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제주 '김녕'에서-1
문화여행 제주 '김녕'에서-1
  • 전윤선 여행작가
  • 승인 2019.05.29 13: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돌이와 복순이 그리고 태산이의 자유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을'

# 제돌이의 꿈은 바다 였습니다.

서울 대공원에서 공연하던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왔습니다. 혼획(混獲) 이후 남방 큰 돌고래 제돌이는 시민의 뜻으로 이곳 김녕에서 제주 바다로 돌아가는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제돌이는 친구들과 무리를 지으며 제주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가끔 김녕 앞 바다에서 살짝살짝 모습을 보여주며 “나 잘 있으니까 걱정마~!! 넓은 바다에서 자유를 만끽 하며 살고 있어, 내가 있을 곳은 좁은 수족관이 아니라 넓은 바다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주 바다는 제돌이의 고향입니다. 서울시에서 제돌이 방류를 발표하고 나서 각양각색의 의견들이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돌이는 야생훈련을 마치고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제돌이와 함께 서울대공원에서 살던 태산이와 복순이도 적응 훈련을 마치고 제주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2009년 불법 포획됐지만 우울증 성향과 신체적 조건으로 야생 방사되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태산이와 복순이의 사연은 더욱 짠합니다. 복순이는 입이 조금 삐뚤어진 장애를 가졌고 태산이는 입부리가 잘린 장애를 가졌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감금과 학대라는 이중고를 더 감당해야 하는 역경인가 봅니다. 복순이 태산이 같은 남방 큰 돌고래 종은 제주연안에 백여 마리가 어울려 사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익(有益)을 위해 가두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은 소중 합니다. 구속과 학대 없이 자신의 동료들과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는 돌고래 투어 여행 상품이 있습니다. 돌고래를 잡아 가두는 대신 사람이 배를 타고 직접 바다로 나가 돌고래 떼를 만나는 행운의 여행상품으로 파는 겁니다. 사람들은 돌고래를 볼지도 못 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돌고래 상품은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상품입니다. 저도 호주여행하면서 행운을 만나러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물론 돌고래 투어 상품은 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저처럼 휠체어 사용여행객도 배에 접근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게도 행운이 있었나봅니다. 돌고래 때를 만났으니까요. 넓은 바다를 친구들과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 떼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돌이와 태산이, 복순이의 자유의 노래는 이제 시작입니다. 제주는 자유의 섬이기 때문입니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김녕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제돌이와 복순이 태산이의 소원도 이곳 김녕에서 이루어 졌나 봅니다. 예부터 김녕은 사면이 바다이고 척박한 땅과 험난한 바다와 싸워 이길 힘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많이 필요했고 마을 곳곳엔 신당이 발달했습니다. 김녕 여행에서는 제돌이가 돌아간 흔적을 찾아보고 김녕 및 월정에서 지질트레일 걷기 여행도 곁들입니다. 단순히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문화해설사와 함께 김녕의 자연이 어떻게 생겨났고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깊이있게 들으며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지질트레일은 김녕어울림센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나는 김녕의 어머니입니다.

길을 나서자마자 독특한 벽화가 눈에 띕니다. 그 옆엔 ‘나는 김녕의 어머니입니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꽂힙니다. 그림 속 어머니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합니다. 김녕의 어머니 얼굴을 보면서 나의 어머니도 떠오릅니다. 벽을 따라 천천히 훑어보니 모서리 반대편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잠수복에 수경을 쓴 해녀의 얼굴입니다. 옆에 글귀는 감동입니다 ‘나는 김녕의 해녀입니다’ 라는 글귀가 가슴을 녹아내리게 합니다. 두 얼굴의 어머니는 김녕 어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물질하러 나갈 땐 해녀이고 뭇으로 나오면 평범하고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제주 여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자식을 길러내야 하기 때문에 바닷속과 뭇을 오가면서 생계를 꾸려야 합니다. 해녀문화를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서두르는 제주만의 독득한 문화입니다. 제주에만 5천여 명이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전국적으로는 6천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녀는 제주에서부터 퍼져나가 일본과 러시아 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본이 해녀문화를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하려 하지만 원조인 제주해녀의 예술적 가치와 바다에서 작업하는 기술을과 문화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림 속을 빠져나와 마을 골목으로 발길을 옮겨 갑니다.

# 검은 바다에 등불이 되어 ‘도대불’

골목길에 다다르기전 제주의 전통 등대 ‘도대불’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등대 뒤엔 파란 바다가 배경 되어주고 주변엔 개 민들레와 늦깎이 유채꽃이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도대불은 제주도의 민간 등대입니다. 해질 무렵 바다로 나간 어들이 불을 켰다가 아침에 포구로 들어오는 어부들이 불을 껐다고 합니다. 불을 켜는 연료는 생선 기름이나 솔각을 쓰기도 했답니다. 도대불은 바닷가 마을 포구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예쁜 뿔모양과 원통 모양 사다리꼴 모양 등 마을마다 등대형태도 다르다고 합니다. 김녕의 도대불은 상자 모양이었는데 오래전 태풍으로 허물어져 원뿔모양으로 새로 바꿨다고 합니다. 상단 가운데에는 등불을 놓기 위한 대가 있었고 집 형태의 등불 보호대가 있습니다. 도대불은 70년대 초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 김녕 금속공예 벽화마을

본격적으로 골목 탐방에 나섭니다. 김녕은 금속공예 벽화 마을입니다. 차가운 금속에 작가의 손길이 거처가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납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담벼락에 걸어 문화로 생산해 냅니다. 바람이 심한 바다와 마을의 경계를 구분 짓는 담벼락엔 물고기가 헤엄칩니다. 김녕리 앞바다엔 그믐이나 보름 썰물이 깊은 날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두럭산이 있습니다. 두럭산은 설문대 할망의 빨래터라고 합니다. 신성하고 신비로운 빨래터는 일 년에 단 며칠만 숨어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두럭산과 제주바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물고를 금속작업을 통해서 물 밖으로 꺼내 놓았습니다. 벽에서 헤엄치는 물고를 따라 가다보면 변소 담벼락에 해녀들이 까꿍 놀이를 합니다. 변소 담벼락은 해녀들의 놀이터 인거죠. 해녀를 따라 나도 까꿍 놀이를 해보고 싶지만 휠체어 앉은 나로서는 해녀들의 까꿍 놀이를 도저히 따라하지 못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보 2019-06-10 10:27:02
늦게라도 제돌이 태산이 복돌이의 귀향은 감사 그자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