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결핍 아닌, 현재 상태로 봐야”
“장애는 결핍 아닌, 현재 상태로 봐야”
  • 김승근
  • 승인 2019.06.17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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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장애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어떤 작은 일로 인해 언제든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어떤 큰 잘못을 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도 아니며 우리 모두에게 벌어지는 삶 중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것을 비교적 일찍 이해하기 시작했던 이유는 내가 그런 사고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어릴 적 큰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었다. 그 말을 가장 먼저 듣게 된 어머니는 ‘큰 일이 났다’며 대성통곡을 하며 백방으로 치료법을 강구하고 병원으로 나를 업고 뛰어다녔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장애인’이라는 말 한 마디에 쓰러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다.

장애를 가진다는 것. 남들과 다른 외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런 말들에 대한 충격은 그 정도가 아닐까. 절대 내 아이나 내 가족에게는 벌어져서도, 벌어질 것이라 생각조차하기 싫은 일, 그리고 반대로 그런 기피의식이 실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거리감과 동정의식으로 변해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당장 양보하고 배려하며 보호해야 할 것 같다는 중압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창엽, 정근식 저자/ 삼인 출판/ 2002.09.30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창엽, 정근식 저자/ 삼인 출판/ 2002.09.30

 

오늘 이야기할 책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저자 김창엽, 정근식)>는 장애인과, 그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남의 도움 없이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처지의 장애인’으로부터 스스로 ‘NO라고 말하겠다’라는 저자의 의견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장애인과 일반인에 대해 당연히 가지고 있었던 ‘주고받는 자’에 대한 관념을 전혀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장애인을 바라보며 ‘도와야 한다.’라는 생각을 ‘내가 왜 하게 되었나?’라는 다소 역발상적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결핍되고 부족하며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그들을 도우려는 내 마음 속에는 얼마만큼의 진심이 있었으며 그들에 대한 존중이 있었던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순간 나 역시 내가 그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는 우월의식이 내제되어 있는 ‘일반인’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애를 차별하지 않고, 늘 평등하게 대하는 대단한 도덕군자이며 상식적인 사람인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사람들이 자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입원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전화를 해서 자기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 아주 유해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시하며 배척하기 일쑤이다. 얼마나 그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었는지 국가에서 아예 국, 공립 유아 보육시설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아동을 입원시키는 것을 의무로 할당할 정도가 아닌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내 영역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부하고 잠재적인 위협으로 취급하려는 것은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욱 치욕스럽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회 복지계나 특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천사’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천사가 아니라 (...) 자기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물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물리적으로 간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학습이나 보호, 생활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는 것은 꽤 힘든 일이며,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도덕적 관념은 비단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에 그런 나의 생각이 어떤 의도적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내 자신의 행동을, 또 복지시설에서의 복지사와 장애인들에 대한 의식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왜 직접 가서 장애인이나 복지사의 의견이나 마음을 묻지도 않고, 장애를 가진 이라면 보살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또한 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대단한 소명의식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봉사로만 생각했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은 그 도움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봉사라는 말 자체부터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착하고 순수하여 사랑받기 좋아하는 사람?’

이 책은 그런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조건 장애인이라 하여 착하고, 자신의 삶이 보살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장애인의 입장에서 저자는 평등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제목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라는 말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의 편견과 보살핌 속에서 갇힌 존재가 아닌 어엿한 성인으로서, 보살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충분히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 강한 의지가 제목 안에는 담겨져 있었다.

참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말을 이런 책 한 권에서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보면 다들 ‘도와주는데도 왜 그러지?’ 라고 말할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이런 것도 비주류의 정당한 자기의견표출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전혀 도와주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나는 저자의 제목에 담은 의지와 책의 내용에 담긴 여러 사례,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 스스로 은연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을 보살피는 사회복지사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너무 천편일률적인 선입견을 씌워 보았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아무런 편견도 없으며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 역시 차별의 일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차별이란 비단,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것에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좋은 쪽이라고 믿으며 사실은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하지 못하고 먼저 도와주는 것 역시 차별과 무시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장애인을 보았다 하여 절대 먼저 도움을 주지 말라고, 바라보지도 말며, 그저 장애인 스스로 당신에게 도움을 청할 때, 그 때에만 적절하게 도움을 주라고 말이다. 그것이 장애인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마음이라는 말을 보며, 나는 몸의 장애와는 상관없이 동등하게 인정받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날 또 다른 만남을 상상해보았다. 그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런 선입견도 가지지 않은 체, 나와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있는 그대로 한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것이 장애라는 편견없이 함께 살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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