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사 먹으러 가는 일
햄버거 사 먹으러 가는 일
  • 김승근
  • 승인 2019.08.10 18: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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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 고마워”
일상, 너무 평범하고 조용하지만, 어떤이들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이벤트보다 소중할 일

혼자서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가는 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걷고 말하고 숨 쉬는 것처럼, 햄버거 가게가 없는 동네에 살지 않는 한 너무 쉬운 일 중 하나이다.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음료수를 사 오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가고,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적인 것들,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 그런 일은 한 달에 한 번, 아니 1년에 한번하기에도 어려운, 연례행사처럼 여겨지곤 한다.

햄버거 가게에 날 데려가 주고, 그곳이 어디라고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도착해서는 메뉴판을 읽어주고 시각장애인 안내에 익숙하지 않은 점원에게 내 의사를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자리에 앉아 먹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치우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돌아오기까지는 꽤 여러 개의 고비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인이나 가족, 친구 중 한 사람에게 부탁해서 다녀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늘 옆에서 그것을 해 줄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4시간 상주하며 보살펴줄 간호인을 쓸 수는 없다.

마치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은 뭘 하기에 그것조차 못 해주는 거지?’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내 가족이, 친구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배려하고 사랑한다는 것과 그 사람 옆에 늘 상주하면서 모든 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 중에는 직업을 가지고 출퇴근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 장애를 가지게 되면 그런 일상적인 것들은 일상이 아닌 연례행사처럼 뒤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그런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 그 앞에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이 포기하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나는 이 책에 담긴 여러 시각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그 포기의 크나큼에 놀라기도 했다.

“어머니, 저 경호입니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햄버거를 먹고 왔습니다. 물론 한올이가 함께해준 덕분이죠. 한올이가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런 걸 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자유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 안에 이야기를 담아 준 20명의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친구가 있다. 햄버거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매일 산책가는 것도 가능하게 해 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앞에 서서 가며 나를 지키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바로 삼성화재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추진하고 있는 안내견 기증사업으로 수많은 시각 장애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준 안내견들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시각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안내견과 걷기 시작하면서 들리지 않았던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느껴지지 않던 바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사실, 내 머릿 속에 안내견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있는지, 내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안내견을 실제로 본 적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안내견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시각 장애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에 가장 놀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에 안내견은 커다란 대형견이었고,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아주 담담하고 당당하게 제 주인의 길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번은 지하철에 타자마자 아주 큰 개가 바닥에 누워 자고 있어서 ‘얘는 뭐지?’라며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주황색 허리띠를 하고 있었고, 그 개의 주인께서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를 가지고 있어 ‘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구나’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개가 지하철 바닥에 누워 자는 모습이 아주 평안해보였고, 주인 역시 너무 평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분과 안내견이 서로 정말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있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저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출판사 북스토리/ 출판일 2013.12.23
▲저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출판사 북스토리/ 출판일 2013.12.23

 

그래서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얼핏 안내견에게 시선을 주거나 주의를 흐트러지게 하는 것은 안내견이 장애인을 위해 길을 살피는 데 방해가 된다는 말이 생각나 애써 시선을 거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이 책을 통해 여러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을 붙여주고, 다정하게 불러주며, 어디에 가든 함께 생활하고 걸으며 안내견과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교감하고 있는지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내견들이 매우 훈련이 잘된 똑똑한 아이들이라는 것, 그리고 시각 장애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껏 시각 장애인이나 안내견에 대해 이토록 무지했었다는 것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 안내견이 더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진짜 시각 장애인들의 일상, 너무 평범하고 조용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이벤트보다 소중할 일상을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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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 2019-08-12 14:49:43
공감 가는 기사네요. 응원합니다.

보***회 2019-08-12 09:06:12
기사 내용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거 같네요.
꼭~~~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