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투표권 ‘휴지조각’ 될 판
발달장애인 투표권 ‘휴지조각’ 될 판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1.11.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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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시정권고 결정에도 9개월째 ‘요지부동’
“투표보조인 투표에 영향 우려” vs “발달장애인 참정권 무시 처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포커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발달장애인의 투표소 문턱이 좀처럼 낮아질 줄 모른다.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에도 정부는 수 개월째 요지부동이다. 다만, 교육자료 안내로 현장 혼선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장애계는 긴급조치 청구로 시급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내년 대선에서 이들의 투표권이 휴지조각이 될 판이란 주장이다.

29일 장애계와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에서 발달장애인 A씨 등 12명은 자신들의 부모 등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선관위 직원들로부터 제지당했다. 당시 공직선거법에 따른 투표 보조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법령 제157조 6항은 시각 또는 신체 장애 선거인은 가족이나 자신이 지명한 보조인을 동반해 투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발달장애인은 이동이나 손 사용에 어려움이 없어 신체장애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제20대 총선부터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내용은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사무 지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지만,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투표보조 조항이 삭제됐다. 투표보조인이 발달장애인의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4개 단체는 같은 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도 이들의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요구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월 시정권고에서 중앙선관위에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 교육을 주문했다. 하지만, 지금껏 선거사무 지침 투표보조 조항 개정은 없었다.

그러자, 앞선 단체들은 29일 법원에 긴급조치를 공식 청구했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 결정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된 대책과 관련해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고작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다시 휴지조각이 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선관위 측은 교육자료 안내를 통해 혼선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선거1과 관계자는 “당시 동반한 부모나 대리인이 발달장애인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조 가능한 장애 유형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가오는 선거에선 교육자료 안내 등을 통해 투표현장에서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할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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