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부작용 잇따라
장애등급제 폐지 부작용 잇따라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2.23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X, 새마을호 요금 장애 정도따라 제각각
“장애인 공공요금 감면제도 취지 퇴색“ 지적
KTX 열차 승강장. 소셜포커스
KTX 열차 승강장.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부작용이 잇따른다. 도입 3년째지만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요금 감면에 기존 차별 요소를 남기면서다. 요금할인을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차별은 그대로 둔 채 제도개혁만 앞세운 꼴이다. 결국 개인맞춤 서비스 취지도 퇴색했단 지적이다.

2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9년 6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발표했다.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바꾸는 게 골자다. 기존 6개 등급을 경증과 중증으로 단순화 했다. 장애인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로 바꾸는 차원이다.
개인의 욕구를 꼼꼼히 살펴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간 지원체계가 장애등급으로 대표되는 공급자 관점에서 정책개발‧집행이 용이한 체계였다면, 새로운 지원체계는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공요금 감면의 차별요소는 여전하다. 특히, 철도요금의 이중적 감면기준이 논란거리다. 코레일은 중증장애인에겐 요금 절반만 받고 있다. 이들과 동행한 보호자 1인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관계법령의 경제적 부담 경감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제30조에서 국가와 지자체, 지방공기업 등은 장애인 자립을 돕기 위해 장애인과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하는 자의 운임 등을 감면하는 정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경증 장애인 할인기준은 중증 장애인과 딴 판이다. 열차 종류와 요일에 따라 요금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우선, KTX와 새마을호는 30% 할인 헤택만 받는다. 이마저 평일에 한하며, 주말과 공휴일엔 할인혜택이 없다. 무궁화와 통근열차는 중증 장애인과 같이 50% 할인받는다.

다른 장애인 공공요금 할인기준과도 천양지차다. 유선 및 이동통신 요금 감면에는 어떤 차별도 없다. 장애 정도 구분 없이 월 통화료 절반씩을 깎아준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모든 장애인에게 50% 할인혜택이 있다. 전기요금 감액에도 경·중증 장애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6~8월엔 월 최대 2만원, 나머지는 월 1만6천원까지 할인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장애등급 폐지 무용론이 제기된다. 기존 차별 요소 위에 덧씌운 허울뿐인 개혁이란 지적이다. 한 시각장애인은 “철도요금을 경증과 중증 장애인으로 나눠 받는 마당에 앞으로 열차 칸도 경증 장애인용과 중증 장애인용으로 구별해 운영할 셈이냐”며 “차별은 그대로 두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발표하면서 마치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인 것처럼 홍보한 것부터가 가식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체장애인도 “경증 장애인이 타면 열차 운영에 특별히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닐텐데 왜 차별을 강요해 장애인들 사이에서 정부와 공기업이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관계기관과 당국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 비용보전 없이 요금할인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여객마케팅과 관계자는 “KTX의 경우 연간 약 200억 원에 해당하는 감면금액을 정부의 비용보전 없이 자부담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미 법령(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서 정한 이상의 혜택을 제공 중이며, 혜택 확대는 향후 비용 보전이 전제되면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도 “철도 운영기관의 재정부담 지원 방안 마련 등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철도요금 감면 확대를 위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