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해상케이블카 개통, 무장애 탑승시설 돋보여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개통, 무장애 탑승시설 돋보여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1.18 09: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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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전곡항과 제부도 잇는 해상케이블카, 주변 관광지 인기도 급상승
전동휠체어도 그대로 탑승 가능한 국내에 몇 안되는 무장애 케이블카
제부도의 일몰과 제비꼬리길 탐방로, 전곡항의 요트 계류장도 볼만 해
승강장 대형 건물, 자동문 전혀 없어 휠체어 출입불편 등 아쉬운 점도
제부도 승강장 옆에서 본 해상케이블카(사진=Jay쌤여행TV 유튜브화면 캡쳐)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바닷길로 잘 알려진 제부도와 화성시 서해안의 전곡항을 잇는 해상케이블카가 지난 12월 23일 개통됐다. 2020년 4월에 착공하여 1년 8개월만에 개통한 것이다.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편도 운행 거리는 2.12km이다.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 전곡항에서 제부도 입구까지 해상구간을 운행하는데 체공 시간은 편도 10분 정도다. 한 번에 최대 10명이 탑승 가능한 케빈 41대로 시간당 최대 1,500명의 수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명칭은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서해랑'이라 부르기로 한다.

운행하는 곤돌라 수의 절반은 바닥까지 모두 투명한 재질이라서 바다 경관과 갯벌의 다양한 해양생태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충남 당진 앞바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아침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하고 평일은 아침 10부터 밤 8시까지 운행한다. 탑승권은 운행마감 1시간 전까지 구입해야 한다.

특히 해질녁에 맞추어 탑승하면 서해의 명품인 일몰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물 때를 잘 맞추면 제부도로 들어가는 해상 바닷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물로 인해 닫히고 갈라지는 현상을 공중에서 생생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보통 때는 끝없이 펼쳐진 서해안의 갯펄이나 파아란 수면이 펼쳐진다.

화성시의 보도자료에서는 국내 최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2019년 개통한 목포 해상케이블카 3.23km 보다는 1km 이상이나 짧다. 화성시는 "해상구간은 목포보다 길다"고 변명하겠지만 궁색해 보인다. 바다 위가 아니더라도 해상을 조망할 수 있는 구간 또한 목포가 더 길다. 국내 최고니 최장이니 하는 경쟁은 오히려 본질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

모처럼 개장한 서해랑을 폄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부질없는 키재기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으로 가자는 것이다. 휠체어 장애인 탑승시설은 서해랑이 목포보다 우수하다.

목포 해상케이블의 경우 전동휠체어 탑승을 허용하지 않아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하기에 종점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출발지로 강제 송환(?)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에 개통한 서해랑은 전동휠체어도 안전하게 타고내릴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가 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혼자서 독립활동이 가능한 전동휠체어가 대세이다. 국내 다수의 케이블카 시설은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앞서 있다는 시설임에도 목포의 경우와 같이 현장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간기점(목포의 경우 유달산 정상)이나 종점에서 내리더라도 움직일 수가 없다. 편도 이용 후 목적지에서 다른 관광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목적지에서 다른 여행지로 바로 떠날 수도 없다. 자신의 전동휠체어가 출발지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몇 달 전 목포를 방문하여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다른 역에서는 내려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출발지로 돌아와야 했다. 거기까지 가서 유달산 정상이나 종점인 고하도의 절경을 못 보고 반쪽짜리 여행에 그쳐야 했다. 그때의 아쉬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본지 2021.6.7.자 “목포 해상케이블카, 전동휠체어 거부 이유” 참조)

이번 개통한 서해랑은 이러한 문제점이 없어서 좋았다. 필자는 그대로 출발지인 전곡항 승강장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그대로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으며, 제부도 승강장에 내렸다. 그리고 제부도를 마음껏 구경하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전곡항으로 돌아왔다.

바다가 갈라지는 해상으로 날아가는 케이블카 ⓒ소셜포커스
케이블카 승강장 ⓒ소셜포커스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전경 ⓒ소셜포커스

 

제부도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한국관광 100선에도 올라있는 관광명소가 아니던가! 아름다운 백사장과 제비꼬리길, 매바위, 낙조와 일몰풍경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 원래부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제부도는 섬 전체의 둘레가 4.3Km이고, 면적은 0.972㎢에 불과하여 보행으로 1시간이면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아담한 크기다. 모두가 평지여서 휠체어를 타고도 해안선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제부도에서 보는 해가 지는 풍경은 ‘제부낙조(濟扶落照)’라 하여 화성팔경(華城八景)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섬 북서쪽의 탑재산 해안절벽을 따라 바다 위로 설치된 데크로드(제비꼬리길)는 휠체어나 유아차의 접근이 가능한 구조로 설치되어 이동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가 무의도 해안에 설치한 해상관광탐방로와는 너무나 비교되었다.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는 그 지형ㆍ구조ㆍ길이 등이 제부도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동약자의 접근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장애인 차별시설이었다.(본지 2021.12.21.자 인천 무의도 관련 기사 참조)

서해랑 케이블카가 출발 승강장이 있는 전곡항 또한 떠오르는 관광명소이다. 화성시는 이곳을 전국 최초로 레저어항 시범지역으로 가꾸고 있다. 전곡항은 서해안이면서도 물때에 관계없이 24시간 배가 드나들 수 있어 요트와 보트를 계류하는 마리나 시설이 있으며, 파도가 적고 수심이 3m 이상 유지되는 수상 레저의 최적지이다.

