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결과 인권침해 여전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결과 인권침해 여전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8.16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인화학교 사건 이후 매년 복지부는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거주시설 중 미인가 시설(개인시설, 조건부 인가시설)이 많아 인권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를 양성화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 지난 해 경기도 지역 개인 시설들은 법인시설에 비해 정부 보조금이 너무 적다며 인권실태조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시설을 조건부 인가시설로 전환하여 인권보호가 상당히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비해 인권보호는 매우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생관리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개인시설이 14개소(35.9%)로 법인시설 14개소(7.8%)에 비해 크게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교육과 관련해서도 개인 시설은 11개소(28.2%)가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비해 법인시설은 11개소(6.1%)에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시설 수로는 동일하지만 비율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설 이용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연간 4시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이행한 곳은 개인시설은 22개소(56.4%)인데 비해 법인 시설은 127개소(70.65)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개인시설의 교육 미실시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이지만 법인시설에서도 의무적인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큰 문제이다. 의무라 하더라도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으면 잘 지켜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인시설 중 개인생활공간에 CCTV를 설치하여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는 곳은 5개소가 있었으며, 식자재의 관리가 부실한 곳이 개인시설과 법인시설이 각각 14개소로 나타났다. 조리실이 청결하지 않은 곳도 개인시설은 6개소 법인시설은 5개소로 나타났다.

거주인의 방에 외부에서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12개소가 있었는데, 이는 장애인이 방 안에 있도록 하고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어 방에 가두어 두는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감금은 공격성이 있다고 하여 일어날 수도 있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개인시설의 소화전의 미설치는 16개소, 누전차단기 미설치는 17개소였는데, 개인시설에서는 법인시설에서 소화전 미설치는 47개소 누전차단기 미설치는 65개소로 법적으로 설치 의무가 아닌 곳이기는 하나 재난에 대한 대책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규모와 무관하게 소방시설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에서 개별 조사 대상은 9692명이었는데 그 중 외출이 자유로운가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16.7%였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이유로는 46.4%는 혼자 나가기 어려워서라고 답하였고, 12.5%는 나가지 못하게 해서라고 답했으며, 4.6%는 만날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하였다.

이성교재가 허용되는가에 대한 응답에서는 53.5%만이 그렇다고 답하였고, 잘 모르겠다가 35.5%, 금지되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1.2%였다.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 정도는 6.9%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종교생활이 자유로운지에 대한 응답에서는 10.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개인통장 관리가 아직도 동의 없이 시설 종사자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 잔고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 65.6%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욕실 사용에 있어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4.1%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제때에 치료를 받는지에 대하여 1.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고, 복용하는 약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79.2%만이 그렇다고 답하였다. 유권자 중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88.0%가 그렇다고 답하였고, 그 중 7.8%는 특정 후보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하였다고 답하였다.

노동을 강요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2.5%가 그렇다고 답하였고, 언어폭력 경험이 3.4%, 성적 학대를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18명이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하였다. 신체적 학대 즉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6.9%가 그렇다고 하였고, 타인의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6.2%가 그렇다고 답하였다.

퇴소하여 자립할 권리가 있는지를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70.3%가 모른다고 답하였고, 탈시설을 하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하여는 37.1%가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하였고,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33.5%로 나타났다.

이번 인권실태조사는 전국 225개소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는 전체 시설 3분의 1정도에 해당한다. 매년 지자체에서 조사 대상을 선별하여 정하다 보니 어떤 해에는 개인시설이 많이 포함되고, 어떤 해에는 그렇지 않고 어떤 해에는 유치원 등도 포함하는 등으로 인하여 매년의 실태조사를 비교분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주시설과 외부환경 사이에 낙석이나 맨홀, 급경사 등 위험 요소가 있다고 응답한 시설이 50개소가 되는 것은 아직도 거주시설이 외곽지 격리지역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건의함이 묵살되고 보지도 않는다는 곳도 있었으며, 11.3%의 이용자가 인권지킴이단에 사실조사를 요구하였으나 제대로 권리를 찾지 못했다고 하였다. 종사자 중에는 원장이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아 직원보다 관리자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함을 보여주었다.

탈시설을 위해서는 자립에 대한 의식고취보다 정보제공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일자리 제공과 소득보장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보면, 미인가 개인시설에 대하여 양성화하려면 확실하게 적극적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거주시설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강력한 정책방향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법인으로 유도된 개인시설은 없으며, 오히려 거주시설로 인정받으면서 인권사각지대에 노출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개인시설의 양성화 효과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장애인 인권옹호기관은 시설 외부에 있고, 인권의 문제는 시설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의사소통의 문제와 옹호기관과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인권옹호기관이 보다 밀착형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거주시설 이용자의 금전관리에 대하여 보다 철저한 방법과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거주시설 이용 매뉴얼을 수정보완하고 입소자게약서를 표준화하여 구체적으로 계약조건을 기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자체의 시설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업무 정도로만 개입하고 있어 학대 사건 발생시 개입이 아닌 평소 운영과 인권보호를 위한 철저한 개입이 필요하며, 학대에 대하여는 상시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인권지킴이단의 운영 정도로는 실효성이 약하고 판단된다. 그리고 탈시설의 경우 원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가장 많지만 공동생활가정을 희망하는 장애인들도 많음을 탈시설 정책에 반영하여 주거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