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또 다른 이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
아이의 또 다른 이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
  • 김승근
  • 승인 2019.07.31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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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늘 자식 앞에 한 없이 작은 존재이다.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

예전, 어느 50대 아주머니께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부자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평생을 남에게 고개 한 번을 숙이지 않았고, 또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산 적이 없었다고.

그런데 이런 아주머니께서 단 한번, 자신의 아들 때문에 화장실에서 변기에 주저앉아 울고 나와 남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있으셨다고 한다. 자세하게 속사정은 모르겠으나, 대략 듣기로는 아들이 학교에서 큰일을 벌였고, 그 일이 행여나 아들의 대학 진학과 진로에 흠이 될까봐 학교에 쫒아가 선생님들께 고개를 숙여 사정하고 사죄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께서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겪으며 참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당시 그 말의 뜻을 전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마 부모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사람을 바꿀만한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영화 한편을 보게 됐다.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감독 최위안/ 아내 김은주, 남편 서성광, 아들 이로운)>을 보고 난 후, 오랜만에 과거 그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랐다. 그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겪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이었다.

이전까지는 나름 자기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식 앞에서는 한 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또 책에서 보곤 했다. 가장 좋은 것, 가장 맛있고 가장 예쁜 것만을 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 마음과 다르게 부모 역시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늘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다며 자책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무수히 많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책들을 보며 ‘부모란 왜 저렇게 자식 앞에서 한 없이 전전긍긍 언제나 걱정만 하게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내가 부모가 되기 전까지 말이다.

아주 조금, 특별한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내 아이에게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단지 조금 다른 점은 이 두 사람은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특별한 부모라는 것이었다.

◆ 아이의 또 다른 이름, Children Of Deaf Adult

이른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라는 명칭이 따로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바로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일컫는 말이었다. 음성 언어를 부모로부터 익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수어(手語)를 먼저 익히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이제까지 접하던 청각장애인에 관련된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유전이 되지 않는 병인 경우가 많기에,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비장애인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사랑해서 낳았고, 사랑으로 키우면 된다고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나의 생각들은 영화 속에서 보여 지는 현실 앞에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실제로는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영화가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일반적으로 말을 하고 듣는 데 문제가 전혀 없는 부모들도 6-7살 또래의 남자아이를 키우는 일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고 말할 것이다. 훈육을 하는 것 역시 목소리로 할 수 없기에 손짓이나 다른 방법을 써야하지만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그것이 쉽게 통할 리 없다.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말로 훈육할 수 없고, 아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는 부모는 모든 아이의 행동이 자신의 탓인 것 같을 것이다.

자신들이 제대로 키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부모님께 맡겼던 아이, 하지만 너무 보고 싶은 나의 아이이기에 다시 함께 살기 위해 아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런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는 달리, 6살 아이의 눈에는 그저 알 수 없는 손짓만 하는 어른처럼 보이니 장애를 가진 부모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가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낭만적이고 쉬운 길이 아니었다.

이런 아이들을 코다라고 부른다고 한다. 코다 아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하는 귀중한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소개가 무색하게 영화 속 아이가 보여주는 불안감과 슬픔 울음소리가 가슴 아픈 관계라는 생각을 먼저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그런 아이와 부모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었다.

만약,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치원 아이들처럼 친구의 엄마가 말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놀리고 따돌리는 것이 성인이나, 청소년 정도의 아이들이었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기라도 했을 텐데. 너무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 부부에게 보내는 야유와 무시, 그리고 주인공 부부의 아이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고 나는 무조건 나쁘다고 쉽게 말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고, 그렇기에 너무 순수하게 솔직한 자기 마음을 이야기할 뿐, 악의를 가지고 한다고 생각되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이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당황스럽고 내내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6살 아이가 바라보는 ‘말을 할 수 없고,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엄마아빠’란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존재처럼 다가오는 걸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고비를 넘어, 어떻게 서로를 치유하고 한 가족이 되어 가는지를 보여줌으로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포옹을 하고, 같이 웃고, 손뼉을 치는 자기들만의 이야기 방식을 찾아내면서 말이다. 나는 그 광경에 어떤 부모와 아이보다 더 예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코다 가정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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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8-01 09:03:31
아들에게 가는 길... 이영화 꼭~보고 싶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