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폭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전동휠체어는 NO
인기폭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전동휠체어는 NO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5.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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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가장 찾고 싶은 새로운 명소 블루라인 파크, 전동휠체어 거부하는 차별시설
공공자원 활용한 관광시설, 누구나 차별없는 이용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복지국가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라면서 전동휠체어 잠시보관도 단호히 거절하는 시설주의 무배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부산은 관광의 도시다. 부산은 최대의 항구도시인 만큼 수많은 해안절경이 천혜의 관광자원을 만들어 낸다. 국내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국내 최대의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에 이름을 날리는 해수욕장만 해도 7개나 된다. 여기에 태종대, 광안리, 이기대, 오륙도, 감천문화마을,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등 이름만 들어도 당장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한 곳이 수두룩하다. 부산관광 포털인 비짓부산(VISIT BUSAN)에는 총 114곳의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관광도시 부산에서도 요즈음 갑자기 떠오른는 곳이 있다. 해운대의 끝자락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에 이르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다. 동해남부선 옛 철도시설 4.8km 구간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하여, 수려한 해안절경을 따라 해변열차와 공중의 모노레일을 달리는 스카이캡슐도 운행한다.

종전에 이 구간을 달리던 동해남부선이 복선 전철화에 따라 해운대신도시쪽으로 이설되는 바람에 2013년에 종전 철로가 폐쇄됐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철길의 하나로 꼽히던 이 폐철도를 재활용하고 공중 모노레일을 설치하여 2020년 10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로 문을 열었다.

국가철도공단이 개통식 때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개발사업은 철도공단과 부산시가 체결한 “동해남부선 철도자산 활용협약”에 따른 협력사업으로, 환경훼손과 상업개발을 최소화하고 지역 친화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하였다고 한다.

국가철도공단이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보면 철도공단도 시설을 운영하는데 일정한 역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운열차와 스카이캡슐은 민간회사인 해운대블루라인주식회사에서 운행하고 있으나, 철길이 지나가는 부지는 현재에도 국가 소유이며, 국가철도공단은 운영회사에 대하여 2.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해운대블루라인(주)의 최대주주는 48.3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정프라퍼티(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삼정프라퍼티는 “삼정그린코아”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부산의 향토기업인 삼정건설의 계열사라고 한다.

부산광역시는 여기에 철로와 나란히 해안절벽과 백사장을 따라 전구간을 나무데크로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름하여 그린레일웨이다. 2014년부터 315억을 투입해 2020년도에 개통했다.

굳이 해변열차나 스카이웨이를 타지 않더라도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해안의 절경을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블루라인파크 구간은 4.8km에 불과하지만 동해안과 남해안을 넘나드는 국토의 한 축을 이루는 곳이다. 그린레일웨이 주탐방로는 전구간에 단차가 없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에도 편리하다. 다만 중간중간에 바닷물이 닿는 해안으로 접근하는 통로가 있지만 한결같이 계단으로만 되어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몹씨 아쉬운 부분이다.

저멀리 파랗게 펼쳐진 수평선, 발아래서 기암괴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온몸을 적셔주는 시원한 바람, 한 번이라도 찾아온 사람에겐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러한 마력은 부산관광공사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작년 11월에 비짓부산 포털을 이용한 5개어권 이용자 1,27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산에서 가장 찾고 싶은 곳으로 ”해운대블루라인파크“라고 응답한 것이다. 새롭게 탄생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가 부산의 쟁쟁한 기존 명소를 누르고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해운대라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와 지역적으로 연계된 덕분일까? 코로나 사태로 관광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월평균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속 15km의 느린 속도로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바다를 조망하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은 외관부터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스카이캡슐은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다양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10여 미터에 가까운 공중에서 조망장애물이 없이 온전하게 남해안과 동해안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경치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캡슐 1대에 4명이 탈 수 있어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이용하기 좋다.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간 블루라인파크의 조감도(사진=국가철도공단 제공)

 

철길과 모노레일, 산책로가 어울려 있는 해운블루라인파크의 모습(하단 우측 사진은 블루라인파크 홈페이지 자료임)  ⓒ소셜포커스
블루라인파크에서 바라본 바다(동해와 남해 분기점)의 모습  ⓒ소셜포커스
블루라인파크 산책로(그린레일웨이)에서 바닷가로 이어지는 많은 통로가 있지만 한결같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부산시가 그린레일웨이 건설에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는데 경사형 접근로 하나 내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경사형 산책로는 비장애인에게도 더 편리할 것이다.  ⓒ소셜포커스

이처럼 부산에서 가장 핫한 명소로 떠오른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해안열차와 스카이캡슐,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전동휠체어로 혼자서 전국을 누비던 필자가 최근 이 블루라인파크를 다녀왔다. 보행이 불가능한 지체장애인에게는 전동휠체어가 대세다. 단차와 계단을 피할 수 있다면 혼자서도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변열차를 타기 위해 미포정거장에 도착했다. 매표창구부터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전동휠체어는 탑승할 수 없습니다.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합니다. 수동휠체어라도 열차에 타고 내리는 것 말고는 저희들이 도와드릴 수 없으니 나중에 보호자랑 같이 오세요.“

차량의 출입문 옆에 휠체어 마크가 그려진 것은 무장애 시설임을 과시하려는 것일까?그러나 정작 휠체어 장애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는 탑승할 수 없다.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면 중간의 정거장이나 목적지에 내릴 수가 없다. 내렸다간 더 이상의 이동이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내려서 구경하고 다른 교통편으로 이동하려고 해도 전동휠체어가 출발지에 묶여 있기때문에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 해별열차를 종점까지 타고갔다가 그대로 돌아올 요량으로 수동휠체어로 갈아탈 터이니 승차권을 달라고 하면서 전동휠체어 보관을 부탁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우리 회사에서는 전동휠체어나 유모차 등 고객의 소유물은 절대 보관하지 않습니다.“

