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금융위 대주주 편취보장… 규정개정 나몰라라"
"한국거래소·금융위 대주주 편취보장… 규정개정 나몰라라"
  • 김정훈 부장
  • 승인 2019.01.0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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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원 "거래소·금융위, 자진상장폐지 규정 재정비해야"
"자진상장폐지 회사, 증선위 외부감사인 지정 등 필요"

금융소비자원은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진상장폐지 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제로섬게임 거래에서 대주주가 소액주주를 헐값에 축출해 대규모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보장해 주고 도와주고 있는 현재 거래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7일 밝혔다.

금소원은 태림페이퍼 기업의 사례를 들며 거래소 규정의 재정비 당위성을 설명했다.

금소원은 “태림페이퍼라는 기업은 지난 2017년 3천600원에 자사주매입을 통해 자진상장폐지한 후 나머지 소액주주를 축출하고 4천311원의 초고배당을 받아갔다”며 “또한 상법이나 거래소 규정은 자본시장의 인프라기 때문에 잘못된 인프라는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대주주에게 이익으로 몰아주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6월 태림페이퍼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헐값에 소액주주를 축출하며 자진상장폐지 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2018년 3분기 대주주는 2018년 주당 4천311원의 배당을 받아갔다. 약 2년간 투자원금의 120%를 회수했으며 현재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태림페이퍼 최종 매각가격에 따라 주당 최대 2만원까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규모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의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거래소에서는 헐값에 축출당하고 비상장 상태인 거래소 밖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현실이 이런 상황인데도 거래소와 금융위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한국거래소의 자진상장폐지 규정에 원인이 있다는 게 금소원의 설명이다.

금소원은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지만 오히려 대주주 편에서 헐값에 자진상장폐지를 도와주고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국회의 상법개정안 통과만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부당성을 제기했다.

금소원, 자진상장폐지 폐해 따른 소액주주 보호책 제시

이에 금소원은 현재 자진상장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에 대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했다.

첫째, 자진상장폐지 시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시장가격에 의존해 자진상장폐지 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자진상장폐지 가격과 시점을 결정할 권한이 기업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 및 경영진에게 있기 때문에 주주 전체의 이익이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결정한다. 즉 시장가격이 가치대비 현저히 낮을 때 태림페이퍼처럼 소액주주를 축출해 자진상장폐지 한다. 회사가 ‘상장(IPO)’ 시에는 가치평가기관과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최종 공모가액이 확정되는 반면 자진상장폐지 시에는 오로지 대주주에 의해 상장폐지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진상장폐지 시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의 공정한 회사가치 평가자료를 공시해야 한다. 그로인해 소액주주는 회사가 제시한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자료를 바탕으로 투자결정을 할 수 있다.

둘째, 자진상장폐지를 한 회사의 경우 증선위의 외부감사인 지정이 필요하다.

대주주 및 회사는 자진상장폐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회사의 회계적 수익을 낮추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 태림페이퍼의 경우를 볼 때 자진상장폐지 이후 이익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8년 3분기 누적이익은 주당 4천611원에 달했다. 외부감사인 지정을 통해 자진상장폐지전 회계에 대한 투명성도 증가할 것이며 상장폐지 후 회계 투명성이 악화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셋째,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 자동소각이다.

자진상장폐지를 한 사례를 보면 태림페이퍼, 한국유리 등 자사주 매입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사주가 자진상장폐지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 ‘자사주 마법’을 통해 자진상장폐지 시 최대주주 보유비율 95% 요건을 대주주 돈 한 푼 안들이고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주 보유가 실제 회사자산 및 가치에 큰 변화를 주지만, 소각을 미실시할 경우 시장가격은 자사주 매입에 큰 영향을 안 받고 있다. 따라서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은 큰 괴리를 보이며 대주주는 큰 괴리를 보일 때 헐값에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자진상장폐지를 한다.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 소각규정을 통해 ‘자사주 마법’을 막을 수 있으며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줄여 소액주주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홍콩거래소의 경우 자사주 매입시 자동소각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넷째, 자진상장폐지 시도기간의 제한이다.

부산가스, 아트라스BX 등 자진상장폐지 시도의 실패 이후 수년이 흐르고 나서도 시도를 철회하고 있지 않다. 자진상장폐지 당시 ‘급박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축출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수년째 급박한 경영환경은 없었으며 단지 헐값에 축출하려는 의도만 보일 뿐이다. 수년간 지속된 자진상장폐지 시도로 주주들은 유동성 부족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있으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유동성 부족의 이유로 투자를 꺼리게 되면서 가치대비 현저히 저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자진상장폐지 시도기간을 1~2년으로 제한해 소액주주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

금소원은 “금융위원회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회의 법 개정을 기다린다고 변명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부터 신속히 처리해 소액주주 보호 및 경제민주화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과 같이 한국거래소가 금융위, 금감원 등의 낙하산인사가 상위 보직을 거의 다 차지하는 비전문 인사, 무능인사, 적폐인사들의 표본 직장이 되었다는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인사로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커녕 시장 발전 차원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으로 청와대가 직접 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금융적폐 차원에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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