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날을 돌이켜보면, 단체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지장협 업무 매뉴얼과 정책 자료집 및 30년 역사를 정리한 책자를 만들어 조직에 배포하였고, 이를 통해 일관된 조직의 운영을 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완성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단체는 항상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의 결과물을 앞에 놓고 생각해보면, 이 일을 이루기 위해 여러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모아졌음을 깨닫게 된다.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해낸 사람들을 통해서 역사가 진행되고 발전하게 된다.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옛말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작은 것에 충실해야 한다. 큰 인물은 눈앞의 소소한 일에 하나하나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직 맡은 일을 진실하게 대하고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다.
근대 역사의 민족 지도자였던 조만식 선생에 대한 일화가 있다.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 집에서 머슴으로 일하며 살아야 했다. 선생은 아침이면 주인의 방에서 요강을 내어다가 깨끗하게 씻어서 들여놓곤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많은 날 동안 늘 변함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주인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날 주인이 선생을 평양에 있는 숭실학교에 입학시키고 모든 비용을 제공하며 신학문을 익히게 했다.
사람은 자신의 ‘팔자’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성실함’으로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간다. 연 초에 지방 조직에 다니면서 강의 등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자”고 이야기 하곤 했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지만 결국 평범한 가운데 진실이 담겨 있다고 본다.
예전 학창시절 국문학 시간에 만난 은사님은 강의안이나 책이 없었다. 학기가 끝나도록 한 번도 책을 들고 오신 적이 없었다. 그 분은 세련되고 깔끔한 복장에 멋진 구두를 신고 강의실에 들어오셨다. 손가락 사이에 분필을 잡고 칠판에 시 한편을 써놓고 강의시간 내내 막힘이 없는 내용을 쏟아내셨다. 감각적인 터치뿐만 아니라 깊이가 있는 강의였고 칠판에 옮기는 글씨도 명필이었다. 마르지 않는 지식과 사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해박한 지식이 멈출 줄 모르고 분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좋은 롤 모델을 따르면 그렇게 된다. 지금은 거의 잊었지만 학창시절 여러 편의 많은 시를 암기했던 것은 그 분을 본받고자 함이었기에 가능했다. 내재된 지식이 없으면 사람들 앞에서 그런 자신감으로 깊고 폭넓은 지식을 쏟아내며 강의할 수 없다고 보았기에 롤 모델 삼아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그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즐거움을 갖고 외우곤 했던 기억이 있다. 정서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스승이었다고 본다. 지금도 가끔씩 기억에 맴도는 몇 마디 구절을 음미할 수 있는 감성은 그 은사님의 영향이었다. 이처럼 자신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만나야 하고, 자신도 만나는 상대방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협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늘 자신을 돌아보고 다듬어야 한다. 롤 모델 삼아 나를 바라보는 그 누군가를 의식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면 자신의 행실을 먼저 가다듬게 되리라고 본다. 이런 취지에서 ‘좋은 사람이 되자’고 강조하는 것이다.
개인의 신분으로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조직의 대표가 되고, 맡은 일에 책임을 감당해야 할 입장에서는 부득이 사람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누가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다만 조직의 공적인 측면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객관적인 성과에 의해서 평가 받는 것이고, 시설장과 협회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잘못된 인사는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조직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조직의 산하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면 다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이며 그 이유는 너무 분명하다. 우리 협회가 조직운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인사이동의 원칙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장협의 아름다운 전통을 세워가고 또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