”아니,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한다면서, 전동휠체어 보관도 안 되나요?“

”회사방침이니 어쩔수 없습니다. 나중에 보호자와 함께 수동휠체어를 타고 오세요.“

장애인의 입장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실 휠체어 한 대 보관하는데 창고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을 오가는 직원들의 시각권 범위에서 적당한 공간에 경계벨트를 둘러쳐주기만 해도 될 일이다. 그런데 묻지도 않는 유모차까지 들어가면서 ”회사방침상 절대 보관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는 어투가 장애인에게 차별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한다.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기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라고 하는 것은 옷을 활딱벗으라는 의미만큼 모욕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수동휠체어 이용자에게도 탑승과정은 만만치가 않다. 승강장에서 출입문까지 단차가 큰데 출입문은 또 3개의 계단이라서 이를 이동식 경사로로 연결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보관 중인 분리형(2개를 나란히 놓아야 함)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해도 그 각도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여러 사람이 휠체어를 들다시피 하여 차내로 간신히 이동한다. 장애인 당사자는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그냥 경사로 없이 휠체어에 사람이 탄 상태에서 앞뒤로 2사람이 휠체어를 들어서 차내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다.

이 철도를 운영하는 해운대블루라인(주)는 철도차량 제작과 정거장 건설 등에 600억원이 넘는 자금(공개된 재무정보에 의해 확인된 금액임)을 투입하였으면서 이동약자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2020년도에 개통했으니 최신 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고려했다면 승강대와 출입문의 높이를 맞춰 시공했을 것이고, 차량의 출입문 또한 승강대와 수평이동이 가능하도록 했을 것이다. 휠체어 장애인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도 기차를 탈 수있는 고상홈 체제의 itx청춘(청량리-춘천간의 기차) 열차 탑승시스템은 좋은 본보기이다.

현재의 구조에서 전동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승강장 일부에 경사로가 설치된 장애인 탑승대를 설치하여 탑승대에서 차량내부로 이동식 경사로(지금의 경사로와 달리 휠체어 통행가능한 넓은 폭의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하면 어떨까? 다만 지금의 플랫폼이 넓지 않기 때문에 승강장 바닦에서 승강대로 올라가는 경사로(일체형)와 승강대에서 차량으로 들어가는 경사로(필요할 때만 설치하는 이동형)는 ㄱ자로 배치한다. 별도로 제시하는 개념도와 서울 어느 박물관에 전시된 옛날 전차승강대의 모습은 참고가 될 듯하다. 그렇게 개선하면 지금의 경사로보다는 훨씬 튼튼하고 경사각도도 훨씬 완화될 것이다.

물론 차량내부의 출입구 주변에 전동휠체어가 회전할 만큼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해변열차 출입구의 구조  ⓒ소셜포커스
이동식 경사로가 너무 허접하여 수동휠체어가 올라가는데도 너무 힘들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승강대 개선을 위한 개념도와 박물관에서 본 전차 승강대  ⓒ소셜포커스
고상홈 구조의 itx청춘 열차 승강장, 앞으로 언젠가는 모든 철도역에 이런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동약자도 아무 도움없이 승차가능한 고상홈 구조의 itx청춘 열차 승강장, 앞으로 언젠가는 모든 철도역이 이러한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소셜포커스 

공중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오가는 스카이캡슐은 수동휠체어 탑승도 허락하지 않는다. 휠체어는 접어서 별도로 타야 한다. 휠체어에서 내려서 맨몸으로 타라고 하는 것은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카이캡슐의 경우는 인식만 바꾸면 해변열차보다는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운행 중이 캡슐의 경우 출입문의 너비와 높이 등으로 보아 휠체어가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캡슐 내부의 중간에 설치된 탁자와 입구의 의자가 문제인데, 그 의자와 탁자만 제거하면 휠체어가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외다리 미니 탁자라서 제거하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모두 제거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수십 대의 캡슐이 운행 중이므로 장애인용으로 단 몇 대만 그렇게 해도 될 것이다. 극히 일부에 탁자가 없다고 해서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현장 실측의 한계로 외형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서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정거장 건물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너무 좁아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부실하다. 어느 회사에서 시공했고 어느 공무원이 준공을 해줬는지 궁금하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시설에서 개선의 노력이 없이 전동휠체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아야 한다면 이는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의 이동약자 불편에 관한 사항은 1년 전에 부산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노경수)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일부 일간지에 보도가 됨으로써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1년여만에 사상구IL센터 노경수의 소장과 활동가들이 다시 현장 모니터링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회사의 요구대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기 위해 잠시 전동휠체어 보관을 부탁했지만 단호히 거부당했다. 비용이 들지 않는 일에도 이동약자에 대한 배려는 인색했다.

물론 시설개선을 위해서는 다소의 비용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장애인을 계속 차별하겠다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스카이캡슐 승강장 외관상 휠체어 탑승이 가능해 보이지만 내부구조상 탑승이 불가능하다. 그 내부구조는 간단히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 몇 대만이라도 휠체어 탑승구조로 바꿨으면 한다.
스카이캡슐 승강장 외관상 휠체어 탑승이 가능해 보이지만 내부구조상 탑승이 불가능하다. 그 내부구조는 간단히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 몇 대만이라도 휠체어 탑승구조로 바꿨으면 한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을만큼 비좁다. 세면대 앞에 무심코 설치된 가로철봉(규정에 의한 측면철봉 말고)도 세면세 사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을만큼 비좁다. 세면대 앞에는 규정에 의한 측면철봉 외에 무심코 설치된 가로철봉도 세면대 사용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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