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탈시설 ‘편향해석’ 논란
인권위, 장애인 탈시설 ‘편향해석’ 논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8.08 17:00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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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선택 보장 표방하면서 탈시설 집중부각
본인·보호자 동의 없는 퇴소에도 ‘지지’ 입장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편향된 ‘장애인 탈시설’ 해석이 논란이다. 시설 이용자의 거주 선택권 보장을 두고 엇갈린 논리를 펴면서다. 다양한 선택권 보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설 잔류 선택은 외면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까지 반영해 단단히 못 박아 두려는 모습이다. 그러자 당장 국가기관의 균형 잃은 판단에 따른 공정 시비가 불거진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4일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NAP) 권고’를 마련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인권NAP는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관련 법·제도·관행을 개선하는 범국가적 중장기 종합 계획이다.

2003년 정부기관 합의에 따라 인권위가 권고안을 작성하고, 정부가 이에 기초해 인권NAP를 완성한다. 지금껏 2006년, 2011년, 2017년 1∼3차 인권NAP 권고안이 정부에 제출됐다. 이 권고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이듬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이번 4차 권고안에는 해결 또는 개선이 시급한 인권과제 100개를 담았다. 기본적 자유, 차별 금지, 노동인권, 사회적 인권친화, 기업 인권경영, 북한인권 등 크게 6가지로 나뉜다.

이 중 장애계 핵심 이슈인 탈시설 정책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권고안에서 “급속한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로 가족 해체나 돌봄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장애인 정책은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 수용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다”며 “그러나 시설 수용은 개인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어 탈시설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설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탈시설부터 요구한 셈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거주공간 선택권 보장 필요성을 제기한다. 인권위는 “현재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장애 정도와 거주선택 욕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거주공간 및 서비스에서 다양성과 선택권 보장이 미흡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애초 어디에서 살 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설에 남아 있는 선택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탈시설 요구와 시설 잔류 선택이 정면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런 엇갈린 시각은 관련 진정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12월 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본인 동의 없는 퇴소를 별 문제 없다고 봤다. 당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집 운영진이 2019~2020년 A(38·여) 씨 등 장애인 10명을 시설에서 내보내면서 본인 또는 보호자 동의 없이 행정절차를 진행한 것에 대해 장애인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립교육, 대리인 적격 등 요건을 이미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퇴소 당사자에게 자립교육을 충분히 했다는 점을 들었다. 지원주택 예정지 방문과 계약 체결에 함께 참여시켰다는 주장이다.

또, 시설장의 퇴소 장애인 의사결정 대리 권한을 폭 넓게 해석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장을 금전출납위임장을 받은 보호자로 간주했다. 시설장이 당사자 대신 퇴소 동의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인권위 시각이 탈시설 정책을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20대 발달장애 자녀를 둔 B씨는 “인권위가 겉으론 시설 이용자의 거주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면서 시설에 남는 선택은 철저히 뭉갠 채 탈시설만 부각시켜 국가정책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관계자도 “시설 밖을 나가면 자립 준비는 커녕 당장 생존 위협과 맞서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시설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과 부모의 고통은 더 끔찍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인권위는 개선방향을 제시한 것뿐이라며 한 발 뺐다. 인권위 관계자는 “다양한 거주공간 형태에 대한 사전 이해와 체험을 통해 각자 경험에 기반한 거주결정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퇴소 당사자의 시설 잔류에 대한 판단과 필요성을 부정한 적은 없다”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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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2022-08-17 19:05:19
자립할 수 있으면 시설에 왜 가나요?
강제탈시설 반대합니다

박*리 2022-08-10 08:56:02
시설밖에 있는 발달장애인도 챙기지 못하면서
안전하게 잘 있는 거주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다는 말도 안되는 정책 반대합니다

한*희 2022-08-09 21:39:37
중증발달장애인을 둔 부모의 심정은 1초1초가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입니다.우리 아이들 덩치는 커 가지만 지능정도는 2세3세만도 못 하는데 내가 살아 있을 때는 보살핀다지만 내 사후엔 스스로 할 줄 아는게 없는데 인귄위에서는 탈시설이라니 중증장애를 뒀더라 할지라도 내일이라도 눈 감고 편히 죽을 수 있는 편안한 복지국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희 2022-08-09 21:30:58
중증장애인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누가 알까요?
중증장애인들은 생활하려면 언제나 1대1의 보호자가 있어야만 안전하게 생활 할 수 있습니다.
식사부터 용변처리까지 일상생활에 부모나 보호자의 도움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데 탈시설이라니......당사자 본인들은 집에 중증장애인들이 없기에 이해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김*경 2022-08-09 07:08:09
시설은 시설대로 재가 장애인 복지는
지역 복지로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