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
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1.21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 부족은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
"간호사가 의사업무 대체하는 현실 바꿔야"
복지부, 상반기 공공의료대학원 법안 통과
전라북도 남원시와 이용호 의원실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남원의료원 오진규 관리부장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노인환 기자

"지역의 취약한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공중보건의 양성은 불가피한 현실"

"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은 향후 지역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항"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지역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사가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 의료인력을 확충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 지역으로 예정된 전라북도 남원시와 이용호 의원실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9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심의에 앞서 지역의료 일선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용호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지방에서 억대에 달하는 의사 구인공고에 단 한 명도 지원되지 않은 사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의료취약지역에 의사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에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급여가 아무리 높아도 의사 채용이 어려운 현실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수도권 병원의 경우 의사 인건비가 연간 1억5천~1억8천만원이지만 지방의 경우 2~3억원에 달할 만큼 급여 격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해결책을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으로 귀결하며 각종 조사결과와 사례를 발표했다.

◆ 중환자실, 의료인력 배치 안 되면 '운영 불가'

남원의료원 오진규 관리부장.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남원의료원 오진규 관리부장은 "중환자실에 의사가 없다면 운영이 불가하다"면서 "지난 2018년 9월 13일~12월 15일 의사가 부족해 중환자실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증환자의 입원이 제한되는 등 진료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학병원에서 파견되는 의료인력도 쉽게 확보되지 않아 응급실, 산모센터 등 필수 의료시설의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재정적자도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도 부족해 간호·간병 통합병동의 운영도 크게 제한받고 있다. 일반병동으로 운영될 경우 간병비는 1일당 8만원으로 한 달이면 240만원에 달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오 부장은 "의사와 간호사가 충분히 배치된 간호·간병 통합병동이 운영된다면 간병비는 1만9천원으로 크게 내려가고 환자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의료취약지역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전문의를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 간 의료격차 지표... '치료가능한 사망률'

치료가능한 사망률(amenable mortality rate)이란 의료적 지식과 기술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률(명)을 말한다. 즉 치료가능한 사망률이 낮을수록 치료가능한 여건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전라북도 강영석 보건의료과장은 "치료가능한 사망률을 보면 지역의료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면서 "서울시 강남구는 인구 10만명당 치료가능한 사망률이 29.6명인 데 반해, 경상북도 영양군이 107.8명인 것을 보면 지역의 취약한 의료현실이 훤히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비수도권과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은 균형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인 전라북도의 경우도 순창이나 무주 등은 치료가능한 사망률이 40명대지만 고창이나 남원 등은 70명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 과장은 "특히 전문의 자격을 갖춘 공중보건의가 지역 보건소에 배치되지 않을 경우 해당과목의 진료는 불가능하다"며 "기존의 공중보건의도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어렵고, 점차 전문성이 결여되다 보면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료대학원은 학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의료인을 양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중증외상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A 간호사가 의사를 대체하는 현실...

전국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

최동익 의원실에 따르면 대구광역시 중구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17.78명인 것에 비해 강원도 고성군은 0.46명으로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립서북병원 박찬병 원장은 "의사가 부족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의료인력의 양성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사의 태부족 현상이 만연한 상황에도 의료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간호사'의 다중적인 역할 때문이다. 현재 의사 부족에 따른 각종 진료공백을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 간호사가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의사의 업무가 PA간호사에게 전가되거나 위임되는 불법적인 사례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의사 대신 처방을 한다든가, 전문의의 검사조차도 간호사가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나 실장은 "해결방안은 의사인력을 확충해 PA간호사와 의사의 명확한 업무 분장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중보건의든 간호사든 계약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로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입법 추진를 위해 마련된 만큼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공공의료대학원 담당자인 보건복지부 김동현 사무관은 "올해 상반기 내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추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올해 첫 공공의료 세미나가 열린 만큼 지난해와 같은 논쟁이 벌어질지 아니면 법안이 무사히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