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감수성’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진 공단을 꿈꾸며
‘장애 감수성’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진 공단을 꿈꾸며
  • 염민호 편집국장
  • 승인 2019.02.21 1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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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그 얼굴을 바꾸어 가는데 유독 관공서만큼은 경직된 얼굴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비판 받는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낱말이 있다면 아마 ‘관료주의’가 아닐까 싶다.

몇 해 전 지인의 부탁으로 법원에 동행한 일이 있었다. 앞서 대기하는 사람들 뒤에서 순서를 기다린 후에 서류를 제출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지인은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이후에 다시 귀국하여 살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주민등록 번호 뒷자리 일곱 자리 중 첫 번째 번호가 5로 시작한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

서류를 접수하는 담당 직원은 상대방의 국내 거주지 증명서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락이 닿지 않아서 지불해야 할 돈을 공탁하는 것인데 어디에서 그 사람의 국내 거주 증명서를 받아야 하는지도 막연했지만 더 속상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고압적이고 함부로 내뱉는 말투에 더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협회나 조합 등은 소속 구성원의 이익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명기한 정관 규정을 갖추게 되고, 운영을 위해 제반 사무를 담당하는 인적 구성을 하게 된다. 이익집단의 존재 이유는 소속 구성원에게 만족과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게 되면 주객이 바뀌어 사무 행정 절차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이 존재하는 듯 양상이 변질된다. 이것이 공공기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관공서에서 일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수십, 수백만 명의 젊은 청년들이 몇 년씩 시간을 들여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것을 바라보면 가슴 답답함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들이 공직을 얻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그 직을 박탈할 수 없는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이다. 법률에 의해 보호 받는 ‘철밥통’을 얻기 위해 젊은 날을 희생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비용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 없는 것은 기성세대가 바로잡지 못한 책임도 크다.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마음의 그릇을 키워가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진취적인 도전을 계속 이어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생각이 굳어지게 되면 미래의 비전을 꿈꿀 수 없다. 장애인 단체도 고유 목적사업을 성취하기 위해 늘 쇄신을 강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13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 감수성’을 핵심가치로 삼아 공단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모든 사업을 생각하고 판단함은 물론,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장 우선하여 듣고 현장에서 장애인과 적극 소통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번 행사는 의례적인 행사의 하나와 같이 격식을 갖춘 화려한 순서를 배제하고 선포식 취지에 맞도록 순서마다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공단이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의지를 다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공단은 창립 당시 24명의 직원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전국 각 시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조직을 갖춘 공공기관이 됐다. 또 그동안 장애인 고용을 위한 고유 목적사업을 감당하면서 순기능을 감당한 측면이 결코 작지 않다.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공단을 이끌어 가는 이사장 및 모든 임직원들이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공단운영을 새롭게 다짐한 것은 환영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인이 존재한다면, 이미 공단은 존재 가치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단을 찾는 장애인이 높은 문턱을 느끼게 된다면 외형적인 구호와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장애인이 공단을 찾는 이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얻으려는 것인데, 큰 기둥과 같이 의지할 수 있는 공단이 되어주기 바란다. 친절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마음 따듯한 공단으로 더욱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핵심가치로 공표한 ‘장애 감수성’은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주의가 없는 공단의 모습으로, 장애인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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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2019-03-24 07:19:19
장애인의 입장이되어 장애인이 믿고찾는 공단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