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선택권과 구매력을 갖게 하라!
장애인에게 선택권과 구매력을 갖게 하라!
  • 김광환 중앙회장
  • 승인 2019.11.08 11: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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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복지정책의 대전환, 개인예산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김광환 중앙회장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정책의 가장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장애인 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2조7천825억원으로 책정되었다. 이 중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소요되는 예산은 1조35억원이다. 이는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36%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258만5천명 가운데 장애인활동지원을 받게 되는 8만1천명을 위해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36%를 사용한다. 이 예산은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를 말한다. 이는 국가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고용하는 비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고용하는 것은 국가 일자리 정책에서 고용 지표를 올려주는데 크게 기여한다. 올해 장애인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8만1천명이다. 당장 8만1천개의 일자리가 창출 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9만명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만 65세가 넘으면 장애인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현행 법제도에 따라 이들은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다. 참고로 내년(2020년)에 만 65세를 넘기는 장애인은 1천400여명이다. 이들은 그동안 적용받아온 장애인복지 대상에서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정부 계획을 살펴보면 내년(2020년)에 활동지원서비스 인원을 9만명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올해 8만1천명에서 9천명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혜택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다가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넘어가면 지원급여량이 크게 줄어든다.

지난 4년 동안 만 65세를 기점으로 장애인활동지원수급자에서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 사람은 1천159명이었다.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서비스 급여가 대폭 줄어들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64.5%(748명)는 월 평균 서비스 이용 시간이 188시간 감소했다. 심지어 최대 313시간이나 감소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 486명은 모두 서비스 시간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드러났다. 이 중에는 독거-취약계층 장애인 192명도 포함되어 있다.

앞서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고용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노동고용 정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9만개의 일자리를 장애인 예산이 책임지는 것이다. 9만개의 일자리를 장애인이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는 거의 대부분 비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지원 받는 활동지원을 통해 얼마만큼 만족하거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렵거나, 아예 구할 수 없는 사례도 있다. 또한 활동지원사의 휴식시간 문제도 상황에 따라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도 힘들지 않은 장애인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최중증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에게 일의 강도를 감안하여 임금을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극히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소요되는 1조35억원은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36%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예산의 지나친 편중현상은 전체 장애인복지 예산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 하는 것을 잘 설명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장애인 복지를 위한다면서 립 서비스(Lip service)만 해왔다. 각종 포퓰리즘 정책 수행을 위해 해마다 수십조 원의 예산을 아낌없이 척척 투입하면서도 유독 장애인에게는 인색하고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은 모든 복지 정책에서 수동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마치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것처럼 법과 제도에 장애인이 끼워 맞춰지는 것이다. 여전히 장애인은 수혜의 대상이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반드시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장애인은 그리 많지 않은 장애인 예산, 극히 제한적인 예산운용을 하는 정부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선심 쓰듯 빵 한 조각 던져주는 것과 같이 쥐꼬리만큼 주어지는 장애인 예산도 수많은 전달체계 과정 속에 녹아들며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도 삶의 주체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자 한다. 우선 장애인 예산을 현실 수준에 맞게 대폭 끌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권과 구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는 이미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정책이다. 바우처 방식 또는 현금지급 등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나 개인예산제도를 장애인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 및 구매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장애인복지의 차원을 대폭 끌어 올리는 새로운 복지정책이 될 것이다.

[김광환ㆍ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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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칠 2019-11-11 17:52:41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을 확장하라!!!

하*필 2019-11-08 15:26:05
중앙회장님의 칼럼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핵심을 콕콕 짚어서 잘 풀이 하셨습니다. 중앙회장님의 바램대로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우리 장애인분들을 위해서 일 하시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