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표, 공무원 탁상행정의 표본"
"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표, 공무원 탁상행정의 표본"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06.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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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종합조사표 바로알기 토론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켜지기엔 현실인식 부족
의료적 판단 외에도 장애유형별 특성과 장애중심의 '필요' 반영되어야
▲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종합조사표 바로알기 토론회'가 많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12일 열렸다.

[소셜포커스 김태일 기자] = 6월 12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학에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종합조사표 바로알기 토론회'가 열렸다.

첫 발제자로 나선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정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지원제도에 관한 종합조사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이라는 명제가 지켜져야 함을 역설했다. 

조현수 실장은 "2006년 이후 장애계의 투쟁으로 활동지원시간과 대상자가 조금씩 확대되어 왔으며 예산도 2007년 286억원에서 현재 35배가량 증가해왔다"고 성과를 보고하면서 "기존 인정조사 기준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되지 못했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새롭게 제시되는 종합조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상생활동작이라는 소위 정상성과 의료적 관점에 가까운 기능수준을 정해두고 거기에서 얼마나 능력이 떨어지고 무능한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료를 통해 복지부의 종합점수 산출 공식과 그에 따른 활동지원급여 시간, 조사 배점표를 공개하면서 "5월말부터 온라인 모의평가를 실시한 결과, 복지부에서 발표한 급여량 확대와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 박경석 이사장

두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에 복지부 관계자들과 참여하며 느낀 한계를 토로하면서 종합조사에 따라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 중심으로 개선된다는 정부의 청사진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기재부는 31년만의 변화라는 표어에만 몰두하면서 '예산 3천억 늘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에 대해서도 "활동지원서비스가 이번 변화의 가장 핵심이고 많은 장애인들이 밀려날까봐 걱정하는 부분인데 종합조사표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일방적인 의견제시로 일관, 당사자와 소통하려는 자세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책상에만 앉아서 무슨 값 넣으면 떨어지고 하는 것만 고려한 결과다"라고 밝히면서 "실제 조사에 사용될 매뉴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어떻게 답을 공개하냐'고 하더라"라면서 "이게 무슨 수능시험이냐"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이전까지 자신의 권리를 누리던 장애인들을 복지부는 예산을 많이 받아먹는 이들로 규정하고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국가가 앞서 인정한 부분인데 시행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최용기 회장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서비스 종합조사표에 따라 진행되는 기능제한 조사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기능제한 평가는 명백히 의학적 관점의 조사영역이어서 당사자의 필요도에 대응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능제한 항목이 포함되더라도 그 점수 비중은 낮춰야 하며 가구환경과 사회활동 항목을 통해 산출된 점수는 추가시간으로 책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용기 회장은 또한 "조사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금공단에서 오는 의료전문 인력 외에 일상생활지원 관련 분야의 인력이 조사 시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도 의견을 밝혔다.

▲ 최명신 사무처장

토론에 참여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이번 제도변경으로 다른 장애유형보다도 뇌병변장애 분야에서 가장 많은 퇴보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냈다.

최명신 처장은 "일상생활동작영역 ADL에서 2018년 9월 당초 토론회안보다 이번 조정안이 총점 상 42점 깎였는데 지체/뇌병변/지적/자폐 영역에서 감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뇌병변 장애유형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조사표 외에 다양한 서비스 마련이 필요함에도 7월 기점으로 특별하게 계획되는 서비스들이 없다"고 장애별 특성이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 최용걸 정책팀장

마지막으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용걸 정책팀장은 "세계적으로 장애 개념은 의료적 관점을 탈피해 사회적 관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개선안을 이렇게 내놓은 것을 보면서 시스템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욕구조사 및 급여이용 계획이라는 조사영역이 있던데 이미 앞에서 사회활동, 일상생활행동 등의 영역에서 수치화 한 후 개인의 필요와 욕구를 조사한들 반영이나 될지 의문이며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언을 마치면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이런 표현 잘 쓰지 않았는데 이번 변화를 맞이하면서 '투쟁만이 살 길이다'는 말이 지금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플로어에서도 의견이 이어졌다. 시각장애 딸을 둔 한 여성은 "정부 새 고시에 따라 활동지원급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조사 나왔을 때 딸에게 거짓말까지 시켜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이제까지 장애를 가진 딸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갖게 하기 위해 애썼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라고 거짓말을 시켜야 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치열했던 토론을 마치면서 박경석 이사장은 이번 정부안에 대응해 추가적으로 요구할 요구안을 공개했다. 요구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최중증 독거장애인 추가 하루 8시간 확대, 24시간 보장
△모든 장애유형 하루 최대 약 16시간의 급여량 판정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정
△삭감방지 대책 마련, 한시적 보전방안이 아닌 급여 수급 최저기준과 급여구간 조정 및 평균 서비스 양 확대
△장애유형별 특성 반영한 매뉴얼 공개를 통한 불신 해소
△사회생활(X2) 영역의 학교생활 점수 24점 반영
△주간활동서비스 하루 8시간 보장
△7월부터 시행되는 시범시기를 6개월 지정하고 종합조사표 적용에 따른 부작용 개선 위해 각 부처와 장애인단체가 포함된 협의기구 명시 

마지막으로 박경석 이사장은 참석자와 사회단제들에게 7월 1일 '잠수교를 지나다'라고 명명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2km 전동행진을 제안하면서 장애유형별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연대해 줄 것을 강조했으며 참석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약 200여 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관련단체 구성원과 취재진이 운집해 노들야학 4층 강당을 가득 채웠다.

▲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과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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