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례대표 공천 향방... 정당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장애인 비례대표 공천 향방... 정당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0.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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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인권포럼 포함한 장애인 단체들 '2019 장애정책 박람회' 개최
장애인 정치 참여를 통해 다양한 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 모색
정당별 장애인위원회 대표들 참석... 장애계 이슈에 귀 기울여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2019 장애정책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회식은 ‘21대 총선 장애인 정책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 정책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이권희, 이하 장애인인권포럼)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서울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에서 ‘2019 장애정책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는 ‘21대 총선 장애인 정책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장애인 권리보장과 복지정책 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유도하고 장애인권리협약 국내이행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이번 행사에는 장애인인권포럼 외에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연맹, 사람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의 장애인 단체와 정부, 학계, 정책 연구자 등 200여명이 참여하여 다양한 장애계 이슈에 대한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를 가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2019 장애정책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회식은 ‘21대 총선 장애인 정책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소셜포커스

이날 행사의 개회식은 타행사 와는 다르게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21대 총선 장애인정책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참여와 정책 반영을 위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각 정당 장애인위원회 간부들은 해당 내용을 경청하며 개선 방안에 머리를 모았다.

이권희 대표
이권희 대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장애인인권포럼 이 대표는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참여를 위한 정당활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개회식 전에 각 정당 장애인위원들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정당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당의 정책, 방향, 조직구조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 제공없이 간판만 보고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각 정당에서 누구에게나 들어와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라는 주장은 대문은 열려있지만 메뉴판도, 메뉴도, 가격도 갖춰져 있지 않은 음식점과 비슷하다”면서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들어오라는 주장보단 메뉴와 식재료, 여러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정당의 홍보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정당은 정치아카데미 등을 개설하여 정치적 스킬을 가르치는 것부터 정당의 주요정책, 활동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구성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홍보함으로써 누구나 참여하는 정치의 근본적인 환경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정 이슈에 따라 개별법을 만들지 말고 기존의 법령을 정리하여 실효성을 높이고 사각지대에 대해 법령을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선거때만 되면 표에 집착하여 구체적인 계획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장애인 단체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장기적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장애계는 해외 사례 연구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정당은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협력해 나가는 체계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장애인들이 취약한 정신적 관점, 문화향유, 재난대비, 안전과 건강권 등에 대한 실제적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정치참여를 위한 공천 방법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장애계 단체안에서 힘겨루기나 인기투표식의 경쟁을 통해 정당 비례대표에 추천되는 형식에서 벗어나 정당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정당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K-pop 스타를 뽑는데 엔터테이먼트 단체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문화관광부에 맡기는 형태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당이 펼쳐놓은 기준에 정치참여를 희망하는 장애인당사자가 움직여 정당에 기준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안진환 대표
안진환 대표

이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대표가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등의 변수가 있지만 내년도 총선도 양당제 체제로 진행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안 대표는 “많은 공약을 발표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정책들을 우선 순위로 선정하여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성공적인 공약 실행을 위해 좋은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안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선수는 누구일까? 안 대표는 지속적으로 정당내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정상적인 과정을 강조했다. 비례대표를 인기투표로 뽑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가입하여 당비를 내며 당직자로 활동을 하는 등 일정 과정을 밟아가며 정치적 스킬과 인맥을 쌓은 인물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특정 단체에서는 장애인 당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런 주장은 장애인을 정치 DNA가 없는 계층으로 만드는 말”이라며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정책적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자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이 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상호 소장
이상호 소장

이 소장은 “병신, 정신병자, 벙어리...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일삼으면서 선거 기간이 되면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찾아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라고 되물으며 “정당에서 장애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지난 3년동안 장애인 관련 법률 제정 법안이 단 1건도 없었다”면서 “내년 총선까지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10년은 똑같은 되돌이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소장은 “장애인 비하발언 등 정치권의 심각한 장애인 비하에 대해 참혹한 상황을 막아내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장애인권가이드 만들자는 제안과 총선후보자 장애인권교육 의무화를 주장했지만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다”면서 “앞으로 다시한번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온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각 정당 장애인위원회 임원들에게 내년도 장애인 비례대표 공천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내년도 장애인 공천 하실껍니까?”라는 이 소장의 질문에 각 정당은 구체적인 답변을 미룬 채 “긍정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각 정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들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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