요트 계류장 주변은 카렌다의 사진모델로 삼을 만한 멋진 풍경이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요트 계류장에 정박 중인 하얀 요트들이 멋진 장관을 펼친다.

매년 5월말에는 이곳에서 화성시 대표축제인 ‘화성 뱃놀이 축제’가 열린다. 전곡항에서 유람선이나 요트를 타고 인근에 있는 서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둘러보는 것도 요트전문항구인 전곡항에서만 체험이 가능한 특혜다.

전곡항 마리나 부두에는 다각형의 이색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곡항 마리나클럽하우스 건물이다. 2014년도 경기도 건축문화제에서 은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요트대회를 주관하고 계류 중인 요트를 관리하는 시설이다. 전곡항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한 카페, 전망대, 휴게시설도 함께 갖춘 3층 건물인데 이곳 옥탑전망대에서 둘러보는 전곡항 풍경도 일품이다.

제부도의 해변과 제비꼬리길 일대의 풍경 ⓒ소셜포커스
전곡항의 요트계류장과 주변시설 (사진=Jay쌤여행TV 유튜브 화면 캡쳐)

 

다시 서해랑 케이블카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개통한 지 한 달도 안 된 국내 최신 시설이다. 전동휠체어도 마음대로 탑승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무장애 시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동약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몇 가지 발견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서해랑 케이블카는 전곡항과 제부도에 승강장 건물이 있다. 이들 건물은 단순히 케이블카 탑승시설을 넘어 각종 실내 위락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설 공중 복합 관광휴게시설이다. 두 승강장의 건물 면적을 합하면 총 12,000㎡에 달하는 대형건물이다.

대형건물인 만큼 출입구도 여러 곳에 있다. 그런데 자동문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육중한 여닫이 문이다. 이러한 여닫이 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때로는 치명적인 위험시설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두 손으로 바퀴 회전을 해야 하기때문에 스스로 문을 열 수가 없다. 어렵게 문을 열다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다치기도 한다.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관계법령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 별표2(3.→가.→⑷→㈎)에 의하면 “국가ㆍ지자체 청사 건물에 대하여 주출입문은 하나 이상을 장애인출입이 용이하도록 자동문형대로 하여야 한다”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서는 국가ㆍ지자체 건물에 대해서 자동문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요즈음은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웬만한 구멍가게도 자동문을 설치하고 있다. 그만큼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해랑 케이블카 승강장의 경우 국가ㆍ지자체 청사 건물보다 훨씬 많은 대중들이 드나드는 공중이용 시설이다. 게다가 개통한지 한달도 안된 최신시설이고 대형 건축물이다. 그러함에도 자동문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 이 시설은 “동명기술공단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회사가 다른 공공시설을 설계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서해랑 승강장 건물에는 최신시설답게 장애인용 화장실도 잘꾸며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의 출입문 개폐장치는 전자버튼방식이다. 몸이 심하게 불편한 중증장애인 등을 배려한 것이다. 중증장애인이 화장실 안에서 일을 보다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벨을 눌러 시설관계자를 호출하여 도움을 받도록 되어 있다.

시설관계자는 장애인의 호출을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전자식 버튼을 이용해 특수한 방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문제점을 해결한다.

그런데 서해랑 건축물의 경우 전자식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으로 문을 여닫고 걸쇄를 걸어 문을 잠그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두손으로 휠체어를 이동시키면서 수동을 문을 여닫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리고 시건장치가 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팔을 제대로 쓸수 없는 복합장애인의 경우 걸쇄를 걸고 풀기가 어렵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비상상황을 구조하기 위해 관계자가 출동했을 때 밖에서 문을 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정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서해랑 제부도 승강장에서 내리면 제부도를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동쪽 해안로로 나오고 인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야 한다. 그런데 그 횡단보도는 건너에 단차가 있어서 휠체어가 건너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는 위험한 차로를 따라 이동할 수 밖에 없다. 그 횡단보도는 승강장이 건설되면서 생겼던 것으로 보이는데, 횡단보도 선만 그려놓고 보도진입부의 턱낮추기 공사를 빠뜨린 것 같다. 이는 횡단보도에 턱낮추기를 의무화한 관련법에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불법시설은 전곡항 마리나클럽하우스 앞에서도 발견되었다.

화성시와 서해랑은 해상케이블카 개통 홍보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고 이러한 미비점도 조속히 개선했으면 좋겠다.

자동문이 없이 수동 여닫이 문으로만 이루어진 승강장 건물의 출입구 ⓒ소셜포커스
장애인용 화장실의 출입문과 화장실 내부의 수동 시건장치 ⓒ소셜포커스
제부도 승강장 주변의 횡단보도 단차 ⓒ소셜포커스
전곡항 주변의 횡단보도 단차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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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 2022-02-06 12:51:2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