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서관 화면낭독 프로그램 개발의 과제
경북도서관 화면낭독 프로그램 개발의 과제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3.05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모금회 “보이스위드” 무상 보급하도록 지원

경북도서관은 2017년부터 3년간에 걸쳐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화면낭독 프로그램인 “이지 리더, EasyReader" 프로그램 ‘보이스위드’를 개발하도록 약 4억원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으로 경북점자도서관은 3년 동안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그 동안 개발한 내용을 보면, 화면낭독 프로그램은 ‘아래 한글’을 음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글자체, 글꼴 등 각종 메뉴를 음성으로 지원하고 글자의 속성 등은 음성으로 확인 가능하다. 그 동안 아래 한글(HWP)로 작성된 문서를 텍스트로 변환하여 음성으로 읽을 수는 있었으나 직접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동영상이나 음악 재생 파일에 나타나는 자막도 음성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동영상에서 화면해설이나 각종 설명 자막을 읽을 수 있고, 노래 가사나 제목 등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사설 통신망(BBS)인 “넓은 마을”을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텔넷도 음성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보이스위드를 시각장애인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교재를 만들어 이 강좌를 통하여 사용법을 쉽게 익히도록 하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 프로그램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내 최초는 1990년에 운영체제 ‘도스’에서 영어식 발음으로 자판을 두드리면 소리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미국의 이퀄라이즈라는 음성합성장치를 이용하여 한글자모를 미국식 발음에 대비한 초기적인 것이었다. 이 음성합성 기술은 미국 해군성 기밀기술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용하도록 적용한 것이었다.

이퀄라이즈라는 합성기가 고가여서 보다 값싼 미국 음성합성기인 다양한 제품에 미국식 발음을 한글로 발음하도록 하였고, 서강대 필립스 교수가 개발을 해 주었다.

그러다가 국내 음성합성기 첫 제품으로 ‘가라사대’가 나오자 이 기기를 이용하여 시각장애인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이 프로그램 개발은 하상장애인재활공학센터가 개발하였다. 도스 체제에서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가라사대’를 창작해야만 했다.

윈도 운영 체제로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가라사대가 필요 없게 되었다.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음성합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는 윈도98 보이스아이, 윈도 2000 보이스아이를 개발하여 발표하였으나 완성도가 낮아 시각장애인들에게 임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2003년에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에서 시각장애인용 화면낭독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이브’가 먼저 개발되었으나, 시각장애인이 설립한 엑스비전 테크놀로지란 회사에서 개발한 화면낭독 프로그램 ‘센스리더’라는 프로그램이 시장을 거의 점유하게 되었다.

엑스비전은 처음에는 20만원대의 가격이었으나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가격이 100만원대에 이르자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 가격보다 화면낭독 프로그램이 더 비싸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고,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보급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구입을 보류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외국에서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을 위해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저렴하거나 무상으로 보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자, 호주에서는 NVDA라는 프로그램을 무상 보급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e 스피커라는 TTS(Text to speech, 음성합성 엔진)을 사용하는데 이 엔진은 음질이 좀 낮은 것이다. TTS엔진을 장착하려면 개발사에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양질의 음성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다.

경북점자도서관에서는 서울에 시각장애인 프로그램 개발실을 설치하고 기획과 관리 등을 맡을 인재로 장창환, 김중필 등 시각장애인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프라웨어 테크놀로지사에 개발을 의뢰하였다.

음성 TTS 엔진으로 e 스피커보다 질이 좋은 유진 셀비 TTS를 무상으로 보급하도록 저작권 양해를 받아 사용하여 상당한 음질을 확보하였다.

문제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재 개발된 화면낭독 프로그램은 당분간 사용에는 편리할 수 있으나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즉 시각장애인용 화면낭독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속적인 개발비가 필요하다. 공동모금회는 일시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다. 불과 몇 년만 지나면 이 프로그램의 생명은 끝이 난다.

공동모금회에서는 2000년대 초에도 화면낭독 프로그램 보급 사업을 했다. 화면낭독 프로그램 개발사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시각장애인들에게 배분하여 주었으나, 그 프로그램을 지금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없다.

공동모금회가 주기적으로 거액을 들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급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면낭독 프로그램이 보급되면 어느 정도 사용하다가 바로 일부 기능은 사용을 못하게 되고 접근이 불편한 상태에서 몇 년이 지나 다시 거액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이기도 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접근성을 맛보게 했다가 다시 접근이 안 되었다는 하는 약을 올리는 결과만 낳게 된다. 이는 자동 열쇠를 만들어 주고 자주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그 번호는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은 인권적 차원이며, 상업적 기업이 만드는 시장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장애인 연구기관과 기업이 힘을 합쳐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상설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모금기관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