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사용되는 말 중에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남이 행동을 잘못하면 지적의 대상이지만, 내가 하면 관행이라든가, 고유 권한이라든가 하면서 합리화한다는 말이다. 나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티에 대하여는 보지 못하는 무감각증이기도 하다.

이는 잘못의 판가름 즉, 기준이 내 편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이 할 경우에는 이해가 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화합과 소통이 아니라 줄서기와 편먹기를 성행시키고 내 편이 아니면 공격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내로남불’은 남은 용서가 되지 않으나, 자신은 허용이 된다는 의미이지만, 장애인과 관련된 경우에는 정반대의 ‘남로내불’로 작용된다. 장애인 시설을 건립하고자 하면 내 동네가 아니면 장애인복지를 위해 당연히 설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 설치를 하면 혐오시설이라든가, 불편한 시설이라고 하여 반대를 한다.

남에게 생기면 아름답고 나에게 생기면 혐오이니 ‘남로내불’이 틀림없다. 경기도 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는 도로변에 접하고 있어 소음이 심하자,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였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청을 ‘귀머거리’라고 하였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귀에 말뚝을 박았는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의미로 귀머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현수막을 아파트에 내걸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일방통행을 하거나 소통 없이 일이 진행되면 ‘깜깜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깜깜이 국회’ 등이다. 우리는 사용할 수 없는 땅을 ‘맹지’라고 한다. 그리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로 ‘눈 뜬 봉사’라고 한다.

아파트 앞에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는 주장은 장애인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표현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절박함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들의 구역 내에 ‘장애’적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남로내불’과 상통된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장애 비하 용어는 ‘남로내불’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내로남불’이라고 볼 수 있다. 남들이 장애 비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안 되지만, 나는 관용어를 사용했을 뿐, 비하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이 바로 언론과 정치권이다. 사회를 비판하고 상대를 공격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곳이기에 잘못된 것을 가장 심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장애인 비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사회를 리드하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시켜나가야 할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의 영향력은 너무나 크다.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아무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교육 효과를 한 방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아파트에 걸린 ‘귀머거리’ 표현에 동참하는 구민이 된 이상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한 평소의 소양과 지식은 망각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정당하게 여기게 만든다. 장애 비하 용어는 장애 인식 개선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마취제 역할을 한다.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