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급제 폐지로 달라진 것 없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로 달라진 것 없다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6.08 1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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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1일부터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등급제가 축소되고, 2022년에 완전 폐지가 된다.

등급제가 완전히 폐지되면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2022년 이후의 문제이고, 방향을 정부나 장애인단체가 언급한 바가 없다. 단지 폐지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검토를 하여 폐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를 기정사실로만 해 놓고 대책은 없는 것이다.

2022년이 되면 등급제 폐지를 공약한 정부는 떠날 것이고, 장애인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떠날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도 어떠한 약속을 해 줄 수 없고, 누구를 붙잡고 몇 년 후의 이야기를 미리 해 나갈 수도 없다.

장애인들은 왜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정부는 왜 이것을 받아들였는가? 장애인단체들이 모여서 등급제 폐지에 대하여 토론을 한 바는 있지만 서로 합의한 바나 투표를 하여 여론을 수렴한 바는 없다.

일부 장애인운동단체에서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였고, 중증장애인들과 시각장애인 등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으나, 문재인 선거캠프에서는 장애인운동단체를 방문하여 공약을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고, 모든 장애인들이 이것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등급제 폐지를 정하였다.

공약으로 채택되었어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담당 공무원은 등급제 폐지는 비현실적이라며 등급은 서비스를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제공하기 위한 기준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국정과제로 등급제 폐지가 채택되자 장애인정책 담당 공무원은 말을 바꾸었다. 등급제 폐지는 인권적 차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문제라고 말이다.

등급제 폐지를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은 평등한데 사람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비인권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애인등급이 아니라 서비스등급이었다면 비인권이란 말은 듣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둘째, 등급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서비스는 개인에 따라 필요 정도가 다름에도 획일적이기도 하고, 제공되는 서비스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등급이 사라지면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구현될 것이란 기대인 것이다.

셋째, 장애인 등급이 너무 의료적이란 점에서, 장애 유형이 달라도 1급이면 같은 수준인가 등의 부정확한 판정과 서비스를 주기 위하면 서비스 필요성을 판정해야지 왜 의학적 판정에 국한하느냐는 비판이 폐지주장을 촉진하였다.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축소되는 것이라는 말은 무엇인가? 장애인 등급을 1급에서 6급까지 구분하던 것을 1급에서 3급까지는 중증, 4급에서 6급까지는 경증으로 구분한다는 말이다. 두 가지로 구분되는 축소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의료적 등급(현재 1급과 2급을 포함한 등급을 말함)이 있고, 고용에서의 장애인 등급(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별도 실시하여 고용장려금 등에 반영) 등 다양한 등급이 존재하여 더욱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등급제가 폐지되면 장애인 생활에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가?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서비스는 장애인연금과 같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금서비스, 활동보조 서비스와 같이 서비스로 지급되는 현물서비스, 장애인 주차할인과 같이 감면하거나 할인해 주는 감면 서비스로 크게 구분된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경증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이라 칭하고(중증이란 말을 사용하기에 미안해서), 장애 등급이란 말은 장애정도란 말로 개정하였다.

현금 서비스는 의료적 등급을 기준으로 1급과 2급에게만 지급하던 장애인연금은 변함이 없다. 중증이 3급까지이므로 서비스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갔다.

현물 서비스는 장애인 종합조사표라는 판정 도구를 이용하여 서비스 적합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장애인 정도 판정 외에 별도로 받는다. 이는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에 대체된다. 결과를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현물 서비스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종합조사표는 현물 서비스를 나열하여 무엇을 원하는지 체크하는 수요조사와 돌봄 정도를 알아보는 조사(활동지원 서비스 판정), 그리고 기초적 정보를 알아보는 조사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적 장애인을 위해 심리적 상황을 추가하고, 지체장애인 등 운동장애인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자세를 세분화하여 물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등급을 18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새로운 조사표로 활동보조 서비스가 축소되는 사람들을 위하여 등급이 3등급 이상 떨어지면 2등급까지만 하락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늘어난 것이 아니므로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달라졌으니 서비스가 늘어나는 사람과 줄어드는 사람이 갈린다. 대폭 축소되는 사람을 위하여 일부 빼 놓았고, 등급이 사라져서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심사비용 예산만 늘어났지 평균은 거의 같고, 새로운 신청자는 자격만 주었지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감면 서비스는 보호자가 필요하면 별도로 심사를 하여 추가 서비스를 주던가, 중증이면 더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등급제 폐지 공약은 지키면서 달라질 것은 없는 묘수를 또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불이익을 보는 장애인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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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 2019-06-10 13:22:14
장애인 등급 폐지에 대해 계속 궁금했는데 글을 써주셔서 이해가 잘 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