수록되어 있어 정보접근성 하나만은 어느 공원보다 우수한 것 같다.

시설이 너무 많아 필자는 2차로 나누어 휠체어 탐방을 실시했다. 나중에 방문한 관람시설에서는 개선해야 할 장애인 불편사항이 자주 눈에 띄었다.

상편에서 소개한 솔거미술관 앞으로 기하학적 조경이 인상적인 「시간의 정원」을 지나면 화랑광장이라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사달 조각정원이 이어진다. 조각정원에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18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공원 홈페이지에는 전시된 모든 작품에 대한 설명자료가 있다.

아사달은 아사녀와 함께 애달픈 무영탑 설화의 주인공이다. 뛰어난 석공 기술로 인하여 불국사를 창건할 때 신라의 요청으로 백제에서 건너와 다보탑과 석가탑을 조성한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아사달 조각정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처용의 집」이라고 하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시대별로 4,50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화석들이 살아 숨쉬는 동양 최대의 화석박물관이다. 1억년 전의 공룡알, 5천만년 전의 거북이·매머드·암모나이트 등도 직접 볼 수 있다. 진귀한 보석이나 광물도 관찰해볼 수 있다.

아사달조각공원과 화랑광장의 주변모습
아사달조각공원과 화랑광장의 주변모습(사진=소셜포커스)
자연사 박물관의 입구와 실내의 모습
자연사 박물관의 입구와 실내의 모습(사진=소셜포커스)

「자연사 박물관」 옆에는 엑스포문화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문화센터의 중심시설은 문무홀이라는 대공연장이다. 요즈음 그곳에선 낮에 인피니티플라잉 공연을 하고, 저녁에는 몇 개월째 국립정동극장에서 용화향도라는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인피니티플라잉은 3D 영상 및 홀로그램과 로봇 등의 최첨단 공연기술을 접목하여 배우의 실연 공연과 영상이 만나는 판타지 효과를 연출한다. 용화향도는 김유신과 김춘추가 삼국통일을 꿈꾸는 화랑도 시절 이야기를 소재로 한 100분짜리 창작 뮤지컬이다.

문화센터 2층에는 실감VR스튜디오와 신라공예 체험관이 있다. VR스튜디오 현재 진입이 불가능한 문화재 석굴암을 가상 현실 속에서 직접 내부를 걸으며 미션수행도 가능하다. 그 외에 FPS게임 등 여러 가지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런데 그 2층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문화센터 건축에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었고, 복층 구조인데 승강기가 없다니 깜짝 놀랐다. 체험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유모차는 탈 수 없고 휠체어만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필자가 그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작동이 되지 않았다. 관계자가 나와서 탑승자 없이 작동하면 가동이 되는데, 휠체어가 들어가면 움직이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차례 시도했으나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 유아차도 탈 수 없고, 전동 휠체어가 탈 수 없는 리프트라니...

엘리베이터만 있으면 간단한 문제인데, 국제행사를 수없이 치렀던 문화센터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동약자들이 핵심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이는 분명한 장애인차별시설이다. 법령에서도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수준으로 공중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면 장애인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엑스포기념관에서도 겪어야 했다. 기념관에 들어갔는데 안내원은 휠체어를 탄 필자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지하 전시장은 들어갈 수 없으니 1층만 구경하세요.”

“아니 이렇게 큰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구요?”

“이 건물은 단층건물입니다.”

“지하에도 전시장이 있다면서요?”

“단층건물이라니까요!”

국제행사의 시설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동약자는 지하 전시장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해서 다시 물었지만, 미안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단층건물이라는 사실만 강조했다.(사실은 단층이 아닌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왜 또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과거의 언론 보도에서 이 기념관 신축에만 100억대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과잉투자 논란까지 있었다. 지상은 단층이지만 지하를 포함하여 복층이고,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다. 앞에 말한 문화센터 건물까지 포함하면 수백억 원의 국민세금이 들었을 것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대규모 국제행사를 여러 번 개최했다. 그러함에도 이동약자의 필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꼭 이동약자가 아니라 해도 그렇다. 이용약자에게 편리한 시설이 모두에게 편리하다. 아니 이동약자가 아닌 사람에겐 더욱 편리하다.

도대체 어느 공무원이 이런 기획을 했고, 어느 회사가 설계와 시공을 했을까? 또 그간 얼마나 많은 이동약자들이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을까?

