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 투쟁이 ‘실력행사’ 둔갑
장애인권리 투쟁이 ‘실력행사’ 둔갑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1.12.1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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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농성으로 공간 사용신청 70% 급감…
불법구조물로 장애인 이용불편 잇따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설치한 불법 구조물(2층 컨테이너)과 몽골텐트.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단체 농성장 철거 논란이 장기화 하고 있다.  불법 건축물이 수 개월째 건물 입구를 막아서면서다. 해당 단체는 건립취지에 따라 사용제약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건물을 드나들면서 이용자 불편은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장애인권리 투쟁이 실력행사로 둔갑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 영등포구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16일부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마당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곳에 2미터 높이 컨테이너 2개를 철제 경사로로 연결했다. 허가권자인 관할 지자체 승인 없이 설치된 불법 건축물이다. 또, 가로, 세로 3미터 남짓의 몽골텐트 2개 동도 설치했다.

이에 서울 영등포구는 뒤늦게 시정명령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 9월10일, 10월18일, 11월30일 모두 3차례 있었다. 컨테이너가 최초 설치된 지 2개월 만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7월 2일 컨테이너 1개 동을 설치했다. 이후 같은 달 17일 1개 동을 추가했다.

당초 이들 단체의 장소 사용기한은 3월16일~4월21일이다. 또, 2개월 사용연장을 신청했지만, 센터운영위에서 부결됐다. 특정단체의 장기간 사용을 금지하는 내부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른 장애인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취지다. 그러나, 해당 단체는 이를 무시하고 8개월째 무단사용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센터 앞마당 사용신청도 부쩍 줄어든 모습이다. 연 평균 7~8건의 사용신청·승인 건수가 1~2건으로 감소했다. 2017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8건과 2018년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7건이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시작된 2019년과 2020년 각각 3건과 2건으로 주춤했다. 올 들어 방역기준이 일부 완화됐지만, 사용신청·승인 건수는 2건에 불과했다.

특정단체 장기농성으로 스스로 신청을 꺼리는 모습이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이미 센터 앞 공간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사용신청을 해봤자 실제 쓸 수도 없다”며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권리투쟁도 좋지만, 자칫 이익단체의 실력행사로 둔갑한 것으로 비쳐져 전체 장애계 시민운동에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울까 우려된다”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당사자 등의 통행 위험도 제기됐다. 시각장애인 A씨는 “조금이라도 주의를 게을리하면 철제 구조물 기둥에 부딪히기 일쑤인데다, 건물 출입구 키오스크(무인발권·정보안내기) 안내정보도 텐트에 막혀 멀리까지 잘 안들릴 때가 많아 발걸음 떼기가 겁난다”라고 했다.

반면, 해당 단체는 건물 건립취지에 따른 공공성을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애초 이룸센터가 정부의 복권기금을 통해 모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공간으로 만들어진 만큼 장애인 권리투쟁을 위한 구조물 설치를 불법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불법건축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장애권익 보장을 위한 양대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배경과 취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관할 지자체도 강제철거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서울 영등포구 주택정비팀 관계자는 “자진철거 기한인 이달 말까지 불법 건축물을 스스로 거두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나 강제철거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청에 접수되는 민원도 넘쳐나는 만큼 현재로선 실제 집행효과가 낮은 이행강제금보다 강제철거 쪽으로 방향을 세우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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