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설계 ‘부실’ 투성이
장애인 탈시설 설계 ‘부실’ 투성이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3.2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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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모집단에 거주시설 종사자 '0'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도 참가제외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추진이 산 넘어 산이다. 정책설계 오류(본지 1월12일 보도)가 속출하면서다. 1억원 가까이 들인 연구용역에도 졸속 흔적이 드러났다. 사례연구 모집단에 거주시설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빠졌다. 그러자 정책 설계단계부터 부실투성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5월 사업비 9천840만 원을 들여 동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장애인 탈시설-자립지원 및 주거지원 방안’ 연구용역을 맡겼다. 연구기관 선정은 나라장터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졌다. 입찰에는 동의대 산학단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참가했다. 개찰결과 동의대가 종합평점 95.3점(입찰가격 20점, 기술평가 75.3점)으로 낙찰받았다. 한국장총은 89.677점(입찰가격 19.977점, 기술평가 69.7점)이었다. 입찰가로 동의대는 9천988만4천998원, 한국장총은 1억 원씩 적어 냈다.

이 연구는 탈시설 세부추진방안 수립을 위해 시작됐다. 주거·자립정착 지원, 시설폐쇄 대응 등이 주요 과제다. 실태조사와 사례분석은 당사자 중심으로 하도록 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구용역 과업내용서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및 지원기관 등을 방문 조사해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뒤 사례분석을 요구했다. 또, 장애인 단체, 시설종사자, 이용자(부모) 등 의견수렴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사례연구에선 이들 대부분이 빠져 있다. 지원자 그룹 25명 중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는 없다. 모두 지원시설 전·현직 종사자들로 채워졌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1명씩이다. 이 중 경력 1년 이하인 기관 종사자도 5명 있었다.

탈시설 당사자 그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24명 중 발달장애인(지적·자폐)은 6명 정도다.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구성비와 영 딴 판이다. 오히려 다수 이용자 의견이 축소되는 기형적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천539곳에 장애인 2만9천86명이 있다. 이 중 지적·중증장애인이 76%(2만2천215명)다. 지적장애 1만1천349명, 중증장애 1만866명이다. 거주시설 이용자인 이들 부모도 모집단에 끼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관계당국은 이 연구평가에 후한 점수를 줬다. 추진방법 적절성과 연구결과 활용도 모두 적합하다고 봤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정책연구 평가 결과서에서 “정책연구 목적과의 부합성, 계약 내용에의 충실성, 추진방법의 적절성, 표절 등 부정행위 여부, 연구결과의 활용 가능성 전 부문에서 적합하다”라고 썼다.

당장 일각에선 장애인 당사자를 외면한 졸속 추진을 질타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설계부터 부실 투성이란 지적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도대체 누구에게 묻고 대답을 들어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만든 것인 지 모르겠다”며 “기초단계인 사례연구에서부터 직접 당사자가 무더기로 빠져 현실 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부실 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관계당국은 연구 수행기관과 선을 그으며 한 발 뺐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연구용역 수행기관 결과물로써 정부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건 아니다”라며 “국정과제인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에 미흡한 부분은 단계적으로 보완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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