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외부위 위용, 그리고 내부의 모습 공예체험관은 2층에 있으며, 엘리베이터 대신 리프트가 있으나 유모차 탑승 불가의 안내문이 눈의 띈다.
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외부의 위용과 내부의 모습, 공예체험관 및 VR스튜디오는 2층에 있으며, 엘리베이터 대신 리프트가 있으나 유모차 탑승금지의 안내문이 눈의 띈다.(사진=소셜포커스)
공원내 문화센터 문무홀의 공연모습, 왼쪽은 용화향도 오른쪽은 인피니티플라잉 공연모습(사진=공원 홈페이지 영상자료 캡처)
엑스포 기념관의 1층과 지하전시장의 전시물, 기념관 건물의 외부 모습은 서두에 있는 대표사진 참조
엑스포 기념관의 1층과 지하전시장의 전시물, 기념관 건물의 외부 모습은 서두에 있는 대표사진 참조(사진=소셜포커스)

경주타워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향하면 "천마의 궁전"이 나온다. 경주의 문화유산들이 첨단기술에 의한 찬란한 빛으로 재현되는 곳이다. 천마총금관, 석굴암, 에밀레종 등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가 환상으로 유도한다.

그 시설에 위쪽으로 이동하면 화랑숲의 산책로를 이용한 나이트 워크가 있다. 야간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빛으로 펼쳐지는 신화와 전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요즈음은 매일 야간에 할로윈 행사(루미나 해피 할로원)를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였다고 한다.

야간 산책로 곳곳의 숲속이나 미니광장 등에서 홀로그램 스크린에 비춰진 동화 및 신화의 장면들이 실제의 조형물과 함께 어울리면서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곳도 문제다. 공원 관계자는 이 시설에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야산이라 언덕이 많고, 중간에 단차나 계단도 있고 하여 이동약자는 위험하다고 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낮 시간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 가봤다. 휠체어가 갈 수 없는 부분은 동행인에게 관찰을 부탁했다. 살펴본 결과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기 때문에 산책로를 개설할 때 좀 더 완만하게 조성하고, 단차나 계단을 설치하지 않고도 통행이 가능한 루트를 개발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중시설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성을 갖춰야 한다. 이 시설을 조성하면서 관계자들이 무장애 개념을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원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문화엑스포(이사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월 경북장애인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 및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등과 장애인의 문화관광 접근성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행사들이 이벤트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장애인 편의시설 등 무장애 환경을 갖추는데 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외지에서 방문하려면 신경주역이나 경주역에서 경주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경주장애인콜택시는 1주일 전부터 예약을 받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예약없이 당일에야 이용하려고 신청하면 선약자가 많아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필자는 과거에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지만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인접 도시인 울산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를 수없이 이용해 봤지만 어디서나 필요한 즉시 차를 부르면 언제든지 30분 내로 연결되었다. 경주와는 천지 차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주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보문단지로 가는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다. 국내 대표적 관광지 경주에서도 최대 관광단지라고 할 수 있는 보문단지·엑스포공원까지 이동하는데 장애인 접근성은 이처럼 매우 열악하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중요 관광단지에 저상버스도 없으니 휠체어 이용자가 개인적으로 경주를 여행하는 데는 많은 난관을 겪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와 저상버스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데도 경주시와 경상북도가 하루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이 개인 또는 단체로 경주를 여행하려면 경주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는"경주장애인관광도우미센터"를 이용하면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센터의 홈페이지에는 장애인 관광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잘 구축되어 있으며, 문화해설사 지원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엑스포대공원은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조성된 곳이다. 그러나 모든 시설물은 지나치게 현대식 양식을 하고 있다. 당시의 문물은 상징성으로만 남아 있고, 창작된 영상자료에 의한 간접 체험만 가능하다는 한계점도 있다.

공원에 인접한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신라시대의 저자거리, 귀족과 서민들의 생활주택, 화랑무예공연장 등이 실제 모습으로 재현되어 신라문화의 직접체험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 테마파크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다가 도산하여 수년째 방치되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 새로운 회사에서 인수하여 재단장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에서도 이처럼 귀중한 시설들이 경주와 우리의 역사문화를 다시 빛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시설이 제 역할을 하게 되면 엑스포대공원과 함께 상호보완 및 시너지효과가 생기면서 엑스포공원을 찾는 관광객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천마의 궁전에서 빛으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의 환상적인 모습(사진=소셜포커스)
나이트워크(밤길)의 입구 안내판과 이야기 소품으로 장식된 산책로의 모습, 하단은 야간의 어둠속에서 홀로그램 스크린 등으로 신화를 소개하거나 빛을 통하여 통하여 스토리를 전개하는 모습(상단사진=소셜포커스, 하단사진=공원 홈페이지 자료)
공원내 일부 산책로는 단차 및 계단, 요철노면 등으로 인해 휠체어 및 유모차의 통행이 곤란하다. 조금만 신경쓰면 시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공원내 일부 산책로는 단차 및 계단, 요철노면 등으로 인해 휠체어 및 유모차의 통행이 곤란하다. 조금만 신경쓰면 시정이 가능한 상황이다.(사진=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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