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섬… ‘뻘짓’하러 뻘다방으로 간다.
목섬… ‘뻘짓’하러 뻘다방으로 간다.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1.11.10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해의 해지는 풍경 ⓒ소셜포커스

학창시절에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뻘짓’한다고 했다. CNN이 우리나라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한 목섬을 보려고 ‘뻘다방’으로 갔다. 이것도 뻘짓인가 하며 웃었다. 뻘다방에서 보는 밀물과 썰물… 그리고 이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뻘짓 중에서도 뻘짓이다. 자주 와 본 곳이긴 하지만 올 때마다 감정이 새롭고 다르다.
가는 길에 비봉에 있는 맛집 ‘다람쥐할머니집’에서 냉묵밥과 묵전으로 속을 채웠다. 묵으로 만든 이 집 음식은 쫄깃하며 야들야들해서 아주 맛있다.

목섬이 보이는 풍경 ⓒ소셜포커스
목섬이 보이는 풍경 ⓒ소셜포커스

뻘다방은 리모델링되었다. 예전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확장했다. 공간 활용과 인테리어는 빈티지와 모더니즘을 절묘하게 조합시켰다. 다만 의자는 편했으면 좋겠다. 몇 개 빼 놓고 불편하다. 손님을 많이 회전시키려는 주인장의 뻘짓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재즈운율이 굵직한 중저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듯 나지막이 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듯 보이는 풋풋한 청춘은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민낯을 드러낸 갯벌을 바라보며 미래를 속삭이고 있다. 한 번 다녀왔음직한 중년은 시선을 피할 후미진 장소에서 사랑을 부활시키려는 듯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밀회를 즐기고 있다.
다른 한 쪽에는 한 아이에 보호자는 다섯인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 시대의 과제인 낮은 출산의 그림자를 체감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빈티지 풍의 정감을 자아낸다. ⓒ소셜포커스

자녀에 손에 이끌려 따라 온 잿빛 머리카락의 노년은 느릿한 걸음이다. 떨어지는 석양에 주름진 얼굴이 선명했다. 이렇게 뻘다방은 코로나19를 견디어 내는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 그림을 그려 내고 있다.

오후 늦게 도착했다. 자몽 주스를 시켰다. 집에서 과일을 조금 싸 왔기에 도둑고양이처럼 당당하게 먹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머무르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다채로운 뻘-뷰(View)를 즐기며 사진으로 남길 생각이다. 진회색의 뻘… 파란 바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다. 바다는 갈치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은색 펄로 채색되었다. 해가 떨어지며 천지를 시시각각 주황으로 붉게 물들였다.

해변에서 석양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 ⓒ소셜포커스

뻘다방 주인은 모자를 눌러 쓴 채 한 손에 페인트 통, 다른 한 손에 붓을 들고 돌아다니며 원하는 색깔을 입히고 있다.
눈에 띠게 바뀐 게 있다. Hakuna matata를 새겨 놓았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Hakuna는 “없다” Matata는 “문제” 즉 “문제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킹에서 사용된 말이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근심 걱정 모두 떨쳐 버려!”로 번역되었다.
인생은 현재의 시간이 지나가면 고통도 추억이 되는 묘약을 내어준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남기며 사부작사부작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과 점점 멀어져 간다. 그리고 여기서 같이 있었던 호흡은 또 다른 추억으로 새겨 진다.

해질녁 풍경이 한적하다. ⓒ소셜포커스

해는 바다 가운데 있는 측도 머리 위로 내려앉으며 목섬을 붉게 채색하고 있다. 밀려 나갔던 물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뻘짓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물 나갈 때 노를 저어 제대로 뻘짓을 한 게 별로 없었나하는 ‘웃픈’ 생각들이 바다바람에 스쳐 지나간다.
뻘다방 한 구석에서 나무를 태우고 있다. 나무 타는 냄새가 뻘을 향해 펴지고 있다. 탄내는 추억의 냄새다.
옅은 주황에서 검붉은 주황으로 짙게 물들어 가는 서해의 풍경에 맞춰 재즈선율도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저물었다.
뻘다방에는 등불이 하나 둘 밝히며 밤을 맞이하고 있다.

(※목섬은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서해 어느 바닷가에 있다.)

[양우일 객원기자]

황혼이 짙어가는 바닷가 ⓒ소셜포커스
밀려드는 물결 위로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다.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