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동해바다가… 경주 끝자락, 읍천포구
그곳에 동해바다가… 경주 끝자락, 읍천포구
  • 전윤선 여행작가
  • 승인 2018.07.16 15: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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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그곳에 동해바다가 있다
경주 그곳에 주상절리가 있다
경주 그곳에 읍천항구가 있다 
 

①주상절 리가 있는 읍천항 마을 입구
①주상절 리가 있는 읍천항 마을 입구

경주 끝자락엔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해녀가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 했다.
경주역에서 40분 남짓 동쪽으로 향하면 읍천항이 있다. 이곳엔 30여명의 해녀가 물질로 생계를 꾸려간다. 읍천항엔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돌미역 채취기간이라 지나가는 강아지 손이라도 빌릴 판이라고 한다. 
해녀는 바다에서 미역을 따 뭍으로 건저내면 기다리고 있던 동네 남정네와 아낙들은 바지런히 손질해 볕 좋은 곳에 널어놓는다. 생미역은 바닷바람과 봄볕에 사나흘간 잘 말리면 질 좋은 최고의 미역이 된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경주에도 해녀가 있다는 건 생각지 못했어요”
“해녀 일은 얼마나 오래 하셨어요?”
“삼십년 넘었지, 경주도 해녀 많아”
“지금은 노인들만 해녀 일을 하지만, 그전엔 젊은 사람도 많았어”
“생미역 먹어 볼겨?”
“생미역도 먹나요?”
“이거 겁나게 맛있어 간도 짭짤하니”
“늙은 해녀들 다 죽으면 이젠 경주도 해녀가 없어질 텐데 큰일이여”
“이일로 자식들 다 공부 시키고 판검사도 만들었어”
“움직일 수 있을 때 일해야지”

읍천항 포구 전경 읍천항 등대
읍천항 포구 전경
읍천항 포구 전경 읍천항 등대
읍천항 등대

바람은 해녀의 손에 물기를 말리고 손등에 소금 꽃을 피웠다. 스카프 사이로 봄바람이 파고들고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것 같이 세차게 불어댄다. 아낙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은 시간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경주를 그렇게 많이 오가면서도 바다가 있다는 것을 모른 척 했다. 첨성대, 불국사, 대릉원 등 유물 단지만 둘러보다가 이번엔 지도를 펼쳐들고 경주 끝자락 까지 왔다.
마을주민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며 읍천항에 지나온 시간을 물어본다.
“이래 봐도 읍천항은 1호 항구여”
“나라에서 관리하는 항구라구”
“그래서 여그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혀”

마을 어부가 만들어 준 즉석 회덮밥
마을 어부가 만들어 준 즉석 회덮밥

읍천항 어부는 방금 잡아온 도다리와 아귀를 꺼내 들며 바로 썰어 회덮밥을 만든다.
“바다에서는 음식해먹기가 불편하니까 바로 잡은 물고기로 밥 넣고 초고추장 넣고 대충 비벼먹어”
“한번 먹어 볼래요”
“봄엔 도다리를 먹어야 봄 타지 않고 바닷일 잘 할 수 있거든”
어부가 건네준 회덮밥은 맛이 기가 막힌다. 화려한 양념대신 재료 본연의 싱싱함으로 맛있고 단출한 회덮밥이 됐다.
“밥 다 먹었으면 여기 읍천항에 주상절리가 있으니까 거기도 가 봐요!”
“쩌기 보이죠, 저긴 전망대여, 저기서 보는 경주바다 풍경이 끝내줘요.”
회덮밥 한 그릇 다 비우며 어부와 작별인사 하고 전망대로 갔다. 바다로 나있는 데크 길이 있지만 계단이어서 접근 할 수 없다. 해양공원 주변은 두리번거리다 찻길로 빙 둘러 양남 전망대로 갔다. 양남 전망대는 작년 가을 만들어진 새 건물이다.
전망대가 만들어 지기 전까지 출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7층 높이의 건물이 무료로 개방돼 이곳을 찾는 여행객에게 전망 좋은 경주 바다를 선물한다. 탁 트인 전경과 파란 바다, 가지런한 주상절리는 숯가마에서 방금 구워진 참 숯 같다.
이곳은 오랫동안 군사지역 이었다. 그런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해군이 철수 하고 주상절 전 구간을 몽돌길, 야생화길, 등대길 데크길 까지 해안 풍경과 조화를 이룬 길 덕분에 관광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동해안을 이어주는 해파랑 길과 겹쳐 있어 자전거와 뚜벅이 여행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경주 여행은 
게으른 여행 (Lazy travel)이었다. 

경주 천년의 시간처럼
바쁠 것 없이 천천히 가는 시간을
느릿느릿 바라본다. 

때로는 파란 하늘이나 
시원한 바람 한 점을 친구삼아
열심히 살았던 나를 위해 
많이많이 게으른 여행을 선물했다.  
 
“오늘 얼마나 게으른 여행이었습니까?” 
나에게 안부 인사해봅니다.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

•가는 길 
KTX 신경주역, 동대역에서 무궁화호 경주역 / 경주 장애인 콜택시 즉시콜 054-777-2811
•접근 가능한 식당 
함양집 한우물회 
전화 055-746-9990
•접근 가능한 화장실 
읍천항 남양 전망대
•접근 가능한 숙소 
경주 환화 리조트 베리어프리 객실 
전화 054-777-8400
•베리어프리 여행 문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문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전윤선  장애인 여행작가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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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 2018-11-09 11:20:44
매번 갔던 경주와는 다른 느낌이네요. 경주, 다시 가보고싶습니다~^^

최*종 2018-11-07 11:00:41
살아있는 리뷰네요, 잘 봤습니다.

윤*진 2018-10-26 15:48:37
지난해 협회분들이랑 경주로 갔었는데 볼곳이 너무 많아